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문 한동대 교수

박물관은 인류에 의해 생산된 유무형의 문화유산과 자연유산들, 즉 고고학적 자료에서부터 미술, 문화, 역사, 과학 등 다양한 분야의 자료들을 수집·보존·연구하며 일반인들에게 공개하는 역할을 한다.

박물관은 전 세계에 다양한 모습으로 존재하는데 어린이들을 포함한 일반인들에게 다양한 행사 및 체험을 제공하고, 특정한 주제의 강의, 문화전시회, 영화 및 공연을 주최하기도 한다.

필자도 외국을 가면 가장 먼저 들리는 곳들 중 하나가 박물관이기도 한 이유는 여기서 그 나라나 도시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그 지역 사람들의 생활상을 좀 더 빠르게 이해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또한 박물관의 외관과 내부, 그리고 정원들이 매우 아름다워 이를 감상하러 가는 경우도 많다.

‘사이버시대’에도 이러한 전통적인 박물관들은 시민들에게 소중한 정보들을 제공하고 문화유산·자연유산들을 보전하고 미래에 전승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뿐만 아니라 그 도시의 문화적 상징이자 ‘랜드마크’로서 시민들의 자랑이 되고 있다.

전 세계에 5만5천개가 넘는 박물관이 있으며, 대표적인 박물관으로는 프랑스의 루브르박물관과 오르세박물관, 영국의 대영박물관, 미국 뉴욕에 있는 메트로폴리탄미술관 등이 있다.

하다못해 황량해만 보이는 몽골 울란바토르에 가더라도 그들의 역사와 문화를 소개하는 역사문화박물관, 공룡 뼈와 알을 포함한 자연사박물관 등을 지니고 있다.

물론 우리 한국에도 국립중앙박물관을 비롯해서 적지 않은 박물관들이 있을 것이나 우리 포항에는 없다. 포항시가 몇 년 전부터 ‘환동해문명사박물관’ 건립을 위해 심포지엄 개최 및 기본구상용역보고회를 가진 것으로 아는데, 포항의 상징적인 박물관으로 잘 추진되기 바란다.

오늘은 필자가 자주 들르는 LA의 박물관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자 한다. 유럽 각국에 비해 미국은 역사가 짧은 편이고 서부에 위치한 LA는 더욱 그러하다. 하지만 이곳에도 다양한 박물관들이 있다.

박물관은 시 차원의 규모가 큰 것들도 있지만 각 대학캠퍼스 내에, 혹은 각 마을에 작은 규모 박물관이나 미술관들도 많다. 도심에 위치한 대규모 자연사박물관건물은 원래 1913년에 처음 지어졌다가 후에 현재의 용도로 바뀌어졌다.

착색유리 채광창 있는 건축물 ‘오티스 부쓰 파빌리온’ 입구에는 16m 넘는 고래 뼈가 전시돼 있고, 그 안에 ‘티 렉스’ 등 공룡들이 전시돼 있으며, 공간 공간이 진귀한 자연역사물들로 가득 차 있다.

대학박물관들도 많은데, ‘UCLA 화울러문화역사박물관’은 유명예술가의 작품이나 비싼 유물들이 아니라 문화·역사연구에 필요한 수집품들을 주로 소장하고 있는데, 아프리카·아시아·중남미지역 물품들이 많다.

‘USC 아시아태평양박물관’은 동양식건물과 정원에 중국, 일본, 한국인들의 미국이민사를 포함해 아시아 고대·근대자료와 유물들을 많이 지니고 있다.

요즈음 LA도심으로 운전해 가다보면 가장 눈에 뜨이는 건물이 ‘더 브로드’이다. 이곳은 개인미술관인데, 입장료는 무료이지만 몇 달 전 예약해야 한다.

이곳에는 제프 쿤스, 앤디 워홀, 장 미셸 바스키아, 로이 리히텐슈타인 등 주로 미국 현대미술가들의 작품들이 자선사업가인 ‘엘리 브로드’의 개인소장품들로서 전시돼 있다.

이 부근에서 또 하나 크게 눈에 뜨이는 건물이 세기적 저명 건축가인 ‘후랭크 게리’의 해체주의 사조의 작품인 ‘월트디즈니센터’이다.

역시 LA에 있는 ‘폴 게티 뮤지엄’은 고대그리스·로마의 고미술품들을 비롯해 18세기 프랑스 장식예술품들과 14~20세기의 서유럽미술품들을 소장하고 있다.

1세기의 로마식대저택을 재현한 태평양을 굽어보고 있는 이 미술관에는 예술품들의 사진기록보관소를 비롯해 1만 2,000권 넘는 장서를 갖춘 도서관과 3개 자연보존연구소가 있다.

‘폴 게티’는 1930년대부터 예술품을 수집해 자신의 저택에 전시하다가 1970년대 중반 1천200만 달러 들여 현재의 박물관을 지었다.

‘헌팅턴 라이브러리’는 1909년과 1911년 사이에 200에이커 대지에 ‘헨리 헌팅턴(1850-1927)’이 건립한 대저택이자 세계최고의 도서관으로 400만권의 서적, 사진, 그 외 각종 연구적 자료가 소장돼 있으며 BC 3500년 전부터 현대물까지 방대한 자료들은 언제든지 원하는 이들에게 공개된다.

이곳은 또한 18세기 영국의 걸작 예술품들을 수장하고 있다. 헌팅턴가든은 1904년 조경전문가 ‘윌리엄 허트릭’을 고용해 조성한 것인데, 데저트가든에는 가뭄에 강한 전 세계의 4천종 이상의 식물이, 그리고 로즈가든에는 2,000종 이상의 장미품종들이 있다. 또한 이곳에는 일본정원, 중국정원, 오스트랄리아정원, 허브정원, 야자수정원, 아열대지역, 정글지대, 백합연못 등이 있다.

포항은 해안도시로서 구석기시대 암각화와 고인돌로 부터 삼국 및 통일신라시대를 거치며 각 시대별 역사와 문화들이 적지 않게 존재할 것이며, 1970년 이후 포스코를 중심으로한 한국철강산업의 역사가 존재한다.

국내외 잘 알려진 포스텍, 한동대 등이 존재하므로 이러한 역사, 유적, 그리고 상징물들을 다양한 형태의 박물관에 담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환호해맞이공원에 포항시립미술관이 존재함은 다행이지만 그 기능이 좀 더 강화돼야 할 것이며 크고 작은 민간 미술관과 박물관들이 세워지면 좋겠다.

물론 이러한 사업들을 바탕으로 관광객들이 유입되고, 음식점과 숙박업도 좀 더 활기를 찾을 것이지만, 도시 자체가 더욱 브랜드화 되는 것에 가장 큰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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