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 난개발 방지 의지 있나...지구단위 면제…공원, 녹지 없는 주상복합...기반시설 없이 1300% 최대 용적률 난개발 우려
포항시가 도심지 난개발을 방지하고 체계적인 도시개발을 추진하기 위해 조례로 규정한 ‘주상복합 지구단위계획구역 지정’이 유명무실해지고 있다.
포항시는 지난 1월 조례 개정 이후 실시한 3개의 주상복합 아파트 사업에 대해 최근 도시계획위원회를 개최하고 지구단위계획구역 자문에서 지정을 면제해주기로 최종 결정했다.
포항시의 이 같은 결정은 사업부지 면적 가운데 20~30%에 달하는 공원, 녹지 등 기반시설을 설치해야 하는 지구단위계획구역 규정을 이행하지 않도록 편의를 제공 셈이다. 이에 시가 사업자 편의에 편승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지구단위계획구역이란 난개발을 방지하고 개발 수요 집단화함과 동시에 기반 시설을 확보하기 위한 구역으로, 체계적인 개발 또는 관리를 위해 지정한다. 이 때 용적률과 건폐율, 높이 등을 제한 또는 완화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포항시는 지난 1월 도시계획조례를 개정해 아파트 및 주상복합을 건축하는 지역에 지구단위계획구역을 지정할 수 있도록 한 바 있다.
문제의 주상복합은 GS더프레시 연일점 자리 46층 아파트, GS더프레시 죽도점 옆 47층 주상복합, 필로스호텔 자리 47층 주상복합으로 3곳이다. 이들 모두 지구단위계획구역 지정 없이 주상복합 아파트를 건립할 수 있도록 해줬다.
GS더프레시 연일점 자리 아파트만 조례 개정 이전에 주택건설사업계획승인이 접수됐을 뿐 나머지 GS더프레시 죽도점 옆과 필로스호텔 자리 주상복합은 각각 조례 개정 이후인 지난 2월에 사업승인신청을 접수했거나 오는 6월로 예정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포항시는 어찌된 영문인지 도시계획위원회 자문을 앞세워 지구단위계획구역 관련 조례를 사문화시킨 것이다. 도시계획전문가 A씨는 “포항시가 지구단위계획구역을 지정할 수 있다고 명시한 조례를 사업자 편의에 따라 해석한 측면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대구시의 경우 사업부지가 1만㎡ 이상인 아파트(주상복합 포함)는 의무로 지정토록 하고 있고 울산시는 공동주택 건축지역이 1만㎡ 이상이거나 200세대 이상인 경우로 정해 대구시보다 더욱 강화된 규정을 적용하고 있다.
같은 경북지역인 안동시 또한 아파트(주상복합) 건축지역이 1만㎡ 이상이거나 300세대 이상인 경우 지구단위계획구역을 지정할 수 있도록 해 포항시보다 명문화된 조례를 규정해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지구단위계획구역 미지정 사태로 인해 3곳의 사업 모두 부지 및 공공시설 등을 제공토록 하는 국토계획법망을 피해나갈 수 있도록 됐다. 공공기여 역시 의무가 아니기 때문에 최소한 수준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연일읍에서 아파트 사업을 추진하는 A사의 경우 사업지와 무관한 인근의 생태수로를 조성하면서 공공기여를 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약 12억원을 들여 기존의 있는 생태수로를 조성에 산책로로 꾸미겠다는 취지다.
B사의 경우 약 4억원의 주차장을 마련해준다거나 또는 보건소나 어린이 도서관, 문화센터 등으로 대신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C사 또한 약 35억원 가량의 주차장, 공개공지, 완화차로를 확보하겠다는 공공기여안을 내놓기도 했다.
모두 관련법이나 지침에 어긋난 대안이다. 국토계획법 시행령 제46조 제1항에 따르면 사업시행자는 그 대지의 일부를 부지로 제공하거나 공공시설 등을 설치해 제공하는 경우에만 건폐율, 용적률 등을 완화해 적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법령과 반대로 A~C사 모두 지구단위계획구역으로 지정된 ‘그 대지’가 아니라 모두 외곽 지역에서 부지를 매입한다거나 조성하는 방식으로 공공기여안을 제시한 셈이다. 이로 인해 당초에도 엉뚱한 대책을 내놓았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그러나 이번 자문 통과로 이들 사업 모두 지구단위계획구역으로 지정된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어떠한 공공기여안을 내놓더라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더 나아가 사실상 공공기여를 강제할 규정도 없게 된 셈이다.
도시계획전문가들은 조례상 정해진 조항을 전혀 활용하지 못한 좋지 못한 사례가 됐다며 지적하고 나섰다. 반대로 아무런 지구단위계획구역 지정 없이 용적률을 최대치로 부여한 사안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 사업의 용적률은 각 사업별로 GS더프레시 연일점 자리(준주거지역) 497.58%, GS더프레시 죽도점 옆 1천299.78%, 필로스호텔 자리 1천1천298.8% 등이다. 법에서 정하는 최대치의 용적률을 확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도시계획전문가 B씨는 “지구단위계획구역을 지정한다는 행위 자체가 사업자들에게 부담이 되고 사업성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부담은 이해하지만 최대 용적률을 적용하는 현 상태에 대한 아무런 대비도 하지 못한 부분은 아쉽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1월 조례의 미비한 점을 포항시가 알고 있었더라면 이를 보완해 재빨리 개정함으로 대책을 마련했어야 했다”며 “가만히 손 놓고 있다가 도시계획위원회에서 통과를 시켜서 어쩔 수 없었다고 회피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전했다.
한편 포항시 관계자는 “조례에 지구단위계획구역을 지정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기 때문에 향후 자문 단계에서 이를 보다 더 구체화하도록 하겠다”며 “조례 개정 등은 현실적으로 지방선거가 끝난 뒤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