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 북구의 도심 복개하천이었던 학산천이 생태하천으로 복원되기 시작했다.
포항시는 도심 4개 복개하천 중 시범사업으로, 우선 지난 1992년 복개돼 자취를 감춘 학산천의 복원을 결정하고 29년만인 지난해 11월 24일 복원을 위한 첫 삽을 떴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지난 18일 하수박스 철거 공사가 진행 중인 구)수협창고 삼거리 학산천 생태하천 복원사업 공사 현장을 찾아 사업진행사항을 점검하고 관계자들을 격려했다.
학산천은 양학천, 칠성천, 두호천과 같이 포항 도심을 가로지르는 포항의 4대 하천 중 하나였다.
아치골에서 발원해 동빈내항으로 흐르는 2.3㎞의 소하천인 학산천은 과거 생활·농업용수를 공급하며 주민들의 빨래터이자 아이들의 놀이 공간이었다.
학산동의 어르신들은 “여기 물이 아주 맑지는 않아도 붕어를 낚고 그랬다”며 과거 학산천의 모습을 그려냈다.
하지만 학산천은 지난 1960년대, 70년대를 지나면서 급속한 산업화, 도시화의 영향으로 주거단지와 상업단지 등이 구성되면서 오염되기 시작했고 전국의 도심하천들이 그러했듯이 콘크리트 박스로 덮힌 복개천으로 전락했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도시들이 산업화, 도시화에 따라 도시의 발전을 위해 소중한 자연자산인 ‘하천’을 희생시켰듯이 포항의 학산천도 복개천으로 희생되는 수순을 밟았다.
당시에는 기술의 부족과 경제적 여유가 없어 하천을 개선시키기 보다는 복개하는 것이 도시의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도시의 이미지를 높이는 방법이라는 인식이 팽배했기에 학산천의 희생은 불가피했다.
포항의 도심을 가로지르던 학산천이 햇빛을 받지 못하는 복개천이 되고 하수도와 도로를 사용되면서 하천으로서 관리를 제대로 받지 못해 악취와 파리, 모기 등 해충이 발생하는 근원지가 되는 것은 당연했다.
또 도심의 수변공간인 학산천이 사라지면서 열섬 현상의 요인으로 떠올랐고 도시공간을 삭막하게 하는 것은 물론 동빈내항으로 흘러드는 하수가 바다를 오염시키는 문제까지 낳았다.
다행히 전 세계적으로도 복개하천을 복원시키는 붐이 일고 서울의 청개천이 생태하천으로 복원돼 좋은 친환경 사례로 주목되면서 포항의 복개된 도심하천들도 생태하천으로 복원시키자는 여론들이 높았다.
이에 포항시는 원도심의 노후화와 인구 감소로 침체된 복개하천 주변을 생태하천으로 복원해 도시재생 및 지역 활성화를 유도해 나가기로 했다.
또 복개하천의 생태 복원을 통해 수질을 개선하고 수생태계를 회복해 도시환경을 친환경 공간으로 확보하는 등으로 시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포항시는 지난 2019년 4월 학산천 생태하천 복원사업에 대해 행정안전부로부터 지방재정투자심사 승인을 받고 그해 6월 대구환경청의 기본계획 수립검토 완료하면서 본격적인 사업에 착수했다.
주민설명회를 통해 주민들에게 학산천의 복원계획을 알렸고 경북도와 대구환경청, 환경공단 등과 관련절차를 매듭지은 포항시는 올해 1월 25일 2년6개월이 걸리는 학산천 생태하천 복원사업을 착공했다.
오는 2023년 8월 준공을 예정한 학산천 복원사업은 우현도시숲에서 중앙동 행정복지샌터를 경유해 동빈내항까지 0.9km에 복개구간을 철거하고 하수관로를 정비하며 구 도심지역의 옛 물길을 복원하는 폭 9m의 생태하천을 조성하게 된다.
총 404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되는 이 사업은 3개 구간으로 나눠 생태문화·생태힐링·생태복원구간 등으로 조성한다.
각 구간에는 학산나루끝마당, 물결맞이마당, 생태물길마당 등 시민을 위한 테마별 친수 공간으로 꾸며진다.
과거 육로와 해로의 길목인 ‘나루끝’을 형상화한 나루데크와 실개천, 워터스크린을 설치한다.
또, 산책로와 물고기 관찰마당 등 친수·생태체험 공간을 만들고, 수질 정화용 수생식물도 심어 ‘자연친화형 교육 장소’로 탈바꿈할 계획이다.
포항시는 학산천 생태하천 복원사업을 통해 우현도시숲과 연계한 녹지축을 조성해 포항시를 녹색수변도시로 변모시킨다는 계획이다.
특히 포항시는 학산천 복원구간이 우현도시숲을 거쳐 동빈내항으로 이어지는 지리적·생태적으로 중요한 위치인 만큼, 이번 사업을 통해 시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도심환경개선을 통한 지역상권 활성화도 기대하고 있다.
또 ‘학산지구 도시침수 예방사업’도 함께 추진해 상습 도시침수지역인 이 일대를 학산 배수구역으로 정하고, 총 넓이 4.07㎢ 구역에 기존 우수관로 정비 및 펌프장을 설치해 도시침수 피해방지 등 시너지 효과를 도모할 예정이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지속가능한 도시 발전을 위해 지금의 하천을 생태하천으로 바꿔야 하며 도심에 흐르는 물길을 활용하면 포항이 수변친화도시가 될 것이다”고 확신했다.
시민들도 “대한민국 산업화를 견인한 회색빛 철강산업도시 포항시가 이제는 녹색 생태도시로 진화하고 있다”며 자연친화형 친수공간으로 변모할 학산천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포항시 관계자는 “도심 4개 복개하천 중 시범사업으로 우선 선정돼 추진되는 학산천 생태하천 복원사업은 공사기간 동안 시민불편 최소화를 위해 구간별로 나눠 첨단공법을 적용해 진행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불가피하게 교통통행 불편과 소음·공해 등이 생활불편이 예상되므로 시민 여러분의 적극적인 협조와 양해를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한편 포항시는 시범사업인 학산천 생태하천 복원사업을 성공리에 완공한 후 양학천, 칠성천, 두호천의 복원사업도 순차적으로 진행할 계획으로 수변친화도시 조성에 만전을 기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