▲ 오어지 둘레길 입구의 안내표지판 ⓒ이정택 기자
▲ 오어지 둘레길 입구의 안내표지판 ⓒ이정택 기자

포항의 대표 둘레길을 꼽자면 단연 오어지 둘레길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오어지 둘레길은 오어저수지 주변을 둘레길로 조성한 것으로 둘레길 길이가 7.1㎞로 저수지둘레길 가운데 가장 길다.

또 사찰 오어사가 있는데 원효대사와 혜공선사가 수도한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오어사의 유래를 보면 신라 26대 진평왕(579~632)때 창건된 사찰로 ‘항사사(恒沙寺)’로 불렸었다.

그런데 원효대사와 혜공선사가 수도할 때 법력(法力)으로 개천의 고기를 생환토록 시합을 했는데 두 마리 중 한 마리가 살아서 힘차게 헤엄을 쳤다고 전해진다.

헤엄치는 물고기를 서로 자기가 살린 고기라고 하여 나 오(吾), 고기 어(魚)자를 써서 현재의 오어사(吾魚寺)라고 불리게 됐다.

새벽녘의 기운이 차가워지며 꺾이지 않을 것만 같았던 여름의 무더운 기세도 어느덧 수그러들며 가을이 성큼 다가옴을 알리고 있다.

필자가 탐방했던 9월 어느 날의 오어지는 아직까지 푸릇푸릇한 기운이 물씬 풍기며 가을의 전령사가 찾아오는 것을 반기지 않고 있는 모양새다.

▲ 오어지 입구에서 오어사 방향의 산책로 ⓒ이정택 기자
▲ 오어지 입구에서 오어사 방향의 산책로 ⓒ이정택 기자

가을의 전령사라 불리는 코스모스는 오어지 주변이나 계곡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지만 아직까지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지 않았다.

오어지 둘레길은 길이 7.1㎞로 둘레를 한바퀴 도는데 2시간정도 소요된다.

둘레길의 시작은 오어사를 시작으로 한바퀴 돌거나 오어지에 진입하기 전 주차장에 차량을 주차하고 주로 탐방을 시작한다.

가을 단풍이 물들기 시작하면 주말마다 주차장에서 오어사까지 갓길에 주차된 차량으로 북새통이다.

필자는 오어지 아래의 주차장에 잠시 주차를 하고 한걸음 발걸음을 내딛었다.

가파른 경사길의 끝에 도착하면 드넓은 저수지가 펼쳐진다.

오어지 둘레길의 안내표지판을 마주하게 되는데 둘레길의 유래와 둘레길 이외의 명소 등이 잘 표시되어 있다.

둘레길은 크게 3가지 종류의 길로 구분된다.

전체 구간 중 최장 길이를 보이고 있는 산책길(4.1㎞)는 주차장 입구에서 시작해서 오어사를 잇는 첫 번째 산책길과 메타세콰이어숲이 있는 두 번째 산책길로 나뉜다.

▲ 오어지 둑에서 바라본 오어지 전경​ ⓒ이정택 기자
▲ 오어지 둑에서 바라본 오어지 전경​ ⓒ이정택 기자

이어 맨발 산책이 가능한 맨발로 1.5㎞가 조성되어 있는데 두 번째 산책로의 끝 지점에서 망운정을 지나 둘레길 시작점으로 돌아오는 길에 위치하고 있다.

데크로드는 산책로와 산책로, 맨발로와 맨발로를 잇고 있으며 총 길이는 1.4㎞로 데크가 없으면 이동하지 못하는 구간을 연결해주는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었다.

본격적인 시작을 알리는 첫 번째 산책로를 따라 왼쪽으로 펼쳐지는 오어지를 감상할 수 있다.

차도와 구분하여 난간이 설치되어 있어 자칫 차도로 내려오는 위험성은 없다.

또 성인이 교차하여 지나가더라도 부딪힘없이 지나갈 수 있어 산책에 불편함은 없지만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살리기 위해 산책로 중간중간에 솟아오른 나무는 조심할 필요가 있다.

▲ 운제산 원효교(출렁다리) 전경 ⓒ이정택 기자
▲ 운제산 원효교(출렁다리) 전경 ⓒ이정택 기자

원효교와 혜공교의 다리를 지나면 오어사에 도착하게 된다. 대략 시간은 20분을 갓 넘겼다.

오어사 입구에 도착하면 오어사와 오어사 뒤로 높이 솟은 산이 압도한다.

안내소와 공중화장실 오른쪽으로 올라가면 신라시대의 고승 자장율사가 창건한 암자인 자장암이 높은 절벽에 위치하고 있고 오어사 뒤편으로 올라가면 원효암이 있는데 모두 가파르기 때문에 특히 안전에 유의하여 탐방해야 한다.

오어사를 잠시 둘러본 후 본격적인 둘레길 탐방을 시작했다.

▲ 산책로에서 바라본 오어사 ⓒ이정택 기자
▲ 산책로에서 바라본 오어사 ⓒ이정택 기자

오어지 둘레길의 대표명소인 ‘운제산 원효교’를 통해 둘레길이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운제산 원효교는 전체길이 118.8m, 폭 2m, 주탑 높이 15.05m의 교량으로 일명 ‘출렁다리’로 불린다.

또 둘레길을 연결해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주탑에는 잉어와 용문양이 채색돼 있는데 오어사의 설화를 표현한 것으로 원효교를 건너는 관광객들에게 입신, 출세의 관문에 이르도록 하는 상징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 출렁다리 ⓒ이정택 기자
▲ 출렁다리 ⓒ이정택 기자

풍수지리학자들에 따르면 용과 관련한 오어사의 지세는 남에서 북으로 회룡하는 형국을 하고 있는 호미지맥에 해당하고 이런 지형에 큰 명당이 만들어지는데 그곳이 오어사가 자리하고 있는 터라고 한다고 안내하고 있다.

원효교를 지나 5분 정도 걷다보면 나무데크가 설치돼 있어 안전하게 다음 산책로까지 이어주고 있다.

약 300m 길이의 데크 가운데 전망대가 위치하고 있다.

전망대 아래에 위치한 바위가 있는데 이 바위를 남생이 바위라고 부른다.

이 바위는 천연기념물 남생이가 쉬어 가던 곳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길지 않은 데크가 끝이나면 오르막 내리막이 이어지는 산책로가 다시금 나타난다.

▲ 데크로드 ⓒ이정택 기자
▲ 데크로드 ⓒ이정택 기자

1.9㎞의 산책로 중간쯤에 메타세콰이어 나무가 곳곳에서 우뚝솟아 있어 상쾌한 숲내음을 만끽할 수 있다.

이곳 메타세콰이어 숲은 1964년 오어지가 만들어지며 마을사람들은 이주를 하고 삶의 터전은 수몰되었지만 저수지 수위가 낮아지면 주민들이 풍년을 기원했던 나무시집보내기 흔적을 간직한 나무가 보여 그들의 살았던 모습을 보여준다.

나무시집보내기는 정월 초하루 대보름에 행하는 풍속의 하나로 그해에 과일이 많이 열리기를 기원하는 마음으로 과실나무의 두가지 틈에 돌을 끼워두는 행위다.

▲ 둘레길 산책로 ⓒ이정택 기자
▲ 둘레길 산책로 ⓒ이정택 기자

메타세콰이어가 우거진 곳 주변으로 관어정이라는 정자가 오어저수지를 바라보고 있어 잠시 이곳에서 앉아 머무르고 있노라면 유유자적한 삶에 잠시 빠져들 것 같다.

둘레길은 울창한 나무들이 우거진 숲과 맞닿아 있어 시원함은 물론 다양한 새소리가 하모니를 이루고 있다.

산책로의 끝에 도착하면 1.3㎞의 맨발로를 마주하게 된다.

맨발로는 최근 맨발걷기가 유행하고 있는데 오어지 둘레길 맨발로는 다른 저수지 둘레길 맨발로보다는 인지도가 낮은 편이다.

그만큼 오어지 둘레길은 출렁다리와 메타세콰이어숲으로 이어지는 산책로가 인기가 많다.

실제 맨발로는 기대 이상이다.

▲ 둘레길 산책로​둘 ⓒ이정택 기자
▲ 둘레길 산책로​둘 ⓒ이정택 기자

맨발로를 위해 인위적인 조성을 하여 낙석주의 구간도 있지만 평지로 조성되어 있어 맨발로 걷기에는 불편함이 없다.

무더웠던 여름이 지나고 가을을 맞이하는 이 시기가 지면온도가 낮아져 맨발걷기는 안성맞춤이다.

맨발로 중간쯤에는 망운정이라는 정자가 위치하고 있다.

▲ 관여정 ⓒ이정택 기자
▲ 관여정 ⓒ이정택 기자

산책로의 관여정과 같이 맨발로의 망운정은 오어지의 또 다른 풍광을 자아내고 있다.

짧지 않은 둘레길은 포항의 다른 저수지 둘레길보다 더 큰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

이번 주말 상쾌한 숲내음과 마음의 평안을 가져다주는 오어지 둘레길을 다시한번 탐방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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