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 3법 시행 이후 전세가격 등 임대차 시장 동향 정보 공개를 두고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적어도 내년 6월까지는 달라진 주택 임대차 시장의 모습을 반영할 수 있는 수치를 얻는 것이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임대차 3법으로 기존 세입자의 계약이 연장되고 임대료 상승폭도 5%로 제한되는 등 세입자의 권익이 크게 강화됐지만 통계만 놓고 보면 당분간 전셋값은 계속 오르기만 하는 것으로 보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8일 국토교통부와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두 기관은 전세가격 통계 개선 방안을 놓고 고심 중이다.


현재 감정원이 전세시장 동향을 파악할 때 간접적인 방식을 쓰고 있는데, 전세 시장이 갑자기 큰 변화를 맞이했지만 이를 반영할 수 있는 수단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최근 전세가 반전세나 월세로 전환되는 추세이지만 감정원은 반전세·월세 가격 주간 통계는 따로 산출하지도 않는다.

감정원은 전세시장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 세입자가 신청하는 확정일자 관련 정보를 활용한다.

지금으로선 전세 계약을 해도 신고할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이에 당정이 최근 임대차 3법 중 하나인 전월세신고제를 도입해 내년 6월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내년 6월 전까지는 기존 방식대로 세입자의 확정일자 신고 정보를 통해 간접적으로 전세 시장을 파악할 수밖에 없는데, 문제는 계약이 갱신됐을 때 확정일자 신고를 다시 하는 세입자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다.

확정일자 신고를 하는 것은 집에 갑자기 문제가 생겼을 때 세입자의 대항력 등 권리를 보장받기 위함이다.

계약이 갱신되면서 임대료가 5% 내에서 오른 것을 두고 세입자가 굳이 확정일자 신고를 다시 할 이유가 많지 않다.

이 때문에 임대차 3법 시행으로 월등히 많아질 수밖에 없는 갱신 계약은 놔두고 신규 계약의 확정일자 정보만 계속 들어오게 될 것이고, 전세 시장 통계는 이 신규 계약 정보 위주로 짜일 수밖에 없다.

문제는 신규 계약의 경우 전월세상한제 적용을 받지 않아 집주인들이 임대료를 월등히 많이 받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최근 통계에서 이미 전셋값은 크게 뛰고 있다. 임대차 3법 시행 전은 물론 시행 이후에도 집주인들이 새로운 세입자를 들이는 경우엔 임대료를 왕창 올려받고 있다.

이제 막 공사를 마치고 입주하는 새 아파트는 가뜩이나 가격이 주변보다 높은데 임대차 매물은 모두 신규 계약이라 임대료는 더욱 크게 오르고 있다.

감정원 통계에서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은 4~5월만 해도 주간 전세가격 변동률이 0.04~0.05%에 불과했지만 6월 말부터 뛰기 시작해 이달 첫째주에 0.20%까지 치솟았다.

이런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수밖에 없다.

대부분 기존 세입자들은 계약이 연장되면서 임대료 상승폭도 5% 이내로 줄이는 혜택을 보게 될 것이지만 이런 효과가 정작 통계에는 반영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감정원은 이와 같은 현상을 통계에 반영하기 위해 가중치 부여 등 여러 보정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현재 정확한 전월세 통계 자체가 없어 통계를 보정할 방안 마련이 쉽지는 않다.

계약을 갱신하는 기존 세입자와 신규 세입자의 비율 등을 파악한다고 해도 이는 매우 가변적이다. 또 계약을 갱신하는 세입자 중에서도 어느 정도가 확정일자를 새로 받을지 가늠하기도 쉽지 않다.

현재 전세 시장 통계 자체도 근거 자료가 충분치 않다.

올해 5월 기준으로 전국 731만 가구가 임대로 나와 있는 것으로 추산되며, 이 중에서 확정일자를 받아 전세 실거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주택은 전체의 28% 수준인 약 205만 가구에 불과하다.

당정이 임대차 3법 추진을 너무 서둘러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는 바로 시행하면서도 전월세신고제는 시행을 1년 뒤로 미뤄 이같은 통계 문제가 발생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감정원 관계자는 "현재 확정일자 자료 외에도 여러 내부 자료를 활용해 적정한 시장가격 수준을 평가하고 있다"면서도 "달라진 환경에서 통계의 조사나 산정방식 등을 개선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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