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치, 중도금 납부부터 삐걱…경산4산단 2천368세대 아파트…경기 악화에 사업 철회 검토

ⓒ김영리 기자
ⓒ김영리 기자

경북지역 대단위 아파트 사업이 부동산 한파로 직격탄을 맞고 있다.

경산4일반산업단지에 조성 예정인 2천368세대의 대단위 아파트 단지가 사업 철회의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미지역 2천740세대 대광로제비앙 메가시티 사업 철회 검토에 이어 대단위 아파트로는 두 번째다.

전문가들은 전국적인 부동산 침체 여파가 대구·경북 아파트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며 상당수 아파트 사업시행자들이 도미노처럼 사업 철회를 고심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경산4산업단지에 들어설 아파트의 사업시행자는 경기 화성의 부동산 개발 전문회사 ㈜유리치다. 불과 한 달 전인 지난해 12월 주택건설사업계획승인까지 얻은 사업으로 대부분의 주택 관련 인·허가를 마친 상태다. 분양에 돌입하고 삽만 뜨면 되지만 사업 철회를 검토하고 있다.

유리치는 한국산업단지공단으로부터 지난 2020년 12월 1단지 5만3653㎡는 451억원, 2단지 8만47㎡는 678억원가량에 아파트 사업 부지를 매입했다. 모두 13만3700㎡에 달하는 아파트 건립 부지를 1천129억원에 계약했다. 평(3.3㎡)당 279만원 수준에 매입해 부지 매입 부담이 비교적 낮아 사업성도 양호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회사는 2021년 1월 산단공과 계약을 체결하면서 이중 10%인 112억9천만원을 납부했는데 이후 6개월마다 납부해야 할 15%의 중도금에는 일부 차질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분양을 위해서는 잔금까지 모두 납부해 100% 소유권 이전이 이뤄져야 하는데 이처럼 중도금 납부부터 삐걱거리고 있는 상태다.

본지는 유리치와의 통화에서 중도금 납부의 어려움과 사업 철회에 대해 질의했는데 유리치 관계자는 “사업의 정상적 추진을 위해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고 하면서도 “그렇다고 사업 철회라는 변수가 완전히 배제된 상태는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유리치는 오는 3월부터 1단지는 사업비 3천144억원을 들여 950세대를 조성하고, 2단지는 4천661억원을 들여 1천148세대를 조성할 계획이었으나 이처럼 사업 철회에 대한 입장이 전해지면서 주택 경기 악화를 실감케 하고 있다.

산단공이 용지를 분양한 만큼 계약 조건상 유리치의 아파트 용지는 전매가 불가능하다. 결과적으로 유리치가 계약금 113억원가량을 감수하고 사업을 철회할지 아니면 용지를 보유한 상태에서 분양 시기를 고려할지 딜레마에 빠진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유리치의 2021년도 기준 현금성 자산이 850억원에 달하고 부채를 제외한 자본총계만 450억원에 달할 정도로 탄탄한 재무구조를 갖추고 있지만 1천억원이 넘는 용지비를 전부 현찰로 매입하기에는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결국 은행권 대출을 통해 매입한다면 큰 어려움이 없겠지만 계속해서 오르는 금리와 분양 시점을 생각해 보유하고 있어야 할 기간을 따진다면 유리치가 선뜻 매입하기에는 고려해야 할 요소들이 너무나도 많다고 판단했다.

한편 산단공은 유리치의 사업성을 높여주기 위해 지난해 20층으로 제한된 아파트 층수를 최고 29층까지 지을 수 있도록 높여줬지만 실제로 나타난 효과는 크게 높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인근 진성초와 다문초가 직선거리로 2km 이상 떨어진 점, 초등학교용지는 있지만 초등학교 건립 규모인 4천세대를 크게 밑돌고 있어 학교 건립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 등은 아파트 분양에 단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분양전문가 A씨는 “유리치가 조성하려는 아파트는 경산4산단 최남측이긴 하나 서측에 경산1산단, 1-1산단, 3산단 등 공장이 즐비한 상황”이라며 “아파트 시장이 나쁜 현실까지 생각하면 사업자가 고심을 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아파트 분양에 매력점이 높은 대단위 아파트 단지마저 이처럼 사업 철회를 고려해야 할 상황이라면 주택 시장이 그만큼 안 좋다는 것을 방증한다”며 “올해는 아파트 사업자들의 고민이 깊어지는 한 해가 될 것 같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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