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도성 한동대 총장, 본지 박운석 대표이사와 대담
29년째 무전공 입학제 시행…전국에서 이목 집중...열여덟살 청년에 성적순으로 평생 전공을 결정케 하는 것은 가혹...복수전공 의무화·이중소속제 도입으로 인기학과 쏠림현상 방지...기독교대학 정체성 확립·글로벌·스튜던드퍼스트가 3대 핵심가치...올해도 글로컬대학30 본지정 도전권 확보…8월에 최종 결과 발표...2030년까지 이차전지 중심의 산학 융합캠퍼스 조성
한동대는 기독교대학으로 내실있는 지방대 정도로만 알려져 있다. 하지만 한동대 본관로비에 들어서면 세계로 뻗어가려는 비전이 내방객을 사로잡는다. 캠퍼스에서 만난 학생들도 친절이 몸에 베여있다. 재학생 3800여명 중 25%가 수도권에서 내려온 학생들이고, 유학생도 60개국 250명에 달한다. 지방소멸과 학령인구 감소로 지방대학들이 존폐기로에 서 있는 현실과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한동대는 교수들이 학생을 찾아 다니는 것이 아니라 전국의 학생들이 한동대를 찾아오고 있다. 2023년 기준 신입생 충원율 116.2%, 학생 중도 탈락률은 2.94%에 그쳐 전국 대학 최상위권에 랭크돼 있다. 영남경제신문 박운석 대표이사가 한동대 최도성 총장을 만나 한동대의 독특한 대학행정과 교육이념, 기업혁신파크 조성사업 등에 대해 들어봤다. [편집자주]
-1996학년도부터 올해로 29년째 신입생 100%를 무전공으로 선발해 왔는데, 부작용은 없었는지요.
△열여덟 살 어린 학생들한테 평생 지속될 전공을 성적별로 결정하라는 건 정말 못할 일입니다. 무전공 선발의 핵심은 학생들이 자신의 적성에 맞는 맞춤형 교육을 받을 권리를 보장해주자는 것입니다. 인기학과 쏠림현상을 막기 위해서는 학과 교수들이 교육과정을 끊임없이 개편하고 개선해 경쟁력을 높이는 노력이 가장 중요하겠지요. 학생수가 줄어든 학과 교수들은 학문적 연계성이 높은 다른 학과 과목을 가르치도록 하는 ‘이중 소속제도’를 도입했습니다. 학생들은 복수 전공을 의무화했습니다. 전공도 졸업전까지 언제든 바꿀 수 있어 특정 전공에 지나치게 쏠리는 현상은 지금까지 한번도 없었습니다.
-한동대가 추구하는 핵심가치는 무엇입니까.
△먼저 기독교대학으로서의 정체성을 더욱 확고히 할 것입니다. 기독교대학들이 세속화되면서 정체성 위기에 봉착해 있는데 한동대는 기독교대학으로서의 정체성을 굳건히 지켜나갈 것입니다. 다음으로 ‘글로벌대학’입니다. 한동대하면 글로벌이 떠오를 정도로 글로벌 정체성을 더욱 강화할 것입니다. 한동대에서 공부한 학생들이 국내에만 머무르지 말고 해외에서도 세상을 변화시킬 선(善)한 영향력을 가진 인재로 큰 역할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세 번째는 스튜던트 퍼스트(Student First)입니다. ‘학생의 성공이 제일 먼저’라는 가치관을 바탕으로 대학의 모든 커리큘럼도 학생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총장인 저도 학생들과 교수님들을 섬기는 서번트(Servant)로서의 역할 다할 것입니다.
-지난 해에 이어 올해도 ‘글로컬대학30’에 다시 한 번 도전하게 됐습니다. 향후 일정은 어떻게 되는지요.
△글로컬대학은 정부가 대학 내·외부의 벽을 허물고 지역·산업 파트너십을 토대로 대학과 지역의 동반성장을 이끌어 갈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대학을 선정해 향후 5년간 1000억원을 지원하는 사업입니다. 오는 7월까지 혁신기획서에 담긴 과제를 구체화하는 실행계획서를 수립·제출해야 하며, 교육부와 글로컬대학위원회의 평가를 거쳐 8월말 쯤 올해 글로컬대학 10곳이 최종 지정됩니다.
-오는 8월이면 본지정이 결정되는데 가능성을 어떻게 전망하시는지. 또 어떠한 점을 강조할 계획이신지요.
△우선 혁신기획서에 담긴 과제들을 구체화하는 실행계획서를 수립하면서 한동대의 강점을 더 어필하도록 하겠습니다. 1995년 개교 이래 대학혁신을 선도해 온 한동대는 ‘교육을 미래로, 세상을 바꾸는 글로벌 HI(전인지능)칼리지’이라는 비전을 제시했습니다. △AI(인공지능)시대를 주도하는 HI인재 양성으로 미래 대학교육을 선도하는 ‘교육혁신’, △지역과 산업체와의 협력과 HI교육으로 지속가능한 발전에 기여하는 ‘환동해 지산학 혁신’, △지역과 세계를 잇는 허브로 지역의 글로벌화를 견인하는 ‘글로벌혁신’ 등을 3대 혁신전략으로 내세웠습니다.
-‘HI인재’는 어떠한 인재를 의미하는지요.
△HI(hollistic intelligence, 전인지능)인재는 AI 리터러시를 바탕으로 비판적인 사고, 소통, 협력, 창의력과 배워서 나누는 역량, 글로벌 역량 등을 고루 갖춰 지역과 글로벌 혁신에 기여하는 인재를 의미합니다. AI가 우리 삶의 모든 영역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학생들도 AI 활용능력을 잘 익혀야될 것입니다. 하지만 대학에서는 AI가 할 수 없는 것들을 가르쳐야 합니다. AI는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을수 없고, 협력도 못하고, 나눔활동도 못합니다. 또 AI는 항상 정직하지 않고 다른 사람의 아픔을 공감하는 능력도 없습니다. 그런 능력은 사실 우리 학생들에게 필요한 능력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지식을 다른 사람에게 나누면서, 다른 사람을 위해 살아가는 모형이 현대 대학이 반드시 갖춰야할 덕목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하이터치하이테크(HTHT) 융합교육도 HI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모형으로 이해하면 되겠군요.
△HTHT는 HI인재와는 결이 조금 다른 것인데요. 쉽게 말하자면 학생들의 수준에 맞는 맞춤형 교육을 하자는 것입니다. 학생들은 강의실에 들어오기전까지 미리 하이테크를 활용하여 하이터치 스터디를 합니다. 강의실에서는 서로의 생각과 의견을 나누며 토론만합니다. 학생도 배우고, 교수도 배우는 시대가 됐습니다. 이것이 요즘시대 학생들에게 필요한 ‘진짜 교육’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학생들이 교수님 강의를 토씨하나 안틀리고 판서했다가 그대로 답안을 적어내면 좋은 학점을 받는 시대는 끝났습니다. 21세기에 살면서 20세기의 교육을 해선 안되겠지요. 교수님 강의내용은 스마트폰에 깔아놓은 ‘챗GPT’가 훨씬 더 잘 가르쳐줍니다.
-한동대의 또 하나의 혁신전략 ‘환동해 지산학 혁신’에 대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지금까지 산·학 협력은 기업들이 학교에 연구용역을 주는 것이 중심이었습니다. 이제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용역은 지양해야합니다. 대학과 산업체와의 협력방식도 바뀌어야합니다. 예전에는 대학이 앞섰지만 요즘은 기업들이 대학보다 훨씬 앞서고 있습니다. 산업이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하는데 교육은 20세기에 머물러 있으니 따라 갈 수가 없지요. 그래서 예전의 패러다임을 계속 가져간다면 대학은 점점 더 뒤쳐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제는 학교와 산업체 사이에 벽을 없애고 기업에 근무하는 사람이 학교에 와서 강의도 하고, 교수들도 기업에 가서 배우는 공조 프로젝트가 필요합니다. 이것이 진정한 산학협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지산학 협력은 산학 공조를 바탕으로 대학과 지역 사회와의 벽을 허무는 것입니다. 대학을 더 이상 ‘상아탑’이라고 불러서는 안됩니다. 대학은 지역이 어려우면 도와줘야하고, 지역은 대학이 어려우면 대학을 도와줘야합니다. 지역과 기업, 대학이 한 마음이 되어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젊은 사람들이 졸업해서 수도권으로 가지 않고 오히려 수도권에 있는 젊은이들이 이곳 포항으로 와서 정주시키는 것이 지역발전을 위한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환동해지역혁신원 1호점’이 5월말에 오픈한다고 했는데 어떤 역할을 하는지요.
△1호점이라고 하니 마치 피자가게처럼 들리는데요. 지역과 대학의 협력모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5월 중 포항 북구 양덕동에 제1호 공간이 만들어집니다. 한동대 교수와 학생들이 이곳에 가서 어린이와 어르신, 직장인을 대상으로 교육도 하고, 필요한 문화콘텐츠 보급하고, 지역발전을 위한 프로젝트도 수행할 계획입니다. 앞으로도 계속 확충해 나갈 예정입니다.
-한동대는 경북도가 추진하고 있는 ‘울릉 글로벌그린아일랜드’ 조성계획에 참여했습니다. 어떤 역할을 담당하게 되는지요.
△한동대는 지난 3월 25일 경북도와 울릉군 등과 함께 울릉 글로벌 그린아일랜드 프로젝트 업무협약식을 가졌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울릉도를 △청년정주 △친환경 △100만 관광 △경제도시로 만든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한동대는 울릉캠퍼스와 연구소를 설립하고 지역인재 선발·육성과 전 주민 시민교육을 담당하게 됩니다. 경북도에서는 올해 연말까지 울릉군 종합발전계획을 수립해 행정안전부에 제출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한동대에 ‘포항 기업혁신파크가 조성’된다고 하는데 사업 개요와 향후 일정에 대해 설명 부탁합니다.
△올해 안으로 이 사업의 구체적인 개발계획안이 제출될 수 있도록 특수목적법인(SPC)를 만들어 참여기업들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국토부에서도 적극적으로 모니터링을 할 것입니다. 미진한 부분은 전문가 컨설팅을 통해 보완작업을 거칠 것입니다.
포항 기업혁신파크는 이차전지 산업을 중심으로 산학융합 캠퍼스와 기업 육성을 위한 혁신생태계를 조성하는 사업으로 한동대·에코프로·포스코퓨처엠 등 7개 기업과 기관들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투자규모, 참여기업 등 실행계획이 나오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