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계획수립, 1991년 조합설립…사업 실시 30년째 보상 진행중
불투명·불분명한 사업추진으로 조합원 불신 쌓여…“운영진 교체해야”
신규 아파트 사업자 나섰음에도 조합이 체비지 확보 못해 사업 반려
조합원·주민들, 수십년째 재산권 행사 제한 당해
방치된 나대지에 폐기물만 쌓여가

ⓒ김창숙 기자

경주 도동지구 토지구획정리사업이 30년째 제자리다.

불투명한 조합운영은 아파트 건설 사업자가 나타나도 체비지를 확보하지 못해 ‘들어오는 복’도 떨쳐야 할 정도로 부실운영이 심각하다. 경주시도 속수무책으로 바라만 볼 뿐이어서 문제는 커져만 가고 있다.

경주 도동지구 토지구획정리사업은 동방동과 도지동 일원 35만5000㎡에서 추진되고 있는 사업이다.

지난 1990년 개발계획 수립과 지구 지정 이후 30년이 넘도록 아직도 ‘공사 중’인 상태로 방치돼 있다.

30년간 사업이 방치돼 오면서 조합원과 주민들은 재산권 행사를 제한 받고 지정 환지의 등기조차 제대로 할 수 없는 처지에 불만이 커져가고 있다.

조합원과 지역 주민들은 문제의 원인이 “조합의 방만하고 불투명한 사업 추진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합 측은 “일부 주민의 반대에 의해 공사가 지연되고 있다”고 주장하며 서로에게 책임을 미루는 양상이다.

조합원과 조합 운영진 간의 갈등은 결국 수십 건에 이르는 소송과 법적 제재로 이어져 정상적인 사업 추진은 갈수록 어려워지는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다.

◇아파트 시행사 나서도 조합이 토지확보 못해 사업 반려
최근 한 건설사는 도동지구 내의 아파트사업을 위해 경주시에 사업승인 신청을 제출했지만 경주시는 토지소유권 미확보를 이유로 사업신청을 반려했다.

조합이 지난 2016년 사업계획변경을 승인 받고도 일반 환지를 집단 체비지로 지정하는 환지계획변경승인을 지금껏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조합이 개인 소유의 환지에 대해 대체지 교환 등의 보상을 제대로 하지 못했고, 지장물(주택 등)에 대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아 벌어진 일이다.

경주시 관계자는 “사업계획 변경 승인 이후 조합은 변경된 사업계획에 맞춰 환지계획변경안을 제출하고 인가를 받아야 하나 여태껏 아무런 신청을 해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조합 측 관계자는 “일부 주민들이 건물 철거와 감정가에 의거한 보상을 거부하고 있다”며, “현재 반대 주민 6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으며, 소송 이후 철거가 이뤄지면 곧바로 사업을 재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조합원 A씨는 “현재의 조합 운영진을 신뢰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사업 초기 조합을 믿고 환지 배정을 받은 조합원 중 다수가 아직도 지장물 보상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는데 그때보다 재정상황이 더 나쁜 조합에 누가 믿겠는가”라고 말했다.

조합원 B씨는 “조합의 말만 믿고 살던 집을 허물고 지금의 땅에 왔는데, 보상금을 아직도 다 받지 못했다”며, “항의하면 백만원, 이백만원씩 달래는 식으로 주는데 그렇게 지나온 세월이 30년이다”고 한탄했다.

결국 조합 측이 체비지 및 지장물 등의 보상에 대해 분명한 처분절차를 행하지 않은 탓에 조합원들의 신뢰를 상실해버린 것이 사업 추진의 발목을 잡게 된 것이란 주장이다.

하지만 조합은 여전히 사실상 사업 중단의 원인을 조합원들의 비협조와 더 많은 보상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문제의 원인을 조합원에게 돌리고 있다.

◇점차 황폐화돼가는 마을, 쌓여만 가는 주민 피해
조합과 조합원간 불신 속에서 30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도동지구는 점차 황폐화되어가고 있으며, 주민들의 피해는 날이 갈수록 더 커져 가고 있다.

도동지구는 현재 85%의 공정이 진행된 상황으로 도시가스, 상하수도 관로 설치가 완료되지 못해 배정받은 환지에 건축을 하더라도 준공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또 재산상으로도 지상권에 대해서만 인정받을 수 있어 금융권에서의 대출 역시 대지비를 제외하고 담보 설정만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개발이나 주거를 목적으로 토지를 매입하고도 자금을 마련하지 못해 끝내 나대지로 남겨지는 경우가 허다하게 발생하고 있고 방치된 땅에는 각종 폐기물들이 쌓여가고 있다.

또 도시 기반시설의 미비로 인해 재난의 위험에도 노출되어 있는 상태인데, 지난해 쏟아진 집중호우에 우수관로가 역류하며 마을이 물에 잠기는 일이 발생하기도 해 주민들은 다가오는 여름철, 같은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불안감 속에 쌓여있다.

이에 대해 경주시는 “‘민간 차원의 일’, ‘사인(私人)간의 거래’이기에 지자체가 개입할 권한이 없다”며 소극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나마 최근 피해 주민들의 항의와 진정이 이어지자 “주민공청회 등을 통해 조합과 조합원 간 소통의 자리를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도시개발업계는 “도동지구는 납득하기 어려울 만큼 오랜 시간을 지체되며, 많은 소송과 압류, 채무가 얽혀있어 관리·감독 기관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사업의 허가권자인 경북도 또는 사업연장 승인권자인 경주시가 주민 피해를 명분으로 직권조사를 하기에 충분한 조건이이기에 이를 통해 조합의 재정상황과 사업 이행능력을 정확히 파악한 후에 사업연장을 승인해야 할 것이며, 그 과정을 조합원에게 공개하고 운영진 교체 등의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한편 도동지구 토지구획정리사업은 현재 사업 계획상 오는 6월 30일이 준공 예정일이며, 조합은 이 시기에 맞춰 사업연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그동안 경주시는 조합의 사업연장 신청에 별다른 심사 없이 승인해왔으나, 최근 이와 관련해 엄격한 심의를 요구하는 주민들의 진정이 있어 경주시의 대응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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