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호 원장, “강소기업 육성으로 대기업에 집중된 산업구조 분산 필요”
배영호 (재)포항테크노파크 원장은 강소기업이 지원·육성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배 원장은 23일 영남경제신문이 주최한 ‘2024 영남리더스포럼’에서 회원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포항의 미래, 강소기업이 답이다’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배 원장은 △압축경제 성장 △경제 성장률 둔화, 국가간 경쟁 심화 △기술 패러다임의 변화 △포항테크노파크와 미래 신산업 순으로 강연의 개요를 소개하며 시작했다.
우리나라는 1950년 한국전쟁 발발에서부터 2020년 BTS(방탄소년단)에 이르는 길지 않은 기간동안 급속도의 성장을 이뤄냈다고 설명했다.
1970년~1980년대 석유화학, 철강, 조선업, 자동차, 반도체 등이 한국경제를 이끌었고 2000년대 스마트폰, 2020년대 BTS 등 한류문화가 주도하는 경제는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1970년대는 정부가 주도하는 경제성장 중심으로 차관을 도입하고 국내기업 중심, 정부의 정책적 지원을 통한 경제 성장을 이끌어냈고 자동차 산업은 수입규제, 산업금융지원 등 정부의 정책이 큰 역할을 했다.
1980년부터는 재벌 주도 과감한 투자로 전환되며 반도체, 가전, 통신 등의 산업이 급속도로 발전했다.
정부와 대기업 등의 재벌들은 Fast follower, 필요시 벤치마킹을 통해 신속개발, 대량생산을 이끌어 내며 한국경제를 성장시켰다고 설명했다.
배 원장은 이같은 경제성장 과정에서는 모방, 혁신, 제도지원 3박자가 고루 갖춰졌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주장했다.
정부 주도의 강력한 경제성장 정책 추진, 대기업 중심의 선진국 추격형 산업 구조, 높은 교육열을 바탕으로 우수한 인력 양성이 뒷받침 됐다고 강조했다.
특히 조선입국, 철강보국 등 국가관(공동체 의식)과 강한 사명감이 바탕이 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고속 성장을 이룩한 후 정체된 양상을 보이고 있다.
1인당 GDP는 급격히 상승하며 세계 30위 수준의 3.3만 달러를 기록하고 GDP는 약 1.8조 달러로 세계 10위권에 우뚝 솟았지만 경제성장률은 정체된 모양새라고 말했다.
경제성장률은 2000년까지 최고 15%를 기록한 후 지난해 1.4%의 성장률로 급격히 둔화되고 있다.
배 원장은 이같은 현상을 전략 산업 분야 경쟁이 심화되고 추격형 경제 산업구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또 변화속도가 빠른 단수명 사업, 모방이 용이한 명시적 지식 기술 등 과거 우리에게 장점이었던 점이 경제 성장에 단점이 되고 있는 것이라는 점이다.
특히 수도권 집중은 지방의 인재들이 수도권으로 몰리면서 연구개발, 설계 부문들이 수도권에 집중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방의 생산현장과 분리되는 현상이 발생하며 원활한 소통의 부재, 능률 등이 현저히 감소하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인식했다.
이외에도 거대한 내수시장을 보유한 중국의 부상과 미국 등 자국보호주의 등은 우리 경제성장에 위협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기후위기의 확산, 탈탄소 관련 기술개발, 기술 변화 속도의 가속, 미래 기술 발전 방향 예측의 불확실성이 증가하는 등 기술 패러다임의 변화는 또다른 위협 요소다.
그러면서 물리학에서 무거운 물체는 느리다(F=ma) 공식을 대기업은 중소기업에 비해 변화 속도에 대응하는 것이 느리다며 작은 기업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배 원장은 삼성전자와 대만의 대표 비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TSMC를 비교하며 강연을 이어갔다.
메모리 반도체의 강자는 삼성전자이며 비메모리는 TSMC인데 최근 AI의 발달 등으로 비메모리 반도체의 성장이 눈에 띄면서 TSMC의 성장은 괄목하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현상은 시대흐름의 변화에 따른 것이 크다면서도 두 회사간의 분명한 차이점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삼성전자는 연구, 설계, 제조 등 일련의 과정을 모두 관리하고 있어 중소기업 들의 발전을 저해하는 측면이 있는 반면 TSMC는 설계를 강소기업에 맡기고 있어 성장세가 두드러졌다고 강조했다.
실제 시가총액 대만 2위의 미디어텍은 반도체 설계만을 하는 회사라는 점을 예로 들었다.
배 원장은 이런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강소기업의 육성, 대기업 초격차 유지·대중소기업 역량 공유 및 상생 생태계, 장수명·암묵적 기술 분야 산업의 육성, 융복합 기술 분야의 육성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특히 강소기업 육성은 급격한 기술 변화에 신속하고 유연한 대응을 할 수 있고 지식·혁신의 대기업 과다 집중의 분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모범이 되는 혁신 중소기업의 사례로 쿠쿠 홈시스, 락액락, 홍진 HJC를 소개했다.
쿠쿠 홈시스는 1998년 LG전자 OEM이 급감하며 기술력을 바탕으로 자체 브랜드 ‘쿠쿠’로 정면 돌파를 시도했고 고기능 프리미엄 제품을 개발하며 대기업이 철수한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
그러면서 과감한 마케팅과 중동에 밥솥을 판매하는 발상의 전환을 통해 성장을 해왔다.
락액락은 중공형 실리콘을 활용하며 기술혁신을 이끌어냈고 미국 등 해외시장을 먼저 개척한 후 국내 사업으로 시장을 확대하는 등 지역 특화된 마케팅을 통해 성장했다.
또 오토바이 엔진을 제작하는 홍진 HJC는 연간 매출액의 10%를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자체 브랜드로 미국 시장에 도전해 미국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는 등 전체 매출의 95% 이상을 해외에서 거둬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 기업의 공통점은 기술혁신, 역발상, 자체 브랜드라고 요약하며 우리나라 중소(강소)기업들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배 원장은 우리나라 경제성장의 과정을 바탕으로 정부, 대기업, 중소기업의 역할을 정리하며 앞으로의 과제와 발전방향에 대해서도 역설했다.
가장 먼저 강소기업의 육성을 강조했다.
강소기업은 급격한 기술 변화에 신속하고 유연한 대응이 가능하고 특허의 80% 비중을 대기업이 갖고 있는데 이를 강소기업에 분산하면서 각 기업의 효율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기업과 초격차는 유지하며 역량(기술)을 공유함으로써 상생하는 생태계가 조성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바이오, 소재 부품 등 장수명, 암묵적 기술 분야 산업 육성이 가능하고 IT 기반의 융복합 기술 분야를 육성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이를 통해 포항은 철강산업의 고도화, 배터리, 바이오, 수소산업과 같은 미래 먹거리 산업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배 원장은 강연을 마무리하며 포항테크노파크(포항TP)를 소개했다.
포항TP는 기술개발 역량, 자금 지원, 마케팅 역량을 통해 기업의 성장을 지원하고 미래 특화산업인 이차전지, 그린에너지, 그린바이오, 디지털생태계 등을 조성, 강화, 육성, 활성화를 하고 있다고 안내했다.
특히 그린에너지인 수소산업의 육성을 통해 포항이 나아가야할 방향을 제시했고 바이오 산업 육성도 강조했다.
강연에 이어 이재영 한동대 석좌교수가 좌장으로 정규덕 포항시 수소에너지산업과장, 김성영 포항바이오기업협의회 회장, 문승재 포항TP 입주기업협의회 회장이 패널이 참석해 종합토론을 진행했다.
정규덕 과장은 “포항은 미래에너지 산업육성이 필요하다”며 “대표적인 것이 수소산업으로 탄소중립에 발맞춰 에너지 측면에서도 필요하고 산업경제적인 측면에서도 반드시 육성해야 하는 산업이다”고 주장했다.
이어 “포항은 수소연료발전 클러스터를 조성해 수소산업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도시로 발돋움하겠다”며 “마이스터고, 한동대, 포스텍 등 지역 대학에서 우수한 인재가 양성되는데도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성영 회장은 “바이오는 의약품외에도 생물과 관련한 모든 산업을 총칭한다”며 “사람은 늙지 않고 싶고 늙더라도 건강하게 늙기를 바라는 본능이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레드바이오(의약품 등) 뿐만 아니라 그린바이오(농업) 육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바이오 산업이 육성되기 위한 조건(대학, 대학병원)이 필요하고 기술개발을 위한 중소기업과 벤처기업 지원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문승재 회장은 “입주기업들은 지역 기업들에게 기술연계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대형산업도 중요하지만 입주기업에 대한 배려와 지원이 필요하다”며 포항시와 포항TP의 적극적인 지원과 관심을 주문했다.
이재영 교수는 패널들의 주장과 설명을 정리하면서 “거목들 사이에서 자라나는 새싹은 적은 양의 빛(햇살)이 자라는데 큰 힘이 된다”며 “강소기업의 크지 않은 지원도 기업들에게는 큰 힘이 될 수 있다”고 지원과 협조를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