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주희 기자
ⓒ윤주희 기자

수려한 해안선을 보유한 포항은 해안 둘레길을 조성해 시민들과 관광객의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특히 청림동의 청림운동장에서 시작해 호미곶 광장까지를 잇는 약 25㎞의 ‘호미반도 해안 둘레길’은 대표적인 둘레길이다.

이 해안 둘레길은 4개의 코스로 구분돼 각 코스마다 각기 다른 특색을 갖고 있다.

필자는 영일만과 호미반도의 매력에 느껴보고 싶어 둘레길을 직접 걸어봤다.

◇1코스(연오랑세오녀길, 6.1㎞)
1코스의 시작은 포항 남구 청림동에 위치한 청림운동장에서 시작한다.

자동차 내비게이션으로 청림운동장을 검색해서 도착한 운동장 주변에서 ‘호미반도 해안 둘레길’의 표지판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1코스는 연오랑세오녀길이라고도 불리며 해병대 상륙훈련장, 도구해수욕장, 청룡회관, 연오랑세오녀 테마파크를 잇는 약 6.1㎞의 길이로 편도 1시간 반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드넓은 영일만의 바다와 굴곡진 해안선 그리고 넓은 백사장으로 가슴이 뻥 뚫리는 감정을 느낄 수 있다.

1코스
▲ 1코스 시작점. ⓒ영남경제 자료

좀 더 걸으면 도구해수욕장에 도착하는데 규모는 크지는 않지만 가족 단위 여행객이 많이 찾고 있다.

해수욕장 인근에는 해풍의 영향으로 기울어 자란 해송(海松)들 사이로 맨발 걷기가 가능한 둘레길이 있다.

이윽고 1코스의 종착지인 ‘연오랑세오녀 테마공원’에 도착하게 되는데 이곳은 설화 연오랑세오녀를 모티브로 해 조성된 곳으로 귀비고(전시관), 일월대, 쌍거북바위, 신라마을, 옥상정원, 포토존 등 여행객의 관심과 이목을 끌기에 충분하다.

무엇보다 이곳은 연오랑세오녀와 관련한 다양한 체험을 무료로 즐길 수 있고 영일만 바다를 바라보는 것은 또 다른 만족감을 만끽할 수 있다.

1코스
▲ 1코스 - 도구해수욕장 맨발 산책로. ⓒ영남경제 자료

◇2코스(선바우길, 6.5㎞)
연오랑세오녀 테마공원에서 해안선을 따라가면 선바우와 데크로드를 지나 하선대에 이르게 된다.

선바우는 마을 앞 해안가에 우뚝서 있는데 화산열에 의한 백토가 드러나 있는 바위다.

입암(立巖)리라는 지명의 유래도 선바우를 한자로 표기한 것이다.

선바우를 지나 데크로드를 따라 하선대로 이동하면서 오른쪽에는 하얀 바위 절벽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다.

이를 두고 힌디기라고 하는데 선바우와 같이 화산성분의 백토로 형성된 바위이며 흰바위가 많아 흰 언덕, 흰덕으로 불렸고 흰덕에서 힌디기로 변화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특이한 형태의 바위 등은 지질학적으로 가치가 있어 국가지질공원으로 지정됐다.

데크로드 끝단에 도착하면 하선대 안내표지판을 마주하게 된다.

하선대라는 유래는 선녀가 내려와 놀았다고 해 붙여진 이름으로 하잇돌이라고도 불린다.

하선대는 걸어서는 갈 수 없는 바다에 위치해 있고 지금은 선녀 대신 많은 새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밖에도 먹바우(검둥바위), 군상바위, 신랑각시바위 등 다양한 바위를 볼 수 있다.

2코스의 마지막은 흥환간이 해수욕장으로 잘 알려진 해수욕장은 아니다.

고운 모래가 많은 도구해수욕장과는 달리 작은 자갈이 많아 또다른 해수욕장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3코스_장군바위
▲ 3코스 - 장군바위 ⓒ영남경제 자료

◇3코스(구룡소길, 6.5㎞)
3코스는 장군바위, 모감주나무와 병아리꽃나무군락, 구룡소 등이 유명하다.

코스 1/3 지점에 위치에는 장군바위가 우뚝 솟아 있고 마을 해안가로 좀 더 들어가면 천년기념물로 지정된 모감주나무 군락지를 만날 수 있다.

모감주나무는 염주나무라도 불리기도 하는데 종자로 염주를 만들기 때문이다.

꽃은 7월에 피기 때문에 봄철에는 관찰하지 못해 아쉽기만 하다.

좀 더 들어가면 구룡소(九龍沼)를 볼 수 있는데 이곳은 높이 40~50미터와 둘레 약 100미터의 움푹 패인 곳으로 아홉 마리 용이 살았다고 전해진다.

또 아홉 마리 용이 승천할 때 뚫어진 9개의 굴이 있는데 파도가 칠 때마다 굴의 입구로 하얀 거품이 쏟아져 나와 마치 용의 입에서 연기를 뿜어내는 듯 했다.

물이 뿜어져 나올 때 마다 우렁찬 울림소리는 마치 용의 울림으로 느껴질 정도다.

이런 이유로 옛부터 이곳을 신성한 곳으로 여겨 기우제, 풍어제, 출어제 등을 지낸 것으로 전해진다.

또 수많은 승려들이 수련을 했다고 전해지기도 한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경치는 영일만에서만 느낄 수 있는 아름다움이다.


◇4코스(호미길, 5.6㎞)
어느덧 호미둘레길의 마지막 코스에 이르렀다.

4코스_유채꽃
▲ 4코스 - 유채꽃이 만개한 모습. ⓒ영남경제 자료

4코스에서는 전국적으로 잘 알려진 호미곶 새천년광장, 상생의 손 등이 있다.

또 잘 알려져 있진 않지만 독수리 형상의 바위인 독수리바위가 있는 코스다.

독수리바위는 옛날 청어가 뭍으로 밀려나오는 경우가 허다해 꺼꾸리로 끌었다고해 까꾸리개로 알려져 있다.

독수리바위를 보기위해 가다보면 바위 주변에 청어 그림이 그려져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또 호미곶 광장은 육지에서 해가 가장 먼저 뜨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새해 첫날 아침에는 수많은 인파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4코스의 면모는 이 뿐만이 아니다.

이곳 둘레길을 돌다보면 포항을 대표하는 문인(文人)으로 손꼽히는 ‘흑구 한세광’ 선생의 생애와 자료를 보존하고 있는 ‘한흑구문학관’이 있다.

규모가 크지 않아 알지 못하면 찾기가 어렵다.

흑구선생은 일제강점기에서도 단 한편의 친일 문장을 쓰지 않은 영광된 작가의 찬사를 받기도 했다.

특히 지금은 찾아보기 어렵지만 호미곶 구만리에서 유명한 작물 ‘보리’를 소재로 수필을 집필하며 보리가 자라는 겨울철을 일제강점기로 비유하며 긴 시간을 이겨내 움을 트는 것이 광복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잠시 이곳을 찾아 자녀들에게 우리고장의 자랑스런 문인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싶다.

또 해녀문화복지관, 국립등대박물관 등은 자녀들의 교육에도 긍정적인 면이 크다.

봄에 이곳을 찾아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그것은 바로 만발한 유채꽃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3월 23일 정식개장을 시작한 유채꽃 단지는 나들이객과 관광객을 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가족단위의 나들이객과 연인들은 인생샷을 남기기 위해 만발한 유채꽃 사이에서 좋은 장소를 찾기에 분주한 모습이었다.

이번 주말 가족, 연인과 함께 봄 향기 가득한 호미반도 해안 둘레길을 걸으며 포항 영일만의 매력에 빠져보는 시간을 가져보기를 제안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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