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한 작품 가격 2배 이상 차이…특정 작가 찍어내기식 작품 논란

경북지역에 대형 건축물에 설치되는 미술작품이 특정 작가에 편중돼 발주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본지 4월 25일자 1면 보도) 이번에는 작품 가격에 비해 작품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등 의혹투성이다.

특정 작가를 중심으로 동일한 디자인의 미술작품을 찍어내기식으로 만들어내는가 하면 지역만 다르고 작품명까지 똑같은 상황도 포착됐다. 이를 두고 일부 미술가들이 작품성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부작용도 만만찮다. 유사한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작품가액은 2배 이상 차이가 나는 경우도 발생했다. 크기를 일부 조정하고 재료만 바꾸더라도 가액에 쉽게 변동을 줄 수 있는 미술작품의 특성을 역이용한 것이라는 비판이 높다.

본지 취재를 통해 편중 발주 받은 사실이 드러난 작가 A씨의 경우 연리지를 형상화한 작품을 구미지역에만 3군데 설치했는데 모두 비슷한 작품명에 나뭇가지가 서로 붙어있거나 혹은 얽혀있는 형태의 디자인이다.

크기에 다소 차이가 있으나 한 작품의 경우 작품가액이 2억2300만원에이지만 또 다른 두 작품은 합쳐서 1억950만원에 이르고 있어 작품가액 산정에 상황에 따라 들쭉날쭉하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관계 전문가들은 작품가액에는 전체 중 기획비 20%, 작가창작비 30% 정도 포함되고 원가는 50% 정도에 이르는데 사실상 디자인이 같다면 기획이나 창작비에서 크게 줄어들어야 함이 정상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따라서 작가 A씨의 경우 2016년 1월에 먼저 심의를 받은 두 작품보다 2017년 6월에 뒤늦게 심의를 받은 한 작품이 기획비나 창작비가 줄어들어 작품가액 역시 줄어들어야 하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2배 이상 차이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또 다른 작가 B씨에게도 나타났는데 B씨는 약속을 형상화한 한 작품을 포항과 구미에 설치하면서 원모양에 고리가 끼워진 디자인을 지역만 다를 뿐 형태와 작품명이 모두 일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두 작품 모두 거창석과 고흥석을 활용해 조각됐으며 크기가 크고 브론즈 재료가 추가된 구미지역의 작품이 1억7283만원, 보다 작은 포항지역의 작품이 1억5천만원의 작품가액이 책정됐다.

이 작가의 경우 염원을 형상화 한 작품 또한 대구와 울산에 설치했는데 해당 작품은 열쇠에 고리가 끼워진 형태다. 경북지역이 아닌 다른 지역에 설치돼 정확한 작품가액은 알 수 없으나 마찬가지 동일한 디자인을 상호 간 차용한 셈이다.

또 다른 작가 C씨의 경우 개명을 한 것인지 한자 표기상 두 가지 글자로 표기할 수 있는 상황을 활용한 것인지 밝혀지지 않았지만 이름의 끝자리를 바꿔가며 작품 활동을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작가가 제작한 풍경을 형상화한 작품의 경우 구미와 영천에 설치됐는데 두 작품 모두 산에 나무와 구름을 조화한 디자인을 나타내고 있다. 작품명도 모두 같으며 특히 다른 이름으로 활용할 때 동명의 작품을 대구에도 설치한 이력도 있다.

즉 작가의 이름을 바꿔가며 대구와 구미, 영천에 동명의 작품을 설치한 것이다. 작품가액을 알 수 있는 구미의 경우 전체적인 크기가 영천보다 작지만 1억8900만원으로 영천의 1억538만원보다 더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본지 분석 결과 경북지역에서 미술작품을 독식하고 있는 작가들로부터 이러한 비슷한 디자인의 똑같은 작품명 등 유사 작품 제작 현상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지만 이 외 일부 작가들에게도 이 같은 현상은 빈번히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작가는 “똑같은 작품을 같은 지역에 제작할 일은 만무하니 한 번의 디자인으로 여러 지역에 활용하는 경우가 있다”며 “이러한 경우 새롭게 창작할 필요가 없어 창작비가 소요되지 않음에도 모두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시행·시공사의 경우 작품의 우수성보다는 정해진 가격 틀 안에 끼워 맞출 수 있느냐를 더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독창성이나 심미성은 무시하는 현상이 빈번하다”며 “이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경북도 차원에서 지녀야 한다”고 전했다.

한편 건축물 미술작품은 문화예술진흥법에 따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데 연면적 1만㎡가 넘는 건축물이 신축 또는 증축되는 경우 해당 건축비용의 0.5~0.7%의 범위에서 회화·조각·공예 등의 미술작품을 설치토록 강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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