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화와 산업화로 숨겨졌던 도심하천, 시민의 품으로 되돌리는 사업
국내와 사례에서 검증된 생태하천의 친환경 효과
시범사업 학산천에 이어 두호천, 양학천, 칠성천도 복원
해양 낀 수변도시로서 포항시 탈바꿈 기대
포항시는 지난해 11월 24일 북구 도심 4개 복개하천 중 학산천의 일부 구간을 28년 만에 다시 시민의 품으로 돌려주기 위한 복원사업에 첫 삽을 떴다.
학산천은 양학천, 칠성천, 두호천과 함께 포항 도심을 가로지르는 포항의 4대 하천 중 하나로 과거 시민들의 생활에 밀접하게 연결돼 있었다.
학산천은 양학천, 칠성천, 두호천은 포항시의 물길로 복개되기 이전 60~70년대 지역 아이들의 놀이터였으며, 학생들의 등하굣길, 엄마들의 빨래터로 시민들의 추억이 깊게 박힌 곳이었다.
하지만 포항의 도심지에 있었던 4개의 하천은 급격한 도시화와 사업화로 인해 생활 오·폐수의 하천 유입으로 발생한 오염과 악취, 자동차 보급으로 나타난 도로와 건설부지 부족으로 인해 대부분 복개돼 추억 속으로 사라졌다.
과거 생명의 물줄기로 사람이 모여들며 도시 형성을 도왔던 도심의 하천들이 무분별한 도시화와 산업화로 죽음의 하천으로 변해 버린 것이다.
60~70년대 하천의 복개는 과거 인간 중심의 무분별한 환경파괴인 줄 알면서도 당시 기술의 부족과 경제적 여유 부재, 도시공간 부족 등으로 불가피한 수순이었다.
도로 밑, 건물 밑에 부모님, 할아버지 세대가 추억을 함께했던 하천이 흐르는 것도 알지 못한 채 우리의 치부를 감추듯 복개돼 땅 밑으로 숨겨진 것이다.
이처럼 무분별하게 복개돼 추억 속으로 사라진 도심의 하천들은 이후 시민의식이 점차 성장함에 따라 하수의 처리시설 설치와 정비, 빗물 오수 분리작업 등으로 점차 회복됐다.
또 오염과 악취로 인해 땅 밑으로 숨겼던 도심의 하천들은 몇 십 년 동안 스스로 쉴 새 없이 흐르며 자연스레 과거 깨끗했던 모습을 되찾았다.
복개돼 땅 밑으로 사라져 버린 복개천은 우리의 관심에서 사라져 깨끗해진 자신의 모습도 숨긴 채 땅 밑에서 조용히 흐르고 있었다.
최근 산업화로 삭막해진 도심 환경에 쾌적한 친환경적인 휴식 공간의 필요성이 증가함에 따라 도심의 복개하천들이 다시 복원되며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하나, 둘 변모해 시민들의 품으로 돌아오고 있다.
포항의 학산천 또한 포항시 4대 하천 복원사업 가운데 시범사업으로 선정되며 지난해 11월 24일 시민들의 품으로 돌아오기 위한 복원사업이 시작됐다.
*생태하천 복원사업의 의미와 목적 및 국내·외 사례
생태하천 복원사업은 수질오염이 심각한 도심의 복개하천들을 생태적으로 건강한 생태하천으로 복원하는 사업이다.
인간의 무분별한 개발로 파괴된 하천을 지역민의 삶이 녹아있는 친환경 생태하천의 원래 모습으로 되돌리는 것에 의의가 있다.
포항시는 학산천을 생태 탐방로, 주민의 휴식공간, 역사·문화 시설 조성 등 소규모 친수공간이 함께 하는 하천으로 만들기 위해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경북도에서도 포항시 학산천, 구무천, 안동시 안기천, 문경시 보림천, 금천, 영주시 금계천, 성주군 성삼천, 울진군 광천 등 13개 하천 46.4km를 지난해 생태하천 복원 시범사업으로 선정했다.
지난해 시작한 학산천의 복원사업은 우현도시 숲, 중앙동 행정복지센터, 동빈내항을 잇는 0.9km의 사업구간을 오는 2023년 8월까지 준공을 계획하고 있다.
생태하천 복원사업은 과거 인간 중심의 개발이 아닌 친환경, 자연과의 공존에 중점을 두며 치수와 환경측면이 복개천 복원사업에 더 중요한 요소로 언급되고 있다.
치수 측면이란 홍수 시에도 잘 견딜 수 있도록 호안과 제방의 안정을 도모할 수 있는 재료 및 공법을 적용해 자연유로 특성에 맞는 자연형 하천 정비계획을 뜻하며 환경측면은 본래 하천이 지닌 자연성을 최대한 살리는 방법을 사용해 생물서식에 유리한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이에 더해 공간측면은 천혜경관의 자연성 보전 및 회복, 시민의 휴식, 문화, 학습, 관찰, 체험 등의 요구를 수렴한 공간을 조성해 정서함양에 기여해 삶의질 향상을 도모하는 것을 주안점으로 두고 있다.
생태하천 복원은 국내·외 다양한 지자체들이 오래전부터 시행된 사업으로 안전성과 효과성을 인증받은 사업으로 국내·외 수많은 지자체들이 이 사업의 효과를 검증하고 있으며, 현재에도 많은 지자체에서 이 사업을 진행 중에 있다.
국내에서는 서울의 청계천, 홍제천, 경기도 양재천, 학의천 등이 생태하천으로 복원돼 주민의 품에서 주민들의 휴식처, 식생물들의 보금자리로 탈바꿈했다.
청계천의 경우 하천오염을 치부 감추듯 도로 밑으로 감춘 50년여 만인 지난 2003년 복원시작해 현재는 서울시의 대표 관광 명소로 자리 잡았다.
성공적으로 복원을 마친 청계천은 시민들의 휴식공간, 여행객들의 주요 관광지로 활용되며 생태하천 복원사업의 표본으로 인정받고 있다.
경기도 과천시의 양재천도 1980년부터 1992년 사이 복개돼 도로, 주차장으로 사용됐지만, 청계천과 비슷한 시기인 지난 2004년 자연하천으로 복원을 시작해 현재 지역민들의 휴식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양재천은 복원 이후 어류와 조류 서식지 복원, 유역별 동식물의 생태계가 복원되며 친환경적인 부문에서 다른 생태하천 복원사업들의 본보기로 떠올랐다.
해외의 지자체들도 우리나라보다 앞서 도심의 복개하천을 생태하천으로 복원해 인간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는 곳을 만들었다.
미국의 프로비던스강, 독일의 이자르강, 영국의 템즈강, 프랑스의 비에브르강, 오사카의 도톤보리천 등이 도시의 생활환경이 크게 개선시킨 생태하천 복원사업의 주요 사례로 손꼽히고 있다.
청계천의 벤치마킹 모델이였던 미국의 로드아일랜드주 프로비던스강은 과거 복개돼 철도, 도로, 건물용지로 사용됐지만, 지난 1979년부터 1990년까지 10년여에 거처 생태하천으로 복구돼 지역민들의 품으로 돌아왔다.
프로비던스강의 복원은 복개천 위로 놓인 철도로 인해 다른 생태하천의 복원보다 더 큰 어려움을 겪었지만 10여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대대적인 복원사업으로 인해 미국에서 가장 가보고 싶은 도시에 순위를 올리며 세계적인 관광지로 각광받고 있다.
포항시의 학산천 복원사업이 성공리에 이뤄지면 양학천, 칠성천, 두호천도 생태하천으로 복원절차를 밟게 될 것으로 포항시 또한 수려한 해양관광에 더해진 생태하천을 낀 수변 관광도시로서 탈바꿈이 예상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