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문 칼럼】이웃들과 대화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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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문 칼럼】이웃들과 대화하며
  • 영남경제
  • 승인 2020.06.24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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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문 한동대 교수
직장인 대학에 매일 출근을 하지만 코로나19여파로 온라인강의를 진행하고 있었기에 학생들을 만날 경우가 드물었다. 하지만 우리나라, 특히 포항지역은 꽤 오랫동안 확진자가 없고, 바닷바람 부는 해변도시라서 그런지 꽤 많은 이들이 마스크 쓰고 사회적거리 지키면서 바닷가와 산야를 찾는 것 같다. 학생들도 강의 관련 질문 및 연구진행차 면담 신청을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지난 수십년간 직장출근은 7시 좀 넘어서이지만 퇴근은 보통 오후 6시 이후가 되는데, 요즈음은 특별한 약속이 없으면 오후 4시경 거주지인 인근 양덕동으로 향한다. 옷을 갈아입고 마스크를 하고 바닷가나 산길을 걷기도 하고 단골 커피집 ‘니나’에서 커피를 한잔하곤 한다. 물론 그 집은 문을 다 열고 에어컨도 켜서 환기를 잘 시키고, 공간도 넓은 편이라 사회적거리 지키기도 용이한 곳이다.

그곳에서 가끔 만나는 부부가 있는데, 이들은 50대 중후반으로서 각각 전문직장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다. 남편분은 성악가로서 필자의 목소리를 듣고 많은 이야기를 해 주었었다. 자기는 평생 목소리를 듣고 연구해오던 사람으로서 목소리를 듣고도 그 사람의 성격이나 지적능력을 파악할 수 있다고 했다.

나름대로 재미있는 경험적 접근이자 분석이라고 본다. 필자의 한 옛 친구는 사람들을 보고 성씨를 예측하는데 7~80% 맞았고, 그 후로는 출생한 달을 맞추려 노력하는 것을 보았다, 물론 젊은 시절 시도해보는 엉뚱한 일이기도하고, 옛 스타일 잡기 중 하나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나름대로 여러 요소들을 수집·분석함이 요즈음 빅데이터 다룸과 비슷하다고도 생각된다.

이 부부는 좀 떨어진 교외마을인 ‘덕성리’에 살고 있고 그곳에서 개와 닭을 30년 이상 키워왔다고 했다. 지금 키우는 20여 마리의 진돗개는 황구, 백구, 흑구, 재구, 호구 등인데, 이분이 키우는 것들은 진도에서도 보기 드문 두상과 성질을 지닌 순혈견이라고 한다. 닭은 지금 100마리 정도를 키운다고 하는데, 토종 꼬리 긴 닭에서부터 화려한 깃털무늬의 금수남·은수남에 이르기까지 여러 종류라고 한다.

개들은 원래 머리도 좋고 인간과 교감하고 잘 따르지만, 낯선 사람을 보면 짖고 공격자세를 취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들도 사람의 표정과 행동을 보고 태도를 결정한다. 특히 진돗개는 눈치도 빠르고 한 주인에 충성하며 명령을 잘 따르지만, 군경이나 경찰견으로 쓰이는 셰퍼드와는 크게 다르다고 한다. 셰퍼드는 현주인이 전주인을 공격하라고 명령한다면 명령에 따르는데, 진돗개는 양측눈치를 보면서 꼬리를 살랑살랑 흔든다고 한다.

닭들은 주인을 제대로 알아보지는 않지만, 먹이를 주며 친하게 지내는 경우가 많은데, 닭들도 낯선 사람이 자기에게 해를 끼칠지 아닐지 알아본다고 한다. 한 애완용 닭사육장에 갔더니 주인이 닭 한 마리를 옮기려고 커다란 작대기를 들고 닭장에 들어가기에 물어보니 닭들이 잡으려하면 이단옆차기를 하며 공격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분이 막대기 치우라하고 살며시 접근하니 닭들도 긴장을 풀어서 인지 안아서 내오는데 성공했다고 한다.

어제 일이 있어 그 커피숍에 저녁 늦게 들렀는데, 이들 부부가 앉아 있었다. 집에 안가세요 물어보니, 식당 닫는 시간에 잔반을 실어가야 해서 기다리는 중이라고 했다. 왜 사료를 쓰지 않나요? 물어보니 많은 이들이 잔반은 냄새도 나고 운반도 쉽지 않을 것으로 짐작하고 ‘사료나 먹이지’ 하며 좀 못마땅하거나 안 되었다는 표정을 짓는데, 정작 그분들은 그렇지 않다고 했다.

사료를 먹이면 돈이 들지만 편한 것도 사실이지만, 이분말씀은 동물들이 잔반, 물론 위생적으로 잘 모아둔 잔반을 먹으면 더욱 건강해지며, 사료는 아예 먹으려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잔반도 어차피 사람들이 먹는 영양 많은 것들이라서 잘 활용한다면 좋은게 아니겠느냐고 했다. 이를 작은 트럭형 밴으로 실어 나르기에 다른 분들이 염려할 정도의 어려움은 없다고 했다.

과거에는 개들도 남은 음식물을 먹이로 주어 키우고들 있었다. 닭들도 사료만이 아니라 잔반을 먹이고 했는데, 아마 이제는 모두들 사료를 먹일 것 같다. 돼지나 소는 어떤지 모르겠는데, 아마 모두들 배합사료를 먹일 것이다. 학교 인근의 한 아는 분 회사인 ‘린도’는 소먹이용 사료배합기 기술특허를 가지고 한국은 물론 세계1위 기술력으로 트럭마운트용만이 아니라 하루 수백톤 생산용량의 플랜트를 세계로 수출하고 있다. 이는 비육용 소나 젖소들을 신속·건강히 살찌우고 좋은 우유를 얻기 위해 매우 중요한 기계이다.

이 부부가 매주 몇 차례씩 잔반 모으는 수고를 마다 않는 것은 키우는 동물들의 입맛과 건강을 위해서라고 했다. 이분들이 좀 멀리 떨어진 교외에 거주하는 것도 동물들을 키우고 교감하기를 좋아하기에 그러하는 것이다. 필자도 자주 이들과 만나 개, 닭 등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다른 때라면 강의, 해외출장 등으로 바쁘기만 할 시간에 주위를 돌아보고 귀를 기울이며 나름 행복 속에 지내고 있다. 물론 미중무역다툼, 코로나19 등의 여파에 ‘찻잔 속 행복’이고, ‘태풍의 눈에 머무는 잠시의 평안’일지는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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