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 268점 등 최고·최초 유물 다수 소장

ⓒ예천군

예천군 감천면에 위치한 예천박물관이 리모델링을 완료하고, 지난 2월 22일부터 개관했다. 신도청 시대 군민의 문화적 자긍심을 고취하고 지역문화 융성 기반 구축에 나선 예천박물관을 집중 취재했다.

예천박물관은 지난 2016년 2월 개인, 문중 등에서 소장하고 있던 유물 1만여 점 기증·기탁 협약식으로 출발해 지금까지 30여 기관·개인·문중의 보물 268점을 포함한 2만 여점의 유물을 확보해 국내 공립박물관 중 가장 많은 보물을 소장하고 있다.

상설 전시실, 세미나실, 사무 공간 전면 개편과 기존 시설에서 부재됐던 수장고, 어린이 체험실, 카페테리아 등을 갖춰 문화유산·보존·관리·연구·전시·교육 기반을 갖췄다.

이곳은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던 왕실의 태실에 대해서도 알기 쉽게 설명해 놓았다. 태실은 왕.왕비를 비롯한 그 자손들의 태(胎)를 묻은 시설물로, 조선 왕실에서는 자손이 태어나면 좋은 땅을 골라 태실을 조성했다.

태실이 태주의 건강과 안녕을 넘어 국가의 운명까지 연관된다고 믿어 국가차원에서 관리됐다.

현재까지 알려진 조선의 왕과 왕비, 추존왕의 태실은 모두 28곳, 예천은 성주와 함께 전국에서 가장 많은 3곳의 태실(문종,제헌왕후,장조)이 있다.

이 외 고려 강종을 비롯, 조선 정조의 장자인 문효세자, 오미봉 태실(태주 미명)이 있다. 예천에 위치한 6곳의 태실을 통해 예천지역이 전국에서 손꼽히는 명당이자 사람 살기 좋은 땅임을 엿볼 수 있다.

박물관 주변에는 서애 류성룡이 지팡이를 놓고 쉬어갔다는 수락대를 비롯,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 수 있는 잔디광장, 그네뛰기·널뛰기·사방치기·투호·제기차기 등을 즐길 수 있는 전통놀이시설이 갖춰져 있어 가족과 함께 지역 역사와 전통문화를 배우고 즐길 수 있어 많은 관광객들이 예천박물관을 찾고 있다.

이곳에는 조선 최초 금속활자 ‘사시찬요’를 비롯해 국내 가장 오래된 ‘옥피리’, 국내 최초 백과사전 ‘대동운부군옥’, 국내 최고 ‘만국전도’, 117년의 국내 최장 일기 ‘박씨가 일기’ 등, 최고, 최초라는 수식어를 가진 유물이 많이 소장돼 있어, 청소년, 문화재 관광객들로부터에 큰 호응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우리나라 최초의 백과사전이자 보물 제878호로 지정된 ‘대동운부군옥’은 각종 문헌에서 단군부터 편찬 당시까지 우리나라 국호·지리·성씨·인명 등 11개의 항목을 분류·발췌해, 한자의 운별로 정리했으며, 임진왜란 이전 자료들의 내용을 담고 있어 한국학 자료의 보고(寶庫)로 평가받고 있다.

현재 예천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는 독도의 역사를 조명하고, 독도가 대한민국의 영토임을 증명하는 한일양국의 다양한 사료를 소개하기 위해 2월 22일부터 5월 31일까지 독도박물관과 ‘충효의 고장 예천, 독도를 만나다’ 공동기획전을 진행하고 있다.

예천박물관은 대동운부군옥에서 일본의 주장을 정면 반박하고 독도 영유권을 입증하는 내용을 발견했다.

섬(島), 사나움(悍), 사자(獅) 등 일반 명사에서 울릉도가 인용되고 있다. 이는 조선 전기 사람들의 사고체계 속에 울릉도가 일상적으로 유통, 활용되고 있는 사례이며, 일본학계의 주장을 반박하는 자료로 평가된다.

취재진은 예천박물관내에 주요 10대 소장품에 대해서 세세하게 살펴 봤다.

▲‘사시찬요(四時纂要)’는 15세기초에 발간된 조선 최초의 금속활자본으로써 조선의 제3대 왕인 태종(1400~1418)의 명으로 주자소에서 조선시대 최초의 금속 활자인 계미자(1403-1420)로 간행된 농서이다.

이 책은 996년 당나라의 ‘한악’이 편찬한 것을 조선 태종 때 국가의 농업발전을 위해 재편찬한 것이다.

‘사시찬요’는 서양 최초의 금속활자본인 쿠텐베르크 ‘42줄 성서(1455)’보다 30년 이상 앞선 금속활자본으로, 우리의 우수한 금속인쇄술을 증명하는 유산이다.

또 이 책은 우리나라 최초의 농서인 ‘농사직설(1429)’을 비롯한 후대의 농업관련 서적에 큰 영향을 끼쳤으며, 혼례, 상례, 이사, 상량, 궁술 등에 관한 내용도 포함돼 있어 농사생활백과와 같은 성격을 지니고 있다.

▲‘희령군 어사금(熙寧君 御賜琴)’은 15세기초의 국내 가장 오래된 거문고로서 경상북도 유형문화재 제241호로 지정된 현전하는 최고의 거문고이다.

조선의 제3대 왕인 태종이 시서예악과 음율에 능통한 아들 희령군 이타(미상~1465)에게 내사한 것으로 거문고 뒷면에는 ‘내사희령군’으로 음각돼 있다.

거문고는 오동나무와 밤나무를 주재료 만들고 명주실과 소가죽을 사용했고, 명주실을 꼬아 만든 6줄의 현을 술대로 쳐서 소리를 내도록 했다.

크기는 길이 120.3㎝, 너비 15.9㎝, 두께 12㎝로, ‘악학궤범’에 기록된 거문고나 보물 제957호 탁영금(15C 말), 국가민속문화재 제283호 옥동금(18C 초), 충청북도 민속문화재 제9호 자양금(19C 중반), 류홍원이 사용한 양양금보다 작다.

▲‘옥피리’는 국내 현전 가장 오래된 옥적으로 1466년 연복군 장말손(1431~1486)이 1466년(세조12) 함경도에 침입한 야인을 물리친 공으로 받은 하사품이다. 장말손은 세조로부터 옥피리, 은잔, 패도를 하사받았는데, 그중 패도는 1986년 보물 제881호로 지정되었고 은잔은 6.25 전쟁 때 도난됐다.

‘옥피리’는 “맏사위 집으로 전하라"는 장말손의 전언에 따라 나주박씨 호군 박인량 집으로 옮겼다가 예천권씨 참봉 권오상(1475~1506)집으로 전해졌다.

권오상이 딸을 못가져 예천권씨 초간종택에서 대대로 옥피리를 소장 했다. 초간종택 옥피리는 절대년도가 확실하고, 현전하는 옥피리 중, 가장 오래된 것으로 공예사 및 국악사 연구에 큰 영향을 끼치는 유물이다.

▲‘유엽배(柳葉盃)’는 16세기 유물로 영남지역 대명의리의 3대 상징물인데, 버들잎처럼 생긴 우리나라에서 매우 보기 드문 술잔이다.

이 유물은 초암 정윤우(1539~1605)가 문장이 뛰어나 명나라 신종으로부터 받은 하사품이다. 유엽배는 6점의 버드나무 잎 모양의 술잔으로 구성됐으나, 1점이 분실돼 5점만 전한다.

재료는 구리에 황금을 혼합한 오금이다. 잔의 크기는 각기 다르고, 가장 큰 것 안에 차례로 담으면 한 개의 술잔처럼 보이게 구성됐다.

특히 유엽배는 정조 년간 안동향교의 복두·난삼, 김륵의 ‘대학연의’와 함께 영남지역 대명의리의 3대 상징물로 알려져 있다.

▲‘대동운부군옥(大東韻府群玉)’은 1589년에 저술된 국내 최초의 백과사전으로 초간 권문해(1534~1591)가

1589년(선조22) 저술한 백과사전으로, 책판 667장과 고본 3종 27책이 보물 제878호로 지정됐다.

권문해는 조선의 사대부들이 중국의 역사를 중시하면서 우리나라의 역사를 등한시하는 현실을 안타까워하며, 우리나라 사실을 정리하여 사람들이 쉽게 알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백과사전을 저술했다.

이 책은 원나라 음시부가 지은 ‘운부군옥’의 체제를 따랐으며, 각종 문헌에서 단군부터 편찬 당시까지 우리나라 국호·지리·성씨·인명·효자·열녀·수령·선명·목명·화명·금수 등 11개의 항목을 분류·발췌해, 한자의 운별로 정리했다.

특히, ‘대동운부군옥’에는 우리나라 최초 설화집인 ‘수이전’ 등 지금은 전해지지 않는 임진왜란 이전 자료들의 내용을 담고 있어 한국학 자료의 보고로 평가받고 있다.

▲‘만국전도(萬國全圖)’는 국내 최고 서양식 세계지도로 보물 제1008호로 지정된 함양박씨 정랑공파 문중 전적 유물 중 하나로, 국내 최고의 세계지도이다.

선교사 알레니(1582~1649)가 1623년 편찬한 ‘직방외기’에 실린 ‘만국전도’를 조선 중기의 문신 여필 박정설(1612~?)이 1661년(현종2)에 채색·필사한 것이다.

1993년 9월 동대문구에서 도난 후, 2019년 문화재청 사범단속반에 의해 회수된 유물이다.

특히, ‘만국전도’는 보물 제849호로 지정된 ‘곤여만국전도’, 전라남도 유형문화재 제285호로 지정된 하백원의 ‘만국전도’와 함께 현존하는 3점의 필사본 세계지도 중 가장 이른 시기에 제작된 것으로 문화재 가치가 뛰어 났다.

▲‘윤탕신목패(尹湯臣 木牌)’는 국내 최고의 호패로 1626년(인조4) 제작된 충의위 소속 윤탕신(1584~1656)의 호패로, 경북도 민속문화재 제185호로 지정됐다.

호패법은 조선 태종, 세조대의 강력한 집권력을 바탕으로 실시했으나, 각계의 반대로 시행과 폐지를 거듭했다.

이 패는 임진왜란 후 국가재건 상황에서 제작됐다. 내용에는 그의 신분, 거주지, 성명, 출생연도, 충의위 소속시기, 제작시기 등 인적사항을 담고 있다.

호패 전면에는 ‘충의윤탕신년갑신 거용궁내인일 전 천철육년정월초일(忠義尹湯臣年甲申 居龍宮內寅日 傳 天啓六年正月初日)’이라 기록돼 있다.

현재 문화재로 지정된 호패들과 비교시 윤탕신 호패는 형태, 문구의 형식과 내용, 낙인의 위치와 방법, 머리 부분의 모양 등에서 매우 독특하며, 현존하는 호패 중 가장 오래된 호패로 사료적 가치가 큰 유물이다.

▲‘해동잡록(海東雜錄)’은 국내 최초의 인물백과 사전으로 죽소 권별(1589~1671)이 1670년(현종11) 저술한 것으로, 경상북도 유형문화재 제170호로 지정됐다.

‘해동잡록’은 크게 역사편과 인물편으로 구성됐고, 우리나라 역대 국왕 및 중요 인물을 왕조별·성씨별로 분류, 그들의 학문과 일화를 정리한 책이다.

이 책의 역사편은 ‘삼국사기’, ‘삼국유사’, ‘동명왕편’, ‘제왕운기’, ‘동국여지승람’ 등 다양한 관찬자료와 사찬자료를 참고해 편찬됐다.

인물편은 인조반정과 호란을 겪은 당시 영남지역 선비들의 인물인식이 투영되어 절의를 지킨 사람을 높이 평가하고, 성리학을 도입하였던 인물을 부각하여 소개하고 있다.

특히 인물편 마지막에는 효자편을 두어 효행 사례를 소개함으로써 도덕적이고 윤리적 측면을 중시하고 있는 ‘해동잡록’은 지금은 전해지지 않는 임진왜란 이전 자료의 인물내용을 담고 있어 중요한 유물로 평가받고 있다.

▲‘예천 맛질 박씨가 일기(渚上日月)’는 국내 최장기간 쓰인 일기로 보물 제1008호로 지정된 함양박씨 정랑공파 문중 전적 유물이다.

이 책은 예천 용문면 제곡리에 세거하는 함양박씨 문중에서 1834년부터 1950년까지 6대(박한광-박득령-박주대-박면진-박희수-박영래)에 걸쳐 117년 동안 쓰인 한 집안의 일기로, 국내에서 가장 오랜 기간 쓰인 기록물이다.

일기에는 날씨, 세시의 풍흉, 손님의 출입, 농사의 경작과 수확, 계절의 길흉과 이변, 향토의 사건, 조정의 사건 등 일곱 가지 항목을 기록했고, 가계 출납부 형식을 갖춘 별도의 도상일기도 작성했다.

이 개인 일기는 개인사, 지역사, 국가사, 세계사 등 다양한 주제를 내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역사서에 포함되지 않는 풍부한 자료가 기록돼 있어 역사서를 보완하는 귀중한 자료로 평가받고 있다.

▲‘예천청단놀음’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키를 이용하여 만든 탈로서 매년 정월 초 고을의 무사 안녕을 기원하기 위해 고을 향리층의 주도로 전승되어 온 무언의 탈놀이다.

이 놀음은 1934년의 예천경찰서 낙성식 기념공연을 마지막으로 전승이 중단됐다가 1970년 중반에 故강원희가 조사를 진행해 1978년 ‘예천교육’에 발표했고, 이후 1981년 제22회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의 민속무용분야에서 경북대표로 선정되면서 복원작업이 본격화 됐다.

청단놀음은 광대북놀음, 양반놀음, 주지놀음, 지연광대놀음, 중놀음, 무동놀음 등 여섯 마당으로 이뤄졌다.

특히 네 개의 지연광대탈은 계절과 방위를 상징하는 탈로, 국내에서도 유일하게 키를 재료로 하여 만든 탈을 사용해 우리나라 탈 문화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김학동 예천군수는 “예천 박물관을 통해 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소중한 유물을 도난과 훼손, 멸실 등을 방지하고 학술연구와 상설·특별전시, 교육을 진행하는 등 군민들에게 자긍심을 실어주고 우수한 지역 문화자산을 널리 알릴 수 있도록 노력 하겠다”고 말했다.

예천박물관은 코로나19로 시설물 소독, 사전예약제 등 방역수칙 준수해 운영하고 개관 시간은 동계(11~2월) 9시부터 오후 5시, 하계(3~10월)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로 월요일은 휴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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