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대외경제점검회의…"금융·외환 변동성엔 정부 역할 다하겠다"…정유업계, 사태 장기화시 수요 위축에 정제마진 하락 우려...호르무즈 해협 봉쇄되면 해운업 타격…중동 진출한 건설업계도 확전 여부에 촉각
이란이 지난 13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영토를 겨냥해 직접적인 군사 공격을 단행하면서 중동에서 전운이 감돌고 있다.
정부는 14일 이란의 이스라엘 보복 공습과 관련, 긴급회의를 소집해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재부 주요 간부들이 참석한 가운데 '대외경제점검회의'를 주재했다.
이 자리에서 최 부총리는 이날 오전 열린 '관계기관 합동 상황점검회의' 결과를 보고 받고 "향후 사태 전개 양상 등에 따라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도 커질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관계기관 협업과 철저한 상황관리를 당부했다.
최 부총리는 "관계기관 합동 비상대응반을 매일 가동해 국내외 금융시장 상황을 24시간 면밀히 모니터링하도록 하겠다"며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 상황별 대응계획(Contingency plan)을 재점검하고 필요시 적기에 신속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대외 충격으로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과 괴리돼 금융·외환시장 변동성이 지나치게 확대되는 경우 정부의 필요한 역할을 다하겠다"며 "실물경제 동향 점검도 한층 강화해달라"고 지시했다.
산업계는 확전 가능성 등을 지켜보며 이번 사태가 글로벌 경제에 미칠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중동 정세 불안정이 고조됨에 따라 당분간 유가 상승은 불가피할 전망이어서 국제유가의 영향을 받는 국내 석유제품 가격도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정유업계 입장에서는 단기적으로는 유가 상승에 따른 재고이익 증가를 기대할 수 있지만, 이같은 지정학적 리스크가 장기화하면 글로벌 경기 위축에 따른 수요 부진으로 이어져 악영향이 초래된다.
석유를 원료로 쓰는 석유화학업계는 그간 중국발 공급과잉으로 업황이 워낙 부진했던 탓에 당장 가시적인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면서도 기초원료인 나프타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지 지켜보고 있다.
해운업계도 운항 차질 가능성 등을 예의주시하며 확전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내 최대 해운사 HMM을 비롯한 해운업체들은 이미 지난해 12월 '홍해 위기'로 홍해를 거쳐 수에즈 운하를 통하는 항로 운항을 중단하고 아프리카 최남단인 희망봉으로 수천㎞를 우회하는 상황이다.
HMM은 특히 이번 공격 여파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지를 긴장하며 지켜보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HMM이 최근 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벌크선 운항이 잦은 곳이다.
한국해운협회 관계자도 "당장 어떤 조치를 취하는 것은 없지만 해운업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어 상황을 예의주시 중"이라고 말했다.
조선업계는 확전에 따른 유가 상승과 해운 운임 증가 등 일부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면서도 아직 구체적인 전망을 내놓기는 어려워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항공업계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국적 항공사들이 이스라엘이나 이란 영공을 비행하지는 않아 유럽 노선 운항에도 별다른 영향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현지에 공장이나 연구시설 등 거점은 없어 직접적인 피해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사태가 장기화하면 현지 판매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어 상황을 지켜보는 중이다.
최근 중동에서 잇달아 대규모 수주에 성공해 '제2의 중동 붐'을 기대하던 건설업계도 우려 섞인 시선으로 사태를 주시하고 있다.
이스라엘이나 이란에서 직접적으로 수행하는 공사 규모는 미미하나 확전 시 주변국에서의 공사 지연이나 추가 발주 감소, 원자잿값 상승에 따른 공사비 증가 등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