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의 민물고기들, 보존을 넘어 새품종 개발로 관상어 시장 선구자 역할
내수면 산업 기술 개발해 경북의 새로운 성장 동력 창조
박재민 연구사, “우리나라 대표 어류학자가 되겠다” 당당한 포부 밝혀
“대중에게 물고기들의 숨은 이야기 전해, 환경보호 공감대 형성하고 싶다”
영남경제신문은 2021년을 맞아 맡은 자리에서 조용히 열정을 쏟아내는 숨은 인재들을 발굴·조명해 그동안의 성과를 알리고 앞으로의 계획과 포부를 함께 나누고자 한다.
본지가 찾아간 인물은 경북토속어류산업화센터(이하 센터)의 박재민 연구사다.
5년간 50여편의 논문을 발표하고, 해양수산 분야 최고 권위의 한국수산과학회 사조학술상을 수상한 뛰어난 연구자인 그를 지난 연말 의성군 비안면에 자리한 토속어류산업화센터 연구실에서 만났다.
인터뷰 내내 주변 수조를 가득 채운 물고기들에 눈을 떼지 못하던 그의 모습을 통해 우리 토종 민물고기에 대한 애정과 연구 열정을 확인할 수 있었다.
Q. 생각보다 젊어서 놀랐다. 연구 성과나 그동안의 공적만 보고 꽤나 연륜 있는 연구자이리라 생각했다.
A. 06학번, 2021년이면 35살이 된다. 박사학위는 2018년도에 받았다. 포항해양과학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전남대에서 학사부터 박사까지 나름대로 쉬지 않고 열심히 해왔다. 하지만 그 과정들이 내가 좋아하는 일이고, 논문 역시 취미라 말할 정도로 즐기면서 해왔기 때문에 힘들거나 하지는 않았다.
Q. ‘토속어류산업화센터’, 어떤 곳이고 어떤 일들을 해왔는지 소개해 달라.
A. 우리 센터는 토속어류들에 대한 집중적인 연구를 수행하며 생태계 복원, 종자 개발, 관상어 산업 기술 개발을 통해 토속어류의 산업적 가치를 발굴하고 증명해내고 있다.
또 단순 연구에서 그치지 않고 양식기술이나 관상어 양산 기술 등을 개발해 농어민들에게 교육하고 소득증대 모델로 만들어 나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런 노력들이 여러 결실을 맺기도 했는데, 세계 최초로 각시붕어와 흰줄납줄개라는 토속 어종의 교잡을 통해 ‘각시납줄개’라는 관상어 품종을 개발하고 2018년에 특허청으로부터 생산기술을 특허 인정받았다.
특허 출원한 산업화 기술은 이 뿐만 아니다. 2017년 ‘자연환경적 계류형 어류부화시스템’, 2018년 ‘에너지 절감형 다기능 순환여과식 사육수조’, 2020년 ‘큰징거미새우 전용 부화수조’를 개발해 특허를 받았다.
이들 특허는 모두 내수면 양식어민들의 소득창출에 기여하기 위한 것들이다. 그리고 특별히 자랑할 만한 것이 있다.
우리 센터는 2018년부터 비단잉어 연구동을 건립해 순환여과식 사육수조 10개조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곳에서 자체 종자생산 한 비단잉어가 ‘한국관상어박람회’에서 2년 연속으로 금상을 수상했다.
이는 공공기관으로서는 최초이자 최고의 성과로 인정받고 있으며, 비단잉어가 워낙에 고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한 품종이라 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또 가치가 높은 잉어는 5만마리 중 10마리 정도밖에 나오지 않는데, 이 같은 생산 기술을 개발하는 데만 보통 20년 정도가 소요된다.
센터가 이들 기술을 대신 개발해 민간에 이전하게 되면 국내 관상어 산업의 성장을 그만큼 더 빨리 견인해낼 수 있다는 것 역시 큰 의미라 생각한다.
Q. 센터에 대한 자부심이 남다른 것 같다. 센터에서는 언제부터 근무했나?
A. 2015년 센터 설립때부터 쭉 근무해왔다보니 그런 것 같다. 그리고 센터와 이 일에 더 애정을 쏟는 데는 다른 이유도 있다. 석·박사 학위를 모두 이곳에서 연구사로 재직하는 중에 취득했다.
필요한 연구자료와 물고기들은 물론 장비가 모두 갖춰진 곳에서 근무하니 연구자로서는 최고의 환경을 선물 받은 것이나 다름 없었다.
그러다보니 센터장님과 선임분들에게 보답해야 한다는 마음이 생기더라. 자연히 연구에 더 집중하게 됐고, 그 덕분에 그동안의 성과들에 힘을 보탤 수 있었던 것 같다.
Q. 그 성과들 중 ‘각시납줄개’라는 새로운 품종 개발이 눈에 띈다.
A. 우리 토종 민물고기 중 각시붕어와 흰줄납줄개라는 종이 있다. 이 둘을 교잡해 새로운 매력의 관상어를 개발해낸 것이다. 수산 동물은 가축이나 작물처럼 품종 등록 절차가 없어 생산기술을 특허 등록한 것이다.
교잡을 통해 생산된 각시납줄개는 아직까지는 종의 안정화가 이뤄지지 않아 인공수정을 통해 생산되는데, 이때의 생산기술을 우리 센터에서 개발한 것이다.
이렇게 개발된 품종이 시간이 흘러 안정화가 되면 양산화할 수 있게 되는데, 이 시점에서 관상어 생산업체에 기술이전을 해 산업화가 이뤄지게 된다.
일본은 교잡을 통해 우수한 관상어종을 개발하고 자연교배까지 가능할 정도의 안정화를 이뤄내는 연구를 오래전부터 진행해와 현재 10여종의 품종 개발을 이뤄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연구와 기술개발을 수행하는 곳이 우리 센터와 나 밖에 없다.
Q. 그렇다면 센터가 국내 내수면 어업, 특히 관상어 사업 관련 연구의 선구자라 할 수 있겠다.
A. 그렇다고 생각한다. 수족관 산업은 앞으로 필연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본다.
산업의 발달로 인한 개발로 인해 갈수록 소규모 자연하천에서 볼 수 있는 어종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인데, 이를 위해 인공수정 등의 방법으로 종을 유지하고 그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그러한 기술을 개발하는 국내 유일의 기관이 우리 센터이다.
Q. 경북에 이런 센터가 있다는 게 도민으로서 괜히 으쓱해진다. 마지막으로 박재민 연구사의 개인적 꿈과 포부가 궁금하다.
A. 고등학교 시절부터 줄곧 물고기들과 함께 살아왔다. 고교시절 실습장에서 물고기들을 살피고 교배를 통해 생산하는 것이 무척이나 즐거운 일이었다.
그런 경험들 때문에 대학 진학 후 자연스럽게 “우리나라 대표 어류학자가 되겠다”는 꿈을 가지고 지금까지 계속 노력해가고 있다. 그리고 또 다른 꿈이 있다.
우리나라 민물고기들이 환경적·유전적 요인으로 인해 매우 힘든 상태다. 무분별한 개발로 인해 서식지가 파괴되고 있고 소멸위기에 처한 물고기 종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이런 문제를 알려 환경보호의 필요성에 대해 대중들과 더욱 공감하게 되길 바라고 있다. 토종 물고기들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제고하기 위한 활동도 앞으로 소망하는 것 중 하나다.
물고기의 생애와 지느러미 모양 등의 개성 있는 생김새들이 어떤 이유로 생겨났는지 스토리텔링의 형식으로 정리해 강의하는 활동을 계획하고 있는데 아직 기회가 없어 소망에 그치고 있다.
그리고 언젠가는 납자루류 어류들에 대한 도감 편찬을 하는 것이 학자로서의 최종 목표이다.
취재진이 방문한 연구동 내 50여개의 수조에 살고 있는 30여종의 물고기들을 살피고 연구하는 박재민 연구사는 그 많은 물고기들이 모두 각자 언제 부화하고, 뼈가 생기고, 눈이 생길지 머릿속에 다 들어있다고 한다.
토종 물고기에 대한 넘치는 열정과 애정을 바탕으로 유수의 논문과 기술을 개발해나가는 그가 경북의 귀한 일꾼이자 보물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우리나라 토종어류의 발전을 위해 힘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