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관 시뮬레이션 사업자 편의에 따라 작성...조망피해 핵심 지역 현대아파트, 옛 용흥시장 대상에서 제외
포항지역 랜드마크로 추진되고 있는 옛 포항역지구 신세계건설 70층 주상복합 건립 사업이 정상적인 경관심의조차 거치지 않고 행정절차를 강행하고 있어 조망권, 일조권 침해 등이 우려한 채로 졸속 추진되고 있다.
신세계 주상복합은 현재 55층으로 최고층수가 제한돼 있어 26일 개최하는 도시계획위원회에서 70층으로 높이기 위한 심의를 개최한다.
문제는 신세계 주상복합이 경관심의를 받지 않는다는 점이다. 경북도는 시가지에 위치한 입지적 특성과 인근 지역이 경관지구라는 점, 특히 70층이라는 엄청난 높이의 건물이라는 점 등을 고려해 경관심의를 받아야 한다고 당부한 바 있다.
포항시는 그러나 신세계 주상복합 인근 지역은 경관지구가 맞지만 해당 사업지구 자체는 경관지구 등이 아니기 때문에 경관법이나 경북도 및 포항시 경관 조례상 경관심의를 강제할 수는 없다며 경관심의 없이 사업추진을 강행하고 있다.
포항시의 이 같은 방침은 지난달 열린 포항시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제동이 걸렸다.
경관심의도 없이 70층 초고층 주상복합을 건립하는 것은 문제가 많다는 위원들의 지적에 따라 이번에 다시 심의를 하게 됐지만, 사업시행자 측은 정상적인 경관심의를 거치지 않고 경관 시뮬레이션만 제출한 것으로 알려져 이번에도 통과가 될지는 미지수다.
사업자 측이 제출한 경관·스카이라인 시뮬레이션 등 경관성 검토서가 사업자 편의에 따라 임의로 작성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조망권 분석의 경우 사업자에 유리한 측면이 강조되고 불리한 측면은 제외했다는 것이다.
먼저 근거리 조망권(근경)을 살펴보면 사업자 측은 ▲중앙상가입구(120m) ▲용흥동사무소(310m) ▲북포항우체국(370m) ▲포항의료원(460m) ▲중앙상가사거리(490m) 등 5개 지역을 조망점으로 선정했다.
그러나 정작 조망권 피해 핵심 지점이라 할 수 있는 현대아파트와 옛 용흥시장(아파트 재건축 추진)이 제외된 점은 의문이다.
이들 지점은 70층 초고층 주상복합이 건립되면 일조권 침해가 크게 우려되는 데다 조망권 역시 최대 피해 우려 지역으로 지목되기 때문이다.
사업자가 제시한 근경 조망 분석에는 중앙상가 입구와 용흥동사무소 등도 시뮬레이션 결과 조망 피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도시계획전문가 A씨는 “정상적이고 심도 있는 경관심의를 거쳐 조망권과 일조권 피해 등을 최소했어야 했으며, 이러한 절차 없이 주상복합 건립을 강행할 경우 인근 주민의 피해가 클 것은 자명하다”고 지적하고 “현대아파트와 옛 용흥시장 등 지역을 감안한 건물 재배치 등을 심도 있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포항시 경관 조례 제24조는 경관심의 대상에 대해 정의하고 있는데 포항시가 정한 경관지구 9개소 및 중점경관 관리구역 9개소에 위치한 건축물 중 7층 이상 또는 연면적 2천㎡ 이상 건축물만 심의를 받도록 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신세계 주상복합은 시가지에 위치해 있음에도 조례에서 규정한 경관지구로 지정돼있지 않다. 포항시가 이 지역을 지구단위계획구역으로 지정하면서 상업지역으로 용도지역을 변경할 때 경관지구로 지정하지 않은 것이다.
또 다른 전문가 B씨는 “옛 포항역지구 일대가 역사로 활용할 당시에는 자연녹지로 돼 있다가 주상복합을 추진하면서 상업지역으로 바뀌었는데 이때 시가지 특성을 제대로 파악했더라면 경관지구로 지정했어야 함이 마땅하다”고 말했다.
이미 신세계 주상복합 사업은 도시계획위원회로부터 스카이라인 시뮬레이션 등 경관 분석 자료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지난달 1차 심의에서 반려된 바 있다.
포항시 역시 최근 들어 포항지역에 우후죽순으로 들어설 계획에 있는 49층대 준초고층 또는 그 이상의 초고층과 관련된 경관 규정이나 스카이라인 가이드라인 등이 미비한 상황이다.
이에 포항에서 70층으로 제일 높이를 자랑하고 전국에서도 내로라할 만큼의 초고층을 선보이는 신세계건설 주상복합에 대해 관련법에 따른 경관심의, 최소한 경관자문은 받아야 한다는 목소리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경관전문가 C씨는 “포항지역의 경관지구는 오거리를 기준해 동측으로는 송도바닷가 인근까지 남측으로는 옛 포항역 앞까지 이르고 있다”며 “옛 포항역으로부터는 남측으로 대잠사거리까지 경관지구가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세계건설 주상복합이 세워지는 옛 포항역지구는 당연하게도 포항역으로 있던 시절에는 자연녹지로서 경관지구가 아니었다”며 “하지만 지금에는 상업지역으로 바뀌고 제일 중심지가 될 것이기에 마땅히 경관지구가 됐어야 했다”고 말했다.
경관전문가들은 신세계건설 주상복합 자리가 현재 경관지구가 되지 못한 상황이지만 포항시 경관 조례상 경관의 보전·관리 및 형성에 관한 사항으로서 시장이 요청하는 사항은 심의 또는 자문을 받을 수 있다며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포항시 관계자는 “도시계획위원회 재심의에서 경관과 스카이라인을 일부 검토하긴 하지만 경관심의와는 분명히 구분된다”며 “위원회에서 경관심의 또는 자문을 조건부로 요구할지에 대해서는 심의 과정에서 결정될 사안”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