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문 한동대 교수

도시환경공학. 이는 필자가 속한 대학의 한 전공분야이다. 대개 단어에서 보이듯이 ‘아 도시공학과 환경공학을 말하는구나’ 생각할 것이다. 맞는 말이기는 하나, 현대사회에서는 이러한 분야들이 전통적으로 알려진 것 보다 훨씬 더 새롭고 복합적인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더구나 이 전공분야가 속해있는 학부는 ‘공간환경시스템공학부’로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를 구체적으로 설명하기 전까지 이 학부가 무엇을 하는 곳인지 잘 모른다.

정부기관 주관의 기사시험이나 일반 기업의 취업 시에도 지원 자격이 전통적인 건축학과, 토목공학과, 도시공학과 졸업생 등으로 돼 있어서 본 학부 학생들은 도시환경공학, 건설공학 등을 전공했어도 초창기에는 원서를 제출할 때 학부이름과 전공분야를 설명하는 학교나 학부의 공문 내지 편지가 있어야 했다.

이 학교의 학부들이 이렇게 복합적인 명칭을 가지고 있는 것은 두 분야를 복수전공하게 돼 있어 그렇기도 하지만 학부과정에서는 다양한 분야를 복합적으로 배워야 한다는, 그래야만 세상에서 부딪히는 복합문제해결능력을 갖출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지금은 학생들의 전공이 좀 더 자율적으로 변해서, ‘저는 기계공학을 전공했지만, 프로그래밍과 생물과학 쪽으로도 공부를 많이 했습니다’, ‘이수과목과 인턴경력을 보아주세요’ 이렇게 이야기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미국에 유학한 한 학생의 이야기이다. 이 사람은 바이오메디컬분야 회사에서 인간핏줄 속에서 작동하는 미세의료로봇을 개발해 특허를 얻기도 했고 레이저분야 회사에서 그 기계개발을 담당하기도 했다.

필자도 이 애매모호해 보이는 명칭의 학부에 근무하고 있어서 이 학부가 무엇을 하고 필자의 전공분야가 무엇인지 묻는 이들이 많다. 필자의 전공분야를 기재 난에는 도시공학 이렇게 써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적으로는 도시·지역계획학, 도시환경공학, 건축학, 공공정책학, 국제개발학 등을 혼합해서 전공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개발도상국에서 세미나를 주재할 때 이러한 종합적지식이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다. 물론 도시문제, 주거·커뮤니티문제, 환경문제 등에 관한 발제와 토론을 하는 경우가 많다.

얼마 전 다녀온 인도네시아에서는 3일에 걸친 세미나의 주된 주제가 농업개발이었는데, 평소에 농업에 관심이 많고, 농업정책을 지역개발의 일부로 그리고 ‘새마을운동’의 주요 배경으로 꽤 오래 공부해오고 있었고, 대학원생들을 이러한 주제로 지도했었기에, 기조강의도 하고 그곳 전문가들의 발표에 주토론자로의 역할을 잘 소화할 수 있었다.

필자는 이러한 국제개발분야 만이 아니라 ‘환동해경제권’에 관해 연구도 하면서 러시아 농어업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그쪽 분야 분들과 대화도 나눈다. 물론 동해안 도시이자 항만도시인 포항으로서는 환동해경제권과의 네트워크를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고, 물류 및 관광분야, 그리고 농업분야 네트워크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아무튼 지난 수십년간 다양한 인접분야들에 신경을 쓰고 있던 탓에 학생들을 학부에서 가르칠 때도 종합적인 지식을 활용하여 가르치는 경향이 크다. 물론 필자가 근무하는 대학에서 학생들은 복수전공을 하며 때로는 스스로의 전공디자인에 따라 과목들을 이수하기도 한다.

따라서 필자의 제자들도 진로가 좀 더 다양해져서 대학원진학만을 보더라도 도시계획 및 설계, 토목환경공학, 건축학 등의 분야뿐만 아니라 국제개발학, 농업경제학 등의 분야로 진출하는 학생들이 적지 않다.

직장을 잡는 경우에도 부야가 좀 더 다양해지는데, 국내의 건설회사, 공영기업, 엔지니어링회사들 뿐만 아니라 UN, 월드뱅크, 국제NGO, 해외건설기업 등으로 진출하기도 하고 한국국제협력단의 직원이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또한 필자를 비롯한 전공교수들이 지난 10년간 관심을 가지고 있던 분야가 쓰레기 처리 분야이다. 쓰레기도 생활쓰레기, 산업쓰레기, 음식물쓰레기, 하수슬러지 등 다양하다.

이에 대한 처리가 그리 발달돼 있지 못해서 문제이기도 하고 막상 지자체가 이를 추진한다 하더라도 지역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매립지든 소각로든 집행이 어려운 실정인 것이다. 정치가 및 행정가들은 어떻게 주민들을 설득하고 사업을 추진할 것이냐를 두고 고민을 하겠는데, 학자들도 이러한 의사결정과정에 관심이 많다.

지금까지 필자는 전통적인 소각로와 좀 더 발전된 토네이도 소각로 등에 관한 이론 및 제작기술을 어느 정도 파악을 하고 있다. 또한 요즈음 관심을 가지고 보는 것은 ‘플라즈마’이다.

이를 활용한 소각로를 통해 폐비닐/나무껍질 만이 아니고 음식물쓰레기도 처리할 수 있고, 중요한 것은 ‘소각’이 아니고 ‘가스화’라고 불리며, 오염물질 방출을 최소화한다는 것이다. 또한 수소와 전력생산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필자가 재직하고 있는 대학의 한 교수가 현재 ‘마이크로웨이브 플라즈마 소각로’를 세계최초로 개발하고, 관련 회사를 세우고, 새로운 발전시설 완성을 위해 애쓰고 있다.

앞으로는 대규모 발전시설보다는 각 도시마다 이러한 소규모의 발전소가 필요하다고 보며, 연료는 쓰레기를 포함하여 다양할 수 있다. 필자는 이러한 기술의 발전에 관심이 많고 ‘매치메이커’로서의 역할에도 충실해 보고자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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