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경제신문 상무이사 박진철

▲지리산 천왕봉 산행길서 만난 노각나무. ⓒ영남경제 자료

우리나라 산맥에 근간을 이루며 국토의 축을 형성하는 백두대간은 백두산에서 지리산까지다. 백두산에서 시작돼 동쪽 해안선을 끼고 남쪽으로 이어가다 태백산 부근에서 서쪽으로 방향을 틀어 남쪽 대륙의 지리산에 근골(筋骨)을 이루는 산줄기다.

조선 영조때의 실학자인 신경중이 쓴 산경표(山經表)에서 한반도의 산줄기를 대간과 정간, 정맥으로 나타낸 지형에 붙여진 이름이다. 한반도 전체의 영토, 정치, 인문사회적 측면에까지 민족 정서적 관점과 삶의 영역으로 확대되면서 우리민족의 기운의 발상지로 중심에 선다.

지형적으로는 정간과 정맥이 우리나라 하천의 발원지가 되며, 이것을 중심으로 국토를 따라 물줄기가 갈라지게 되며 현대의 지리적인 유역권 구분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한 백두대간의 지리적인 위치 때문에 한반도 전체의 생물군집의 진화와 퇴보의 과정들을 거치면서 생태학적 면과 학술적인 가치가 서로 맛닿으며 중요한 의미를 가지게 된다.

▲지리산 용소. ⓒ영남경제 자료
▲우리나라 3대 사찰 중 하나인 대원사. ⓒ영남경제 자료

대원사는 신라진흥왕 때 처음 세워지고 임진왜란과 여수,순천 사건을 거치면서 빨치산 토벌작전으로 소실됐다. 그 이후 만허당(1904~1991년) 법일스님의 재창건으로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된 것이다. 현재는 수덕사, 석남사와 함께 우리나라 비구스님들의 수양을 하는 장소로, 3대 사찰 중의 하나다.

우리나라의 절과 계곡을 잇는 모양은 대부분 비슷하나, 이곳만의 특별함이 있다. 지리산 천왕봉(1915m)산행의 들머리까지 이어지는 계곡은 경사를 이루며 용소를 비롯한 호박소와 절편떡을 연상케 하는 암석을 비롯한 온갖 형상의 바위들로 흘러 내리는 물줄기와 병행하며 조화를 이룬다.

산림은 주로 떡갈나무, 굴참나무, 졸참나무 등의 활엽수와 소나무가 주종을 이룬다. 가끔 와닿는 쪽동백나무, 개서어나무, 물오리나무, 병꽃나무, 노각나무 들도 드문드문 스치며 지나친다. 따가운 햇살은 실록에 푸르름을 더한다. 짙은 푸른잎을 헤집고 뽀송 피어오른 밤꽃과 특유의 고약한 냄새가 코에 닿는다.

▲대원사계곡. ⓒ영남경제 자료

대원사 계곡에는 유평마을, 삼거리, 외곡, 준땀, 새재마을(윗, 아래)로 자연부락이 있고 편도로 7km 에 이른다. 한때는 가구수가 400이 넘었다 한다. 학생수 100여명에 이르는 꽤나 큰 산골마을다. 교명이 청순하고 음유로운 ‘가랑잎초등학교’라고 불렀다고 한다.

이곳에서 식당을 운영하며 한평생을 살아온 ‘시골식당’ 주인 김상철(86)씨와 경남 진영에서 시집와 50여년째 살고 있는 안주인은 대원사계곡에 서린 역사에 대해 말한다. 이곳은 등산객들과 대원사에 관광객들이 주로 붐볐다 한다. 또한 지금의 코로나사태의 시대와 비교하며 말꼬리를 흐린다.

지리산 대원사를 불가에서 ‘방장산(方丈山)대원사’이라 부르기도 한다. 계곡을 사이에 두고 길옆으로 테크길조성이 2020년 10월경에 완공됐다. 주차장에서 유평마을 까지는 왕복 7km구간으로 이어진다. 계곡에 펼쳐지는 비경과 흐르는 계곡 물소리는 마치 관현악단원의 앙상블연주라 할까?

▲지금은 폐교가 된 가랑잎 초등학교 정문. ⓒ영남경제 자료

유평마을에 위치한 ‘가랑잎초등학교’는 1994년에 폐교됐다. 한때는 유평마을 꿈과 희망의 도장으로 아이들의 유일한 교육시설이다. 1960년쯤 무렵엔 가을운동회를 개최할 만큼 이곳에는 인구가 제법 많았다고 한다.

붉게 물든 단풍잎 속에서 동요하는 “학생들이 운동장에서 뛰어 놀며, 해맑게 웃는 모습은 떨어지는 가랑잎을 닮았다”고 어느 기자가 처음 가랑잎초등학교라 이름을 지으며 부르게 됐었으며 현재는 학생수가 없어 폐교에 이른 것이다.

지리산 천왕봉 등산은 중산리에서 오르는 코스를 택한다. 사실 대원계곡 새재에서 시작하는 게 최단거리다. 이곳 산행을 즐기는 사람들을 위한 편의의 숙소가 들어서고 주민들의 생업을 위한 각종 시설물들이 생겨나며 마을이 형성된 것이다.

또한 경남 산청은 인물들이 많다. 조선 중기 퇴계와 쌍벽을 이룬 남명 조식선생은 대 유학자로 학문을 펼쳤고, 성철스님 생가에는 겁외사(劫外寺)를 지어 그 뜻을 기리고 있다. 목화씨를 전파한 문익점 선생도 이지역 출신이다.

남명서원에는 조식선생의 한시(漢詩)가 있다.

인지애정사(人之愛正士) 애호피상사(愛虎皮相似) 생전욕살지(生前慾殺之) 사후개칭미(死後皆稱美) - 우음(偶吟) 전문

(올곧은 선비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란 호랑이 가죽을 좋아하는 것과 정말로 같구나. 살아 있을 때는 그렇게 죽이려고 하더니 죽고 나서는 모두들 아름답다고 칭송하네)

▲지리산 용소. ⓒ영남경제 자료
▲지리산 용소. ⓒ영남경제 자료

사람들의 이중성을 크게 나무라는 시다. 훌륭한 인재나 큰 인물은 누구나 존경할 것 같지만 아닌가 보다. 우리 인간은 죽음후에 지도자를 재평가 하듯 그 가치를 새기고 후회를 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대원사 계곡에서 산정상으로 오르는 경사지역에서 자생하는 자연송이가 많다고 비구스님이 전한다.

계곡에서 흘러내리는 물은 강에 이르고 또 다시 이 물은 넓은 바다의 품으로 향하듯, 우리네 굴곡진 인생사도 아래로 내리는 물과 같이 유유히 그렇게 마냥 흘러간다.

박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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