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없어서 못한다”
“시간 없어서 못한다”
“선례가 없어서 못한다”
“인력이 없어서 못한다”
“규정이 없어서 못한다”

주낙영 경주시장 부임 후 경주시청에서 사라진 말들이다. 이른바 ‘5無 행정’을 강조한 주 시장의 시정 지침 때문이다.

주 시장은 제29회 행정고시 합격 후 경북도 경제통상실장과 행정부지사, 지방행정연수원장까지 역임한 그야말로 ‘경제통’에 ‘행정통’ 정치인이다.

그런 인물이 2년 전 ‘문화·관광 도시’ 경주에 ‘산업’과 ‘경제’의 이미지를 덧씌우겠다고 나서 경주시장에 당선된 것이다. ‘경제시장’ 주 시장이 이끌어온 경주와 앞으로의 미래에 대해 들어본다.

Q. 임기의 절반이 지났다. 그동안의 소회는 어떠한가?
A. 지난 2년 동안 경주 시민들의 관심과 성원이 뜨거웠다. 덕분에 많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특히 최근 전 세계를 덮친 코로나19 속에서 드러난 경주의 높은 시민의식 덕에 지역 방역에 큰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시민들에게 큰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경주의 새로운 미래를 열어갈 여러 신성장 산업들이 결실을 맺어나갈 여러 토대들을 마련했다는 점은 스스로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이다.

Q. 새롭게 마련된 신성장의 토대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가?
A. 먼저 ‘신라왕경 핵심유적 복원·정비에 관한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해 찬란했던 신라왕경의 옛 모습을 복원할 수 있는 법적 기틀을 마련했는 점이다.

또한, ‘혁신원자력 연구단지’가 국책사업으로 확정돼 미래 경주 발전의 초석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뿐만 아니라 ‘차량용 첨단소재 성형가공 기술고도화센터’와 ‘탄소 소재·부품 리사이클링 기반구축’ 사업이 2년 연속 공모 선정됐는데, 경주의 중심 산업이라 할 수 있는 자동차부품산업의 발전을 이끌어낼 수 있는 토대가 될 것이다.

농소~외동 간 국도 건설 예비타당성 조사도 경북에서 유일하게 면제 됐고, 2021년 동아시아 문화도시에 선정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Q. 경주시가 중점적으로 육성하는 산업과 앞으로의 전망은?
A. 다들 ‘경주’라고 하면 ‘문화관광도시’로서의 가치만 이야기한다. 중앙정부의 지원 역시 그 분야에 쏠려 있었다.

하지만 우리 경주 GDP의 20%가 2차산업 즉 제조업에서 나온다. 경주시 경제에 대한 ‘패러다임 쉬프트’가 이뤄져야 한다고 역설하는 이유이며, 경주시장은 곧 ‘경제시장’이 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국내 유일의 원자력발전사업체인 한국수력원자력이 경주에 있다보니 경주와 원자력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원자력을 경주의 주요한 먹거리로 삼아 지역 발전의 동력으로 활용해야 한다.

이를 위해 추진해온 ‘혁신원자력 연구단지’ 유치는 국책사업으로 확정돼 2025년까지 감포읍 일원에 총 7064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며, 전문 연구진을 위한 사이언스 빌리지도 1000억원의 예산으로 별도 추진된다.

이들 사업의 경제적 파급효과는 약 1조 334억원으로 예상되며, 직접 고용 500~1000여명, 취업유발 효과는 7314명 정도 되는 것으로 기대하고 있어 원전에 치우쳐 있는 지역경제를 새롭게 되살리는 활력을 불어넣어 줄 것이다.

경주 경제의 중요한 먹거리인 자동차 부품산업에 대한 육성에도 온 힘을 쏟고 있다. 경주시 자동차 관련 기업은 전체 제조업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 분야의 장기 불황으로 어려움을 격고 있어 새로운 대책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에 경주시는 미래 자동차 사업 인프라를 확충하기 위해 차량용 첨단소재 성형 가공 기술 고도화 센터 건립과 미래자동차 신소재 부품산업 육성 기반 구축, 탄소소재부품 리사이클링 기반 마련으로 새로운 활로를 찾아 나가고 있다.

이와 함께 추진하는 미래자동차 배터리 관리시스템 구축사업과 양성자가속기연구센터 내에 양성자 빔, 이온 빔 기반 사업체 R&D 통합지원센터 확장을 통해 새로운 자동차 생태계를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Q. 최근 경주시 구도심에 대한 개발 소식이 많이 들려온다.
A. 지금까지 경주 구도심은 역사유적지구 개발제한으로 낙후돼 왔다. 하지만 미래 경주의 균형 발전을 위해 도시재생 뉴딜사업을 통한 구도심 활성화가 필수라 생각하고 추진하고 있다.

먼저, 2018년 선정된 황오동 도시재생 뉴딜사업은 2023년까지 총 250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된다. 그동안 도시재생사업본부를 신설하고 도시재생센터와 지역주민의 역량강화를 위한 도시재생대학을 운영하고 관련 포럼을 개최하는 등 차근차근 진행해오고 있다.

다음 단계로 성동·황오 도시재생 뉴딜사업과, 성건1 도시재생 뉴딜사업도 공모 신청 중에 있으며 경주의 균형발전을 위한 새로운 지도를 그려나갈 계획이다.

Q. 역대 시장 중 ‘소통’에 가장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들었다.
A. 경주는 작은 도시다. 그리고 동네마다 토박이가 많은데, 지역에 대한 애정이 어느 도시보다 깊고 진할 수 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시민들과의 소통은 시정에 대한 아이디어와 에너지를 공급받는 중요한 원천이 된다.

그리고 과거 경주시가 청렴도 부분에서 많은 지적을 받아왔는데 시민들과의 잦은 소통은 경주시가 더욱 투명하고 공정한 행정을 해나가는 데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를 위해 취임 후 시민소통담당관실을 설치하고 공무원이 아닌 민간인을 부서장으로 채용해 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소통 방법과 채널을 개발해왔다.

시민원탁회의와 사랑방좌담회를 정례화 했으며, 사랑방좌담회의 경우 코로나19 상황에서도 그 끈을 놓지 않고 월 2회 이상 소규모로 진행했다.

소통을 위한 노력 덕분인지 꾸준히 집계하고 있는 민원 만족도 조사에서 최근 77%의 응답자가 ‘만족한다’고 답해줬다.

경주시청 공무원들도 민원인들에 대한 친절도가 많이 향상됐고, 시민들 역시 공무원들의 소통노력을 알아주는 것 같아 감사하다.

Q. 마지막으로, 주 시장에 대해 얘기하면 다들 ‘추진력’과 ‘속도’를 빼놓지 않는다. 공무원들이 힘들어하지 않는가?
A. 당연히 힘들 것이다. 하지만 그만큼 시민들에게 제공해줄 거리가 많아지니 보람 역시 커지는 것이라 결국에는 모두가 좋아지는 것이라 생각한다.

시장으로서 마음에 새기는 말이 있다. “제일 나쁜 결정은 아무것도 결정하지 않는 것”이라는 말이다.

빠른 판단을 통해 업무 추진의 방향을 빨리 정해줘 공무원들이 쓸데없는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업무의 효율을 높여 좋은 성과를 만날 수 있게 하는 것이 결정권자이자 리더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다보니 여기 저기서 “경주 공무원들 많이 변했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워낙 대형 행사와 사업들이 많은 도시라 그동안 공무원들이 많이 지쳐 있었다고 하더라. 그래서 중앙부처나 도에서 예산을 준다고 해도 소극적으로 해 왔는데 최근에는 공모사업마다 ‘용을 쓰며’ 달려든다고 한다.

스스로 돌이켜 청렴한 경주, 시민들과 투명하게 소통하는 경주는 결국 모두와 함께 성장하며 달려 나갈 것이다. 그렇게 경주시민들과 함께 경쾌한 속도로, 하지만 자연스러움을 잃지 않으며 걸어 나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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