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 수소에너지 신기술 개발...온실가스 없는 그린에너지 상용화 목표
원자로 열유체 전문가...경북·포항 수소경제 국내 주도 이끌 것
이재영 한동대 기계제어공학부 교수는 지난 4월 에너지융합기술연구소(ECTI)를 설립, 초대 연구소장을 맡아 국가적 아젠다 핵심과제인 무결점 청정 수소에너지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교수는 국내 최고의 원자로 열유체 전문가로서 포스코 석좌교수를 겸임하고 있다.
세계 각 나라에서 뿜어내는 온실가스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는 지구 환경을 살리기 위해 탄소가스(CO2)를 배출하지 않는 자동차, 선박 등의 연료로 사용되는 그린 수소에너지를 개발해 상용화하는 것이 목표다.
이 교수와 최승광 연구소 전략기획본부장 및 박사급 연구팀은 이론적으로 가능하나, 지금까지 세계에서 한 번도 상용화를 시도하지 못한 중고온 수증기 전기분해 방식으로 고순도 청정 수소 생산과 고효율의 신에너지, 재생에너지 전력을 생산하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특히 포스코 등 용광로, 소각로, 발전소 등의 폐열로 자연적으로 생산되는 중고온의 수증기를 고체산화물 전해전지(SOEC)와 반응시켜 청정 수소 생산할 수 있는 시스템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중고온 수소에너지를 통해 전력을 생산하는 기술과 설비는 국내는 물론이고 전 세계적으로 미개척 분야인 것으로 알려졌다. 차세대 먹거리 산업이다. 현재 연구소는 SOEC를 이용한 고순도 수소와 고효율 전력시스템의 설계와 테스트 모델을 제작하고 있다.
이 교수는 “전 세계에서 수소에너지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글로벌 에너지 페러다임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선제적 기술 개발과 사업화를 통해 한국이 헌정 최초 에너지 수출국이 되는 것이 희망”이라고 피력했다.
이어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분야인 만큼 지자체, 지역 대학, 기업과 협업해, 현재 국가 수소연료전지 발전 클러스터를 추진 중인 경북도와 포항시가 수소경제 분야만은 국내 및 세계에서 주도할 수 있도록 관련 기술 연구와 개발로 뒷받침할 것”임을 강조했다.
【인터뷰】 한동대 에너지융합기술연구소 이재영 초대 소장
한동대, 세계 최초 차세대 ‘중고온 수소에너지’ 개발…상용화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2050년 탄소 중립 목표로 나아갈 것’임을 천명했다.
또한 정세균 국무총리는 대통령 시정연설 전 10월 15일 정부서울청사에 개최된 제2차 수소경제위원회에서 “수소에너지 분야는 아직 확실한 선두주자가 없어 한국이 충분히 ‘퍼스트 무버(Flrst Mover, 시장선도자)’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수소경제 전환을 앞당기기 위해 수소 모빌리티, 수소 공급 인프라, 수소 핵심기술 개발, 수소 시범 도시 등에 8000억원의 예산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재영 한동대 기계제어공학부 교수는 국내 최고 원자로 열유체 전문가로서 올해 4월 에너지융합기술에너지 연구소를 설립, 초대 연구소장을 맡아 세계 최초 차세대 친환경 중고온 수소에너지 개발에 불을 당겼다.
이재영 ECTI 초대 연구소장 겸 포스코 석좌교수를 만나 차세대 미래 먹거리 산업인 청정 수소에너지 개발에 대해 국내외 현황 등을 알아본다.
Q.한동대 에너지융합기술연구소(ECTI)를 소개하면
A.경북 동해안이 갖고 있는 원자력, 해양, 풍력, 태양광 에너지의 안전과 고효율화 및 수출 전진기지화를 위한 핵심 기술과 더불어 정부가 추진하는 에너지 믹스와 관련한 융합방안, 4차산업시대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한 에너지 기술사회의 대안을 찾는 과학기술-경제-인문-법의 다학제적 융합을 추진하는 연구소이다.(다학제:학문과 학문 사이)
연구소는 과학기술분야에 기계제어공학부의 저를 포함한 교수님들, 글로벌 경제 분야에는 최승광 본부장, 원자력분과는 이권영 본부장, 기술-사회분과는 손화철 본부장이 섬기고 있다.
교육부지원 CK사업을 포스텍이 참여대학으로 5년간 수행했으며, 다양한 국가 R&D와 POSCO를 비롯한 주요 에너지소비 및 생산 기업과의 연구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Q.수소에너지란 말은 아직 생소하다. 어떤 것인가
A.탄소를 태우면 이산화탄소가 나오면서 열이 나오듯이 수소도 태우면 물이 나오면서 열이 발생한다. 이 열을 이용해 발전소를 돌리면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탄소는 석탄, 석유, 천연가스 등에 많은데, 이런 연료를 화석연료라고 부르고 여기서 온실가스가 나와 지구온난화의 위험을 안겨주고 있다.
수소는 태우면 물이 나오기 때문에 지구온난화의 문제가 없는 청정한 연료이다. 다만 자연계에 수소가 많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수소는 에너지를 따로 들여서 만들어 내야하는 연료다.
또한 수소는 연료전지라는 기계를 사용하면 바로 전기를 생산할 수 있어 자동차를 비롯해 냉난방 등 우리의 일상생활에 쓸 일이 많은 재주꾼이다.
Q.세계 각 국가 및 기업 등에서 수소에너지 개발에 왜 적극적으로 뛰어드나
A.지구온난화에 적색등이 켜졌기 때문이다. 탄소 제로사회로 가기 위해서는 에너지 생산과 소비과정에 이산화탄소를 비롯한 온실가스가 나오면 안 된다. 그래서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를 주목하고 있고, 원자력에너지에 대해서도 온실가스의 관점에서는 탄소제로 에너지로 분류할 수 있다.
그런데 전기로 쓰고 남는 전기를 배터리에 축전해서 쓰는 방식은 아직도 기술성숙도가 낮아 화재등 사고가 많이 보고되고 있어, 오히려 P2X 즉 전기에서 물질, 수소를 생산하는 기술이 선호되고 있다.
일단 수소가 생산되면 이것으로 직접 연료로 사용할 수도 있고, 다양한 합성 물질을 만들어 사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수소사회로 나아가야 된다고 본다.
유럽연합의 경우는 북해의 풍력에너지를 활용하는 전략, 호주는 석탄을 개질하면서 탄소포집을 하는 전략, 미국 등은 원자력수소 등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아쉽게도 한국과 일본은 로드맵에 해외로부터 수입과 같은 단어가 아직 보이고 있다. 그러나 조만간에 우리도 강력한 수소 생산국은 물론이고 수출국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 확신한다.
Q.수소에너지를 개발·생산하는데 여러 방식이 있나
A.수소가스는 무색무취다. 그런데도 회색수소 녹색수소 이렇게 불러서 수소가 서로 색깔이 다른 것이 있나 착각하게 된다. 이것은 수소 생산과정에 탄소가 쓰이느냐의 여부로 결정하는데, 탄소가 참여하면 회색수소, 탄소가 안 쓰이면 녹색수소라고 한다.
회색수소는 석탄이나 천연가스에 고온증기를 넣고 촉매 하에 반응을 시키면 수소와 이산화탄소가 발생하여 이를 분리하여 얻는다. 개질수소라고도 한다. 가격이 저렴하여 현재 산업공정에 많이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이산화탄소와 같은 온실가스 처리가 문제다.
녹색수소는 기본적으로 물을 깨뜨려 얻는 수소다. 물을 전기 분해하면 수소와 산소가 발생한다. 우리가 아는 전기 분해 방식으로 하면 효율이 매우 낮아 수소가격이 천정부지로 높다.
그런데 과학기술자들이 효율이 50% 이상 되는 방법을 여러 가지 개발해 놓아서 이를 통해 물을 깨뜨리는 방법으로 생산하고 있다. 이것에는 온실가스가 전혀 개입되지 않는다. 다만 이에 사용되는 전기 에너지가 화력발전소에서 온다고 하면 또다시 온실가스 문제가 생기니, 여기 사용되는 에너지는 탄소제로 에너지여야 한다.
Q.한동대 ECTI는 어떤 방식으로 수소에너지를 연구·개발하나
A.한동대학교 ECTI는 녹색수소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탄소를 많이 사용하는 제철산업을 탄소 제로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따라서 신재생에너지에서 얻어지는 간헐적인 전기로 수소를 생산하는 것과 더불어 미래형 고유안전 원자로기술을 사용하는 것도 연구에 포함하고 있다.
수소 생산 연구 목표는 매우 선명하다. 즉 스트라이크 존을 섭씨 500도 정도의 중고온 고체산화물연료전지 기술에 두고 있다. 이 온도는 철강공정의 폐열과 토륨 용융염원자로와 같은 미래원자로의 가동조건이어서 열을 얻기 쉽고, 재료적으로도 다루기 쉽다.
다만 고체산화물 연료전지가 900도 이상의 고온에서 작동하는바, 이것을 같은 수소생산효율을 유지하면서 500도에서 작동하는 격막을 개발하는 것이 관건이고, 그것을 대면적화 하는 것이 또한 관건이다. 그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Q.한국을 포함한 세계 각 국가의 수소에너지 개발 현황은
A.수소는 지금도 생산이 가능하다. 다만 경제성이 문제다. 철강공정을 바꾸려면 수소단가가 kg당 1050원 정도이어야 하는데, 현재 단가는 이보다 훨씬 높다. 미국의 목표는 kg당 2달러이고 이를 위해 관련 연구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다. EU 역시 그렇다. 호주도 마찬가지이다.
호주 같은 경우는 한국이나 일본에서 수소를 생산할 것을 대비해서. 수소 수송에 어려움을 극복하고자 수소를 암모니아로 바꾸어 보내고, 암모니아에서 바로 전기를 뽑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일부 매우 창의적인 시도도 많은데, 일예로, 스마트 마그네슘 사이클의 경우는 자동차 연료통에 물을 담고, 카트리지에 마그네슘 나노파우더를 넣은 다음 운전을 하면 연료통의 물을 증기로 만들어 카트리지에 넣어 마그네슘을 산화시키면서 물에서 수소가 생산되는데, 즉석 생산된 수소로 엔진을 돌리는 개념이다. 물로 가는 자동차다. 이외에도 다양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미국은 원자력 관련 벤처가 활발한데, 대표적인 주자는 빌 게이츠가 지원하는 용융염원자로 프로젝트다. 이들은 한결 같이 원자력 수소를 옵션으로 놓고 있으며, 아이다호 연구소 같은 경우는 원자력 수소생산을 위한 데모플랜트를 십여년간 운영하기도 했다.
Q.수소에너지가 실용화 되면 인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나
A.수소에너지가 실용화된다고 해서 우리의 삶이 대폭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우리는 에너지의 생산과 소비과정에 이산화탄소와 같은 온실가스, 그리고 무엇보다 미세먼지와 같은 부분에서 자유로워 질 것이다.
지구의 온도가 안정화되면 코로나와 같은 대역병도 많이 감소할 것으로 본다. 수소에너지가 만들 미래는 친환경이고 안전하고 건강한 인류를 만들어 줄 것이다.
Q.이재영 교수는 원자로 열유체 전문가다. 그동안 이뤄낸 연구 성과는
A.처음에는 원자력 안전에 관련한 이상유체의 지배 방정식을 개발하고 유도하는 이론물리학의 길을 걸어갔다. 그러다가 연구년(재충전 기간)에 캐나다 가서 서구 대학교의 실험실이 얼마나 실험정신으로 충만한지를 보고는 충격을 받아 이론과 실험을 병행하는 연구를 이후에 계속하고 있다.
측정 장치 관련한 연구는 전자장 토모그라피 기술, 펨토레벨측정 등이 있고, 열에서 직접 전기를 뽑는 열전발전, 마찰전기를 뽑는 트리보일렉트릭 등을 연구하고 있는 중이다.
원자로 기술에는 인쇄기판형 사고저항성 고효율 핵증기 발생기 기술, 원자로 사고 시 다양한 안전해석, 발생하는 유독 방사성 물질 흡착제거 등과 미래형 원전 설계를 하고 있다,
Q.미래 먹거리 산업, 세계 최초 청정 중고온 수소에너지 개발에 대한 각오는
A.어떤 일이든 최초란 존재한다. 중고온 수소에너지 개발 관련 열화학반응이 많이 연구됐고, 고체산화물전기분해 방식은 이제 시작단계이다. 적절한 물질배합은 연금술에 가깝다. 그리고 배합된 나노입자를 성형하여 대면적화 하는 일도 아직 걸음마 단계다.
연구개발자는 이런 상황이 어쩌면 블루오션일 것이다. 그래서 이 일에 달려들었고, 의미 있는 결과로 답하고 싶다. 99%의 노력과 1%의 영감. 저는 99%의 노력을 할 각오가 되어있다. 동시에 1%의 영감을 줄 신의 가호와 은총을 기도하며 개발하고 있다.
Q.정부, 지자체, 기업 등에 바라는 희망 사항이 있다면
A.균등한 기회는 항상 도전을 받을 것이다. 이미 얻은 기관의 명성이나 기타의 요인이 다양한 방식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에너지 산업 자체가 갖는 국가주도성에서 일부를 자유로운 도전 연구에 지원하면 좋겠다.
그리고 장기간 지원도 필수적이다. 아울러 기업과 연계를 맺도록 해 연구를 위한 연구가 아닌 상용화의 가능성을 높이도록 지원 체계를 만들어 주길 바란다.
Q.포스코 석좌교수다. 역할은 무엇인가
A.석좌교수는 원로 중에 원로 교수다. 비교적 젊은 나이(55세)에 석좌교수가 됐다. 벌써 4년차다. 석좌교수가 되도록 계기를 마련해준 김순권 옥수수 박사에게 감사하다.
포스코는 수소생산에 마그네슘 사이클 연구 및 중저온 수소에너지 등을 연구개발해 국가적으로 인정하는 성과물을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지난 몇 년간 포스코의 현장문제를 잘 해결해 명예가 아닌 쓸모 있는 석좌교수로 인정받아 뿌듯하다.
백남도·김산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