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칠포해수욕장과 영일만 신항 전경 ⓒ이정택 기자

포항 ‘영일만 북파랑길’은 아름다운 해안선을 품은 해안둘레길이다.

4개의 코스로 나눠진 둘레길은 특히 1코스는 영일대길로 굴곡진 해안선을 따라 자전거 전용도로를 이용해 라이딩하기에 안성맞춤이다.

필자는 차량을 이용해 2코스부터 4코스까지에 숨어있는 명소를 찾아 탐방해보았다.

2코스는 주상절리길(13.7㎞), 3코스 조경대길(8.5㎞), 4코스 용치바위길(6.9㎞)로 불린다.

죽천교에서 시작되는 2코스는 해안로를 따라 올라가면서 영일만 신항만을 지나면 첫 번째 명소인 칠포해수욕장을 만날 수 있다.

백사장 길이가 4㎞, 너비가 최대 300미터로 조성된 해수욕장은 하루 최대 10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포항의 대표 해수욕장 가운데 한 곳이다.

▲ 해오름 전망대 ⓒ이정택 기자
▲ 해오름 전망대 ⓒ이정택 기자

특히 해파랑길 17코스와 18코스가 만나는 지점으로 18코스 방향으로 이어진 나무데크를 따라 해오름 전망대로 향할 수 있고 드넓은 영일만 바다를 바라보며 산책할 수 있다.

2007년부터 지역대표 문화행사로 자리매김해오고 있는 ‘칠포재즈페스티벌’은 매년 가을에 열려 색다른 감동을 선사한다.

칠포해수욕장을 지나 해안선을 따라 올라가다보면 ‘해오름 전망대’를 마주하게 된다.

해오름 전망대 주변의 주차장은 거리가 제법 멀다. 자칫 자동차 내비게이션에서 해오름 전망대를 검색해서 가다보면 지나치기 십상이다.

해오름 전망대는 포항, 울산, 경주 3개 도시의 연맹 이름인 해오름에서 따왔다.

이들 3개 도시는 우리나라에서 해가 가장 먼저 뜨는 일출 명소(포항 호미곶, 울산 간절곶, 경주 문무대왕릉)로 유명하다.

▲ 사방기념공원의 바람의 언덕 ⓒ이정택 기자
▲ 사방기념공원의 바람의 언덕 ⓒ이정택 기자

또 대한민국에서 산업화를 일으킨 산업의 해오름과 경제 재도약의 해오름이 되겠다는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전망대는 푸른 해송과 아름다운 이가리 간이해수욕장 인근에 정박한 선박의 닻을 형상화했다.

높이는 10미터, 길이는 102미터 규모로 이곳에서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영일만 바다를 감상하는 것은 여행의 또다른 묘미로 다가온다.

다음으로 맞이하는 곳은 오도1리 간이해변이다.

이 해변은 해수욕장으로 정식 지정은 되지 않았지만 매년 해수욕을 즐기기 위해 전국에서 수많은 인파가 모여드는 곳이다.

특히 지난해 6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오도주상절리’가 유명하다.

3개의 바위섬이 까마귀처럼 검다는 것에서 유래됐다.

주상절리는 용암이 식으면서 기둥 모양으로 굳은 것으로 오도주상절리는 경관이 뛰어나며 다양한 단면과 여러각도에서의 방향성을 보여준다고 한다.

포항은 오도주상절리외에도 달전리 주상절리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다.

▲ 사방기념공원의 박정희 전 대통령 순시기념 조형물 ⓒ이정택 기자
▲ 사방기념공원의 박정희 전 대통령 순시기념 조형물 ⓒ이정택 기자

오도1리 간이해변에서 머지 않은 곳에는 ‘사방기념공원’이 있다.

사방기념공원은 근대적 사방사업이 시작된 지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서 조성된 공원이다.

사방사업은 산에 나무를 심고 강둑을 높이는 등 자연재해를 방지하기 위해 실시하는 공사다.

포항 오도리 일대는 4천500ha를 단기간에 녹화한 전국 최대 규모의 사업 성공지를 보여주는 지역이다.

이곳은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드라마 속 홍반장의 배가 전시돼 있는가 하면 바람의 언덕 등 주요 명소를 찾아볼 수 있다.

공원을 오르고 오르다보면 사방작업을 하고 있는 조형물을 맞이하게 된다.

▲ 이가리 닻 전망대 ⓒ이정택 기자
▲ 이가리 닻 전망대 ⓒ이정택 기자

아래에서 봤을 때 실제 사람들이 작업하고 있는 것으로 착각이 들기도 한다.

공원 곳곳에는 사방작업에 동원된 작업자의 조형물과 농기계 등이 전시돼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박정희 전 대통령이 사방사업 현장을 방문해 보고 받던 장면을 묘사한 기념 조형물이 설치돼 있는데 당시 정부에서 포항 사방공사의 중요성을 인지했던 단면이다.

어느덧 북파랑길의 2코스가 끝나고 3코스로 접어들었다.

3코스(조경대길)에서 가장 먼저 맞이하는 명소는 ‘이가리 닻 전망대’과 ‘이가리 간이해변’이다.

이가리 닻 전망대는 이름에서 엿볼 수 있듯이 닻(Anchor)을 형상화한 해상 전망대다.

전망대 주변으로는 해송(海松)이 우거져 시원하고 상쾌한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우리나라 고유의 영토인 독도를 향하고 있는 해오름 전망대와 더불어 지역 대표 전망대로 자리매김했다.

▲ 조경대 ⓒ이정택 기자
▲ 조경대 ⓒ이정택 기자

이곳에 도착했다면 또다른 명소인 ‘조경대’를 빼놓을 수 없다.

조경대는 ‘물이 맑아 거울같다’는 뜻을 지녔다가 조선 인조 때 청하에 귀양살이를 했던 유숙이 이곳에서 고래잡이를 하는 모습을 구경하고는 ‘고래를 낚는다’는 뜻의 조경대로 바꿔 부르게 됐다고 전해진다.

또 진경산수화의 대가인 겸재 정선이 청하현감으로 2년 간 머무를 때 주변 풍광에 빠져 자주왔던 곳으로 알려져 있다.

3코스를 조경대길이라고 명한 이유도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조경대를 지나 해안가를 따라 올라가다 보면 월포해수욕장을 맞이하게 된다.

이 해수욕장은 칠포해수욕장과 더불어 바닷물이 맑고 수심이 얕아 여름철 가족 단위 휴양객들이 많이 모여든다.

이 곳을 지나면 북파랑길의 마지막 구간인 4코스에 접어든다.

4코스의 대표 명소는 용치바위, 수용암바위, 화진해수욕장, 호랑이바위 등이다.

용치바위와 수용암바위는 같은 지점에 있는데 유심히 찾지 못하면 지나치기 일쑤다.

▲ 용치바위 ⓒ이정택 기자
▲ 용치바위 ⓒ이정택 기자

용치바위는 용(龍) 부부가 뚫었다고 전해지는데 파도가 칠 때마다 굴 속에서 “내 새끼야”하고 울부짖는 암용의 애달픈 소리가 들린다고 한다.

오늘날까지 내려온 전설에 따르면 천계(天界)에서 하느님이 인간사회가 사악해지는 모습을 보고 천계의 한울집을 지키는 용의 새끼를 인간의 몸으로 탄생시켜 내려보냈다고 한다.

용 부부는 자신의 새끼가 인간으로 태어난 것을 알게되면서 어린 아들을 찾아가기 위해 인간세상에 내려왔지만 단단하고 큰 바위가 용 부부를 가로 막고 있었다.

한울집을 지켜야 하는 용 부부는 바위를 뚫고 새끼를 데려가고자 했지만 결국 동이 틀 때까지 찾아가지 못하면서 바위로 변해 암용암과 수용암이 됐다고 전해져오고 있다.

용치바위 주변에 수용암과 암용암이 있었는데 암용암은 해안도로가 개설될 때 파괴돼 지금은 수용암만 남은 안타까운 상황이다.

이들 바위에서 멀지 않은 곳에 화진해수욕장이 있다.

이 해수욕장에서는 해송이 우거진 숲에서 가족단위 캠핑을 하는 이들이 많이 볼 수 있다.

칠포, 월포해수욕장과는 다르게 모래알갱이가 조금 큰 편이었다.

올해 해수욕장 개장을 앞두고 있어 탐방했던 6월 어느 날은 한산한 분위기였다.

해수욕장 주변에 카페와 숙박시설 등이 즐비해 많은 여행객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 화진해수욕장 ⓒ이정택 기자
▲ 화진해수욕장 ⓒ이정택 기자

포항은 해안선을 따라 서해안 못지 않고 어떤 면에서는 더 좋은 해수욕장을 보유하고 있어 여름뿐만 아니라 각 계절마다 각기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이곳 해수욕장은 영일만 북파랑길의 종착지이자 마지막 명소인 ‘호랑이바위’가 있는 곳이다.

호랑이바위는 화진해수욕장 끝에서 나무데크를 이용해 북쪽 해안로를 향해 약 500미터를 가면 만날 수 있는데 가는 길이 험해 안전에 주의가 요구된다.

가는 도중에 비석모양의 비석바위와 마주치게 되고 조금 더 들어가면 동해 바다를 향해 포효하는 형상을 한 바위를 만날 수 있다.

이 바위가 바로 호랑이바위다.

이 바위 너머로 들려오는 파도소리는 마치 호랑이의 우렁찬 울음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 호랑이바위 ⓒ이정택 기자
▲ 호랑이바위 ⓒ이정택 기자

북파랑길은 ‘호랑이 등오름길’이라는 별칭이 있는데 북파랑길 마지막 코스의 마지막 명소가 호랑이바위라는 것은 또다른 의미가 있어보인다.

북파랑길(2~4코스)은 산책으로는 쉽지 않은 해안 둘레길이다.

그럼에도 각 명소마다 해수욕장이 위치해 있어 쉼과 여유를 가지고 지역에 내려오는 역사와 전설의 알고 지식을 습득하는 계기는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번 여름은 어느 여름보다 무덥다고 한다.

무더운 여름, 영일만 북파랑길에 있는 해수욕장을 찾아 더위를 식히고 북파랑길 곳곳에 숨어있는 의미를 찾아보는 제안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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