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흥식 소장, "이차전지·반도체·바이오 등 미래 성장산업 이끄는 '빛' 역할에 자부심"

▲ 강흥식 포항가속기연구소 소장이 강의를 마친 뒤 이재영 한동대 석좌교수, 토론자, 포럼 참석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소헌 기자

강흥식 포항가속기연구소 소장은 포항은 기초과학부터 첨단과학까지 이르는 산업을 육성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고 있다고 소개했다.

핵심 기반시설인 방사광가속기(이하 가속기)에 대해 중요성과 역할 등을 알기 쉽게 설명해나갔다.

강 소장은 26일 영남경제신문이 주최한 ‘2024 영남리더스포럼’에서 회원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대한민국 바이오산업의 중심 포항가속기연구소’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강연에 앞서 가속기(加速器)를 거대 과학의 산실이자 미시세계를 관측하는 과학 장비라며 바이오, 신약, 의학 분야에 활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강 소장은 성경에서 나오는 천지창조 순서 중 가장 첫 번째가 무엇인지를 질문하며 강연을 시작했다. 회원들은 이구동성으로 ‘빛(Light)’이라고 답하며 강 소장과의 소통을 시작했다.

빛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빛은 인류가 과학을 이해하고 기술을 발전시키는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요소로 사물의 크기를 파악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역설했다.

가속기에서 빛은 전부일 정도로 중요하다.

인류는 코로나19 대유행을 겪으면서 생명에 대한 관심이 한층 고조됐고 눈으로 볼 수 없는 세계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강 소장은 모든 질병의 원인은 ‘단백질의 이상’이라고 설명하며 단백질은 눈으로 볼 수 없는데 이를 해결해준 것이 가속기라는 것이다.

퍼지는 빛을 방사광이라고 하는데 이를 활용해 눈으로 볼 수 없는 전자(電子)를 볼 수 있고 전자의 중심인 원자(原子)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속기는 원자뿐만 아니라 이보다 크기가 큰 분자, 단백질을 자세히 관찰이 가능하고 단백질의 구조를 파악할 수 있어 변이된 부위(구조)에 적합한 약물을 설계해 신약개발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결국 단백질의 변이를 밝혀낸다면 원인과 치료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가속기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빛의 중요성을 알아야 하고 그 시작은 X-선의 발견으로부터 시작된다고 설명했다.

독일의 물리학자 뢴트겐에 의해 발견됐는데 뢴트겐은 필라멘트에서 나오는 음극선이 금속을 통과해서 발생한 광선을 알 수 없다는 의미의 X를 사용해 X-선이라고 이름 지었고 최초의 X-선 촬영(1895년)은 그의 아내 손을 대상으로 했다.

▲ 강흥식 포항가속기연구소 소장이 열띤 강의를 펼치고 있다. ⓒ김소헌 기자

이보다 앞선 시기의 옛 사진기는 노출 시간이 최소 10분 이상이 돼야 사진으로 남을 수 있어 사진 기술이 발달하기 전까지는 이동하는 물체는 사진으로 남을 수 없었다.

결국 노출 시간을 줄이거나 정지 상태로 있어야 사진으로 남을 수 있었다.

카메라 셔터 스피드를 단축해서 노출 시간을 줄이는 것이 움직이는 물체를 사진으로 남길 수 있다.

강 소장은 가속기는 1초당 10억 회 셔터를 오픈해 촬영하는 초고속 X-선 카메라라고 설명했다.

꿀벌의 날개짓을 촬영하기 위해 카메라의 셔터는 1초에 3천 회의 오픈이 필요한 것을 생각하면 가속기의 촬영 스피드는 굉장히 빠르다.

또 가속기의 밝기는 보통 병원의 X-선보다 1억배 밝아 매우 작은 입자(단백질 등)를 연구하는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강 소장은 중요한 장비인 가속기가 포항에 있다는 것이 포항이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이 높다고 주장했다.

포항에 가속기 설비가 조성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故 김호길 포스텍 초대학장과 故 박태준 명예회장의 노력이었다며 일화를 소개하며 강연을 이어갔다.

1986년 김호길 학장의 3세대 가속기 사업 추진에 박태준 회장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1994년 세계 5번째로 가속기(PLS) 건설을 완료했다.

3세대 가속기는 태양빛의 100억배의 빛을 사용해 세밀한 연구가 가능했다.

선형가속기, 저장링, 빔라인, 원듈레이터로 구성된 가속기는 빛이 원듈레이터를 통과하면서 계속적으로 빛이 발생시키는 원리다.

그러면서 강 소장은 포항가속기연구소는 3·4세대 방사광가속기를 모두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4세대는(PAL-XFEL) 세계에서 가장 밝은 빛을 구현해 최첨단 과학 실험 수행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속기를 이용해 인류의 난제를 해결하고 가령 코로나 치료제 개발, 배터리&에너지 연구, 미래 반도체 설계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되고 있다.

특히 바이오 연구 가운데 단백질 구조는 5%만 분석된 미지의 영역으로 평가돼 가속기를 이용한 연구의 필요성은 계속되고 있다.

포항가속기연구소는 3·4세대 방사광가속기를 통해 연간 300여명이 70개의 과제를 연구 수행하고 있고 지난 2021년에는 X-선 자유전자레이저를 통해 인류 사상 최고 밝기의 빛을 달성하는 등의 쾌거를 이뤄냈다고 말했다.

기존보다 40배 이상의 밝기가 개선돼 국제학술지 ‘네이쳐 포토닉스’에 게재됐다.

그러면서 국내 R&D사업 SCIE 논문의 평균 Impact Factor가 3.9 수준임에 불과한 반면 포항가속기연구소의 600여편의 논문의 평균은 12.7이라며 연구소의 실적을 강조했다.

포항가속기연구소는 미국(SLAC), 일본(RIKEN), 독일(DESY), 스위스(PSI) 등과 함께 세계 톱5의 위치에 있다.

회원들에게 가속기의 개념을 정립시키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 강 소장은 바이오, 신약 분야에 가속기 활용이 필요하다며 강연을 이어나갔다.

강 소장은 방사광 X-선 과학은 물질의 구조를 푸는 열쇠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가속기를 이용해 미시세계를 관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강흥식 포항가속기연구소 소장이 강연을 펼치고 있는 모습. ⓒ김소헌 기자

대표적인 것이 구조생물학과 이를 기반으로 한 신약개발, 최근까지 유행했던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이라는 설명했다.

단백질의 삼차원 구조는 생명의 비밀과 신약개발의 정보를 제공하고 포항 3세대가속기를 통해 구조를 밝혀낸 단백질은 1500여개에 이른다는 설명이다.

가속기는 구조생물학, 신약개발, 백신개발 외에도 생물의학 이미징, 바이오센서와 진단, 약제 제형 연구, 대사산물 프로파일링, 환경 생물 기술 등 첨단 바이오메디컬 분야에 활용되고 있다.

바이오메디컬 분야의 잠재성은 무궁무진하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지출된 보건비용은 천문학적인 수준(3조원)으로 이를 예방하고 해결하기 위한 연구의 중요성은 어느때 보다 강조되고 있다.

또 당장 가시화되지 않은 기초 과학이지만 국가의 근간이 되는 중요한 자원으로 인식되고 있다.

신약과 의료 산업(바이오 분야)의 시장 규모는 국외 3000조원, 국내 2.8조원 등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신약 개발은 시간과의 싸움인데 가속기를 통해 이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며 가속기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강조했다.

강 소장은 가속기의 의학분야 활용의 중요성도 역설했다.

가속기를 이용해 초파리 뇌 신경세포의 삼차원 연결구조 규명 연구하기도 했고 일반 X-선의 빛 퍼짐이 큰 것(관측 시야가 넓음)을 개선해 시야는 좁아지지만 고해상도, 고감도 영상을 얻는 특징이 있다.

강 소장은 포항가속기연구소는 포스텍 의과대학과 스마트병원 설립으로 시너지를 낼 수 있고 경쟁력이 보다 확보된다고 주장했다.

최첨단 의료 장비는 대부분 가속기 기술에 기반하고 있다고 말하며 의사과학자의 연구 역량을 높이기 위한 연구 인프라는 필수다.

특히 중입자가속기 암치료기를 구축해 연구와 임상을 병행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우리나라에서 중입자 치료시설은 연세의료원이 세계 16번째로 설치해 지난해 4월 국내 최초의 중입자 치료를 시작했다.

서울대 병원은 부산시 기장군에 구축해 오는 2027년부터 치료 시작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 소장은 포스텍 중입자 치료 연구시설에 대해서도 상세히 설명했다.

강 소장은 강연을 맺으면서 포항시의 협조로 4세대 가속기(PAL-XFEL) 빔라인 증설(HX2 구축)에 필요한 예산확보(4년 480억원)를 했는데 계속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포항시와 시민들의 지원과 관심을 당부했다.

▲ 리더스포럼에 참석한 패널들. ⓒ김소헌 기자

강연에 이어 이재영 한동대 석좌교수가 좌장으로 권혁원 포항시 일자리경제국장, 임이랑 포항바이오기업협의회 부회장 등의 패널과 토론의 시간을 가졌다.

임이랑 부회장은 “기초과학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협의회가 바이오클러스터 구축에 기여하겠다”며 “해외 선례를 바탕으로 경제와 과학분야에 이바지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권혁원 국장은 “포항의 정체성은 빛과 불에서 찾을 수 있다”며 “연오랑세오녀의 설화를 시작으로 포스코의 용광로의 불, 가속기의 빛이다”고 주장했다.

또 “포항은 교육면에서는 일정 수준에 도달했지만 의료부분은 취약하다”며 “가속기를 바탕으로 바이오 산업을 육성하고 포스텍 의대, 스마트 병원 건립을 통해 연구와 임상을 할 수 있는 도시를 만들어 정주여건이 크게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경제자유구역청에는 전국 최초의 세포막·단백질 연구소가 자리하고 있고 극저온 전자현미경(Cryo-EM)을 보유해 대학 연구와 기업체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해 기반이 잘 갖춰져 있다고 설명했다.

좌장인 이재영 교수는 패널들의 주장과 설명을 정리하면서 기초과학의 중요성과 육성을 다시 한 번 강조했고 포항은 가장 비싼 카메라를 보유한 도시라며 시민들의 관심과 포항시, 각 기관들의 협조를 당부했다.

한편 포럼 행사가 끝나고 회원들은 포항가속기연구소를 현장방문해 거대한 과학 시설을 직접 체험하며 뜻깊은 시간을 가졌다.

포럼과 현장에 참석한 회원 A씨는 “방사광가속기의 개념을 이해할 수 있는 보람된 시간을 가졌다”며 “국가와 인류에 매우 중요한 시설이 포항에 있다는 것에 자부심을 갖게 된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 “포스텍 의대와 스마트병원 건립을 위해 관심과 협조를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영남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