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의 ‘쓰레기 대란’은 없을 것”
경주자원회수시설 민간위탁 업처인 베올리아산업개발코리아㈜(이하 베올리아코리아)의 남삼현 소장이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확신의 찬 표정으로 전한 이야기다.
전 운영사의 수년에 걸친 방만 운영과 장기 가동 중단으로 경주시민들을 ‘쓰레기 대란’ 우려에 빠지게 한 경주자원회수시설이 새로운 위탁운영사를 만나 재가동을 시작한지 3개월이 지났다.
본지는 경주자원회수시설을 방문해 소각로의 뜨거운 불길이 다시 타오르는 모습을 확인하고 민간위탁 결정 이후 완전 정상화를 눈앞에 둔 현재까지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새 운영사 ‘베올리아’는 어떤 기업인가
베올리아코리아는 지난 10월 경주시 공모에 의해 경주자원회수시설의 민간위탁운영사로 선정된 기업이다.
베올리아코리아가 속한 베올리아 그룹은 1853년 프랑스의 마지막 황제인 나폴레옹3세가 설립한 환경 서비스 기업으로, 수자원·폐기물·에너지 서비스 등 3개 분야에서 명실상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과 경험을 확보한 글로벌 기업이다.
170년 역사를 가진 베올리아는 전세계 45개국에 진출해 22만명의 임직원이 근무하고 있으며, 2021년 기준 전세계 매출액이 총 384억유로(한화 52조원)에 달한다.
특히 수자원 분야에서는 단연 세계 1위 자리를 지키며 전 세계 67개국 1억명이 넘는 사람들에게 물을 공급하고 있다.
자원회수시설 운영 역시 전세계 63곳의 지자체 자원회수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1997년 이래 25년 동안 지자체 생활폐기물 소각시설 8개소를 운영해왔고, SRF 고형원료 및 산업폐기물 소각시설 등의 운영 경험을 통해 전문성을 확보하고 있다.
세계 1위의 환경서비스 기업이 경주자원회수시설 위탁운영사로 결정된 것은 그동안 소각장 문제로 골머리를 앓아왔던 경주시 입장에서는 매우 반가운 일이다.
◇170년 역사로 쌓은 노하우, ‘정상화’ 가능 진단
경주시 발생 생활쓰레기의 전량을 소각처리하는 경주자원회수시설은 2017년 운영을 시작한 이래 잦은 시설 고장과 노사 갈등으로 인해 멈춰서기 일쑤였다.
소각장 가동 중단으로 인해 처리하지 못한 생활폐기물을 매립처리하면서 경주 매립장은 포화상태에 놓였고, 경주시민은 임박한 ‘쓰레기 대란’의 공포에 직면하기도 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경주시는 2022년 6월, 당시 소각장 운영사 ㈜경주환경에너지 측에 ‘민간투자사업(BTO) 사업자귀책 해지절차 개시’를 통보하고, 지난 10월 민간위탁 운영방식으로 전환하기에 이르렀다.
공모 기간 중 전국의 굴지의 환경산업 기업체들이 소각장을 실사하고 돌아갔으나 쉽게 나서는 이들이 없었다.
베올리아코리아 역시 경주 자원회수시설 민간위탁 공모 소식에 경주를 찾아 당시 장기간 가동이 중단돼 노후화가 진행 중인 소각설비들과 소각되지 못하고 그대로 쌓여 방치되던 쓰레기더미들을 확인했지만 판단은 타 기업들과 달랐다.
당시 현장 실사를 함께 했던 베올리아코리아 이재훈 이사는 “현장의 설비를 확인했을 때 우리 회사의 역량으로 충분히 정상화가 가능하다고 판단했다”며, “우리 회사가 가진 노하우라면 시설을 그대로 인수해 직접 운영하더라도 충분히 수익을 거둘 수 있는 수준이라 진단했다”고 당시 결정 배경을 설명했다.
◇노-사-관 협력 통해 3월 중 완전 정상화 달성
베올리아코리아의 자신감은 위탁운영 3개월여가 지난 현재, 시설 복구는 물론 안정적인 운영 성과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
베올리아는 위탁운영 직후 불안해하던 기존 직원들을 전원 고용승계해 노사 간 신뢰를 구축했다.
그리고 그동안 노사 갈등의 가장 큰 요소였던 3조2교대 근무 방식에서 4조2교대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연장근무 수당 감소분의 보전 문제 역시 현장 책임자인 소장이 직권을 위임받아 협상에 나서고 있다.
경주자원회수시설 남삼현 소장은 “본사 주도의 노사 협상은 현장 운영진과 근로자들 간의 관계를 약화시켜 협상이 타결되더라도 향후 문재가 재발할 가능성이 많다”며, “현장에 협상권한을 위임해줄 것을 본사에 건의해 현재 함께 근무하는 동료의 자리에서 협의하며 단체협약 체결을 진행하고 있으며, 수일 내로 협상이 완료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가동중지 장기화로 인한 시설 보수의 문제는 경주시가 적극적인 예산 편성에 나서며 속도를 더하고 있다.
경주시청 자원순환과 안진수 주무관은 “민간위탁 결정 직후 28억원을 투입해 1차 대보수를 실시해 가동 가능한 수준으로 설비 컨디션을 끌어올렸고, 재가동 후 확인되는 설비의 결함들은 현재 즉각적인 대처를 통해 24시간 이내로 복구를 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3월 중 50억원의 예산을 들여 2차 대보수를 추진할 예정이며, 2차 대보수 이후에는 일 소각이 설계용량(200톤/일)의 80% 이상인 170톤/일 수준으로 오를 것이라 전망된다”고 말했다.
경주자원회수시설의 일 소각량이 170톤 수준으로 회복된다면 경주시 생활폐기물 일일 발생량이 130톤 정도임을 감안할 때 현재 중단된 매립 폐기물 복원사업도 재개할 수 있게 된다.
매립 폐기물 복원사업은 현재 포화상태인 경주시 생활폐기물 매립장에 매립된 폐기물을 복원해 소각처리함으로써 매립 가능 용량을 늘려나가는 사업이다.
경주시의 예상대로 3월 중 완전 정상화가 이뤄진다면, 경주시는 포화상태에 이른 매립장 역시 회복이 이뤄져 생활폐기물 처리시설의 다원화를 통한 안정적 폐기물 처리 프로세스를 구축할 수 있게 된다.
남삼현 소장은 “처음 시설을 방문했을 때 하역장을 가득 채우다 못해 산처럼 쌓인 쓰레기 더미들을 보고 한숨이 저절로 나왔다”면서, “설비들 역시 대부분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없는 상태로 방치되고 있었기에 오직 시설의 정상 가동만을 목표로 지금까지 달려왔다”고 회상했다.
이어 “위탁운영 개시 이후 경주시와 함께 고민하며 최선의 방법들을 찾아 해결해나가고 있다”며, “생활쓰레기 처리는 시민들의 삶과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더 이상의 불필요한 우려를 안겨드리지 않기 위해 앞으로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베올리아코리아는 오는 2024년 9월 30일까지 2년간 경주자원회수시설의 위탁운영을 맡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