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 가흥동 마애여래삼존상 및 여래좌상ⓒ영주시
​영주 가흥동 마애여래삼존상 및 여래좌상ⓒ영주시

취재진은 지난 9월경, 경북 영주시 가흥동 소재에 위치한 보물 제221호인 ‘영주 가흥동 마애여래삼존상 및 여래 좌상’ 주변에 연립주택을 신축함으로 문화재 주변 역사 경관을 헤치려 한다는 제보를 입수해 지난 13일 현지를 찾아 심층 취재했다.

취재 결과 연립주택 신축사업 내용은 대지면적 1만4611m², 건축면적 630만4981m², 12개동 80세대에 지하1층, 지상 2~3층에 11.25m 높이로 철근콘크리트구조 건물에 석축을 쌓고 문화재 배면로 토지에 산책로를 조성해 잔디, 수목 식재 등 공원화 시킬 계획인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지난 7월 16일 ‘2020년 문화재위원회 제7차 건축문화재분과 심의위원회’에서 10명 전원 부동의를 받아 보류돼, 신청인이 재심의를 요청해 지금 이에 대한 사안을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취재진은 역사적 고증 가치가 높은 문화재를 보존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부동의 된 것은 옳은 결정이라는 사고를 지닌 채 현상을 살펴봤다.

이 연립주택 신청지는 마애불 보호구역으로부터 40~60m 이격된 위치로 마애불의 배면과 측면에 해당되며, 배면부는 산봉우리에 가려 보이지 않고 측면부는 건물 신축시 일부 옹벽과 건물이 보이는 상황이다.

마애불 배면부는 보이지 않아 경관 저해가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되나 측면부는 옹벽과 건물의 배치를 조정함이 좋겠다는 의견이 게진 됐으며, 건물 신축 시 진동에 대한 조치는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사업 시행 전에 부지에 대한 유구 조사를 선행함이 좋겠다’는 의견으로 참석인원 10명 모두 ‘건물 밀집도가 높고 역사 문화 경관을 저해할 우려가 상존한다’고 해 부결된 사안이었다.

먼저 문화적 가치가 높은 보물221호인 영주 가흥동 마애여래삼존상 및 여래 좌상은 도대체 언제 조각된 것일까를 살펴봤다. 원래 이 보물은 대형 하천앞에 조각되지 않았지만, 대홍수로 지류가 변해 현 보물 앞으로 지금의 서천으로 흐르게 됐다.

이 보물 부근을 포함한 주변에는 큰 절이 있는 마을이라 하여 ‘한절마(大寺洞)’라고도 하는데, 1961년 영주 대수해 이전까지 이곳 마을에서 불상과 석탑재가 발견됐다.

1963년 1월 21일에 보물 제221호로 지정된 통일신라시대에 조각된 이 보물은 약 1200~30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규모양식은 석불상 4구로 본존불 330㎝, 우협시 198㎝, 좌협시 195㎝, 마애여래좌상 81㎝로 돼 있었다.

이곳으로 간간히 불자들이 본존불 하단에 마련된 단상을 찾아 합장제례를 올리고 불자 이름표를 달며 복을 비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아주 낮은 야산에 조각된 보물 제221호인 영주 가흥동 마애여래삼존상 및 여래 좌상은 커다란 삼각형 의 화강암 벽을 쪼아서 가운데 넓은 면에는 좌상의 본존을 조각하고, 좌우 입상의 협시보살을 새겨 넣어 조각했다.

왼편에는 2003년에 새로이 발견된 마애여래좌상이 자리하고 있는 삼각형의 바위를 적절히 이용, 안정감 있는 구도를 이루고 있다. 조각 수법은 고부조(모양이나 형상을 나타낸 살이 매우 두껍게 드러나게 한 부조)로 거의 원각에 가깝게 처리하고 있는데, 이 수법은 인한 봉화 북지리 마애여래좌상(국보 제201호)에서도 볼 수 있다.

사각형에 가까운 본존불은 소발(素髮)의 머리위에 큼직한 육계가 표현되었고, 얼굴은 팽팽한 뺨, 큼직하고 듬직한 코, 꽉 다문 입 등으로 장중하면서도 활력이 넘친다. 눈은 비록 손상됐지만, 코와 입은 솜씨 있게 처리됐으며, 어깨까지 내려온 긴 귀는 굴곡 있게 묘사됐다.

가슴은 당당하며 어깨의 굴곡은 발랄하고도 생명감이 넘치게 표현됐다. 법의는 두껍고 묵직하며 기운찬 옷선에서 장중한 힘이 나타난다. 양 손목에서 내려진 옷자락은 돌림무늬의 옷 주름을 이루면서 무릎까지 내려오는데 봉화 북지리 마애여래좌상과 동일하게 손 모양도 흡사하다.

광배는 자연암석에다 상단이 뾰족한 보주형으로 새겼고, 원형 두광은 곡선으로 표현됐다. 두광의 중심에 복판연화문을 새기고 이 둘레에 3구의 화불과 화문을 배치했고, 두광 밖의 외연부는 화염문이 조각됐으며, 대좌는 복판연화문 팔엽을 앙련으로 조각했는데 꽃잎 끝부분이 뾰족하다.

왼쪽 보살상은 한 손은 어깨까지 들어 올리고 다른 손은 가슴에 대고 있지만 신체 형태나 선은 오른쪽 보살과 유사하다. 두 눈을 파내 얼굴의 감정을 느낄 수 없지만, 둥글고 풍만한 얼굴임이 틀림없다.

넓은 가슴, 어깨위로 걸친 왼팔, 배에 댄 오른팔에서 강한 남성적 기질을 느낄 수 있고 특히 묵직한 천의의 묘사로 이 점이 더욱 강조된다. 그러나 두 가닥의 자락을 전면에서 옆으로 내려뜨리고 있는 것이라든가 풍만한 수법은 남성적인 자세에 율동감을 주기도 한다.

바른쪽 보살상은 왼쪽 보살상과 비슷하게 표현됐지만 보관에 보병이 묘사되었다든가 원형 두광을 지니고, 두 손은 가슴 앞에서 합장을 한 채 정면을 바라보고 있는 점 등은 다른 형태이나, 본존상과 마찬가지로 우수한 조각기술에 의해 조각됐음을 보여주고 있다.

2003년에 새로이 발견된 마애여래좌상은 본존불과 비슷한 양식으로 생동감 넘치는 얼굴 표정과 묵직한 느낌의 옷 주름 표현, 보주형 2중광배와 바위면을 안쪽으로 파고들어간 감실형 등 고식의 조각기법들이 불상의 품격을 한층 돋보이게 한다.

이 불상은 영주지역을 중심으로 한 통일신라 초기의 불교조각양식을 대표하는 것으로 7세기 후반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필자는 이와 같은 문화재 주변의 현 경관을 세세히 취재하면서 이 보물221호로부터 왼쪽 130m 떨어진 측후방 지역에 건물 2~3층의 연립주택 80세대를 신축하는 것에 대한 문화재 심의위원들의 부동의에 대해 상당한 의문을 감출 수 없었다.

즉, 지금은 문화재 주변의 건물 신축에 대한 규제가 많이 완화된 시점인데다 영주 가흥동 일대는 현지 조사관들의 의견과는 달리 문화재와 이격 거리가 보호구역에서 130m나 떨어져 있어, 문화재 보호구역으로부터 40~60m 이격돼야 한다는 규정을 훨씬 더 충족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또 신축되는 연립 주택이 마애불의 배면과 측면에 해당되는데, 배면부는 산봉우리에 가려 보이지 않고 측면부는 일부 옹벽과 건물이 보이는 상황이 연출 될 수 있지만, 측면부의 옹벽과 건물의 배치 각도를 조정해 신축한다면 큰 문제점이 없을 것으로 여겨졌다.

특히나 건물의 높이가 문화재의 경관을 헤치는 것이 없기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여져, 영주 가흥동 마애여래삼존상 및 여래좌상 주변 연립주택 신축에 대한 ‘국가지정문화재 현상변경 등 허가’ 신청 부의는 재조명돼야 할 것으로 여겨졌다.

오히려, 마애여래삼존상 및 여래좌상 우측면 약 70m 지점에 1993년도에 건립된 임대아파트인 영주 가흥 주공1단지, 2단지 15층 주공 아파트 대해서는 그 당시 어떠한 문화적 심의가 없었는지 취재 간 의문이 제기 됐다.

솔직히 이 아파트로 인해 국가 보물인 영주 가흥동 마애여래삼존상 및 여래좌상이 아침 일찍 해가 뜰 때 해를 가림은 물론, 고층 건물로 인해 보물의 문화재 가치가 초라하게 여겨져 그 품격을 훨씬 더 떨어뜨리는 원인이 된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반면에 좌측면 측후방 130m 이격된 곳에 신청된 연립주택은 본존불상은 물론, 좌우 협시의 어는 부분도 전혀 피해를 주지 않는데다 경사각을 보더라도 140~150도 되는 지점이라 전혀 문제 소지가 엿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곳이 부동의 처리된 것을 볼 때, 1990년대가 아무리 개발이 무르익은 시대라 하더라도 필자의 고개를 갸웃하게 함을 감출수 없어 이러한 문화재심의위원회에 대한 영주시의 입장을 여쭤봤으나, 답변을 하기가 매우 난감한 듯 보였다.

결론적으로 앞에 언급된 여러 사안들을 충족시켜 준다면, 보물 221호인 영주 가흥동 마애여래삼존상 및 여래 좌상이 위치한 곳으로부터 좌측면 130m 지점에 연립주택이 들어서도 전혀 보물의 경관을 헤치거나 떨어뜨리는 것과는 상관이 없을 것으로 여겨졌다.

오히려 본존불상 우측면의 15층 고층 임대아파트 건물이 있기에 좌측면에 2~3층 연립주택을 신축한다면, 가지런히 정돈된 아파트 좌우 균형을 맞춘 중앙지점에 이 보물이 위치함으로 보다 미관상 문화재 가치가 더 나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이 불상 주변을 공원화 할 계획이 있다고 하기에 보물221호 문화재 보존지역의 훼손 여부가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 공원화 조성 시 떡갈나무 대신에 황금송을 식재해 보완한다면 이 불상의 기개에 걸 맞는 황금송의 절개가 어우러지는 조합이 만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또 우측면 고층아파트에서 삼존불로 구름사다리 계단 데크를 설치해 등산로에 연결시키거나 좌측면 연립주택 부지에서 삼존불 방향으로 등산로 데크길을 만들어 보완한다면 이곳의 보물이 한 층 더 문화적 가치가 돋보이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끝으로 이번 취재에 도움을 아끼지 않으신 K모씨(56, 문화재팀장, 31년 경력)의 해박한 식견의 가르침에 깊은 감사를 보내며 영주시의 무한한 발전과 문화재의 고증 가치가 보다 잘 보존되기를 기원한다.

저작권자 © 영남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