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진호 구미김천 취재부장

누구나 실수는 할 수 있고, 법적 처벌을 받았다고 해서 정치적 생명이 영구히 박탈되어야 한다는 법은 없다. 하지만 공직 후보자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가 저지른 범죄의 기록은 단순히 ‘과거의 한 페이지’가 아니라, 그 사람이 위기의 순간에 어떤 판단을 내리는지, 타인의 권리를 얼마나 가벼이 여기는지를 보여주는 ‘인성의 자서전’이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 지방선거의 비극은 유권자들이 후보자의 전과 이력은 알되, 그 기록이 말해주는 후보자의 선향(善向)은 전혀 모르고 있다는 데 있다. 음주운전, 폭행, 사기, 횡령 등 화려한(?) 이력을 가진 이들이 정당의 공천이라는 두꺼운 화장을 하고 나타나면, 유권자들은 그 밑에 숨겨진 추한 민얼굴을 보지 못한다. 당의 깃발 아래 숨어 “지역 발전을 위해 뼈를 묻겠다”는 공허한 외침만 들릴 뿐, 정작 그 사람이 시민의 공복(公僕)으로서 가져야 할 최소한의 도덕적 양심과 선한 의지가 있는지는 안갯속에 가려져 있다.

시민과 도민들은 답답하다. 후보자가 평소 이웃을 어떻게 대하는지, 갈등 상황에서 얼마나 포용적인지, 혹은 권력을 가졌을 때 이를 사적으로 남용할 본성을 가졌는지 알 길이 없다. 정당은 그저 ‘당선 가능성’이라는 잣대로 범죄 이력에 면죄부를 주고, 후보자는 선거철에만 고개를 숙이는 위선의 기술을 발휘한다.

결국 정치는 ‘기술’이 아니라 ‘사람’이 하는 것이다. 전과가 있다는 사실보다 더 무서운 것은, 그 행위를 저질렀던 당시의 비뚤어진 가치관이 여전히 후보자의 내면에 살아 숨 쉬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공포다. 시민들은 화려한 학력이나 경력, 정당의 배경보다 후보자가 살아온 삶의 궤적에서 묻어나는 ‘사람의 향기’를 확인하고 싶어 한다.

이제 유권자들은 정당이 씌워준 허울 좋은 프레임을 거부해야 한다. 후보자의 전과 기록 한 줄에서 그가 가진 권력에 대한 탐욕과 타인에 대한 무시를 읽어내야 한다. 겉으로 드러난 ‘정치인’의 모습이 아니라, 그 이면에 숨겨진 ‘인간’의 본질을 낱낱이 파헤치는 매서운 검증이 필요하다.

우리가 선택하는 것은 한 장의 투표용지가 아니라, 우리 동네의 4년과 우리 아이들의 상식을 결정짓는 엄중한 계약이다. 도덕적으로 파산한 인격체가 정당의 옷을 입었다는 이유로 우리의 대표가 되는 비상식을 끝내야 한다. 후보자의 ‘선향’을 묻지 않는 무관심한 투표는, 결국 우리 스스로를 정차(政治)라는 이름의 사기극에 들러리로 세우는 꼴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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