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종숙 (주)문화밥 대표

필자는 도시재생 전문가가 아니다. 하지만 2016년부터 도시재생과정을 수료하며, 3년 동안 도시재생 마을공동체사업을 진행하고, 도시재생 선진지 견학을 가며 도시재생을 선도하는 역할을 했었다.

그리고 2018년부터 포항의 문화적 도시재생사업에서 문화기획자로서 역할을 하며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서 하는 많은 강의를 듣고 선도지역을 탐방하면서 도시를 살리고 사람이 찾아오게 하기 위해서는 문화와 예술이 꼭 필요함을 확인하였다.

국토부에서 시행하는 도시재생 뉴딜사업은 건설이 주가 되며 하드시티로 기능을 해왔었다. 하지만 문광부에서 시행하는 문화적 도시재생이나 문화도시사업은 하드시티보다 소프트시티를 강조한다. 즉 남성주의적인 개발과 건설이 아닌 덩그러니 비어가는 도시에 속을 채워 나가야함을 강조한다고 하겠다. 즉, 이제는 도시들이 건설과 기능, 효율 중심의 하드시티(Hard City)에서 사람과 자연, 문화가 중심이 되는 소프트시티(Soft City)로 거듭나야 한다는 미래지향적인 사회적 가치를 중요시한다는 뜻일 것이다.

▶포항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
포항은 포스코의 성장과 맞물려 도시가 비대해지면서 재탄생시킨 대체도시가 원도심을 쇠퇴하게 만들었다. 그럼 원도심의 빈공간은 어떻게 해야 하나?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문화도시 조성사업으로 만들어진 것이 타도시처럼 문화예슐창작지구의 예술가들을 입주하는 방안이었다.

문화산업화가 하나의 대안으로 원도심 쇠퇴를 막기 위한 방법이며 이는 또한 예술가의 공간이 개인적인 공간이 아닌 공유공간으로의 의미를 가진다. 하지만 예술가의 작업하는 공간은 지극히 개인적인 공간이다. 이 공간을 공유공간으로의 의미를 가지기에는 서로 생각이 상충한다고 하겠다. 즉 또 다른 공유공간이 필요하다.

도시에 새로운 공유공간, 즉 공공장소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여기서 공공장소는 도시에서 바쁘게 살아가는 시민들의 삶에 정신적, 심리적, 육체적 안정과 평화를 제공한다. 꿈틀로 주변에 많은 공공장소를 마련해야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공공장소도 그 도시만이 가진 차별성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래서 도시재생을 제대로 한다면 가장 중요한 것은 그 도시만이 갖는 차별성을 알리는 일이다.

포항이 가진 차별성은 무엇일까? 다른 도시의 사례에서 살펴볼 수 있다.일본의 가나자와가 국제적 주목을 받는 문화도시 비결은 자연스럽게 예술을 즐기는 사람들, 그리고 그런 시민을 중심에 놓은 가나자와시의 문화정책이다. 작년에 가본 가나자와에서 시민예술촌이 상징하는 공간의 의미를 보면, 1919년 설립된 방적공장을 1993년 문을 닫자 시민들의 문화공간으로 리모델링하였다.

21세기미술관은 원형 건물로 정문이 따로 없고 동서남북으로 나있는 4곳이 출입구이다. 레안드로 에를리치, 올라프 엘리아슨 등의 국제적인 작가의 작품을 볼 수 있다. 아니 관람객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작품들이다. 레안드로 에를리치의 <수영장>은 착시효과로 마치 물 속에 사람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설치 작품이다. 이 작품을 보기 위해 수많은 관광객들이 온다.

그기에 일본의 3대 정원인 겐로쿠엔이 있다. 문화가 일상이 되고 생활이 되며 직접 체험하면서 그 속에서 자연을 벗 삼을 수 있는 곳이 가나자와이다. 문화는 단기간에 성과를 낼 수 없다. 가나자와의 시민예술촌, 창작의 숲, 우타쓰야마 공예공방은 큰 적자를 보고 있다고 한다.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움직이지 않는다면, 문화는 이어질 수도 발전할 수도 없다라고 가와라 가나자와시 문화정책과장이 말한다.

이처럼 장기간 플랜이 필요한 것이 도시를 재생하는 방법이다. 즉 지역의 욕구를 파악하여 장기 플랜을 짜고 장기적으로 추진하여야 한다. 그기에 추가로 다양한 문화 커뮤니티 활동이 있어야 한다. 건물 몇 개를 짓는다하여 도시가 살아나지는 않는다는 것. 건축보다는 항상 사람이 먼저라는 것. 각인해야 할 중요한 부분이다.

도시재생은 도시의 역사성과 현재성, 그리고 그 안에 녹아든 사람들의 시간과 삶까지 도시의 유기적인 속성 모두를 하나의 도시 정체성으로 간주해야 한다. 즉 소프트 시티가 필요한 이유이며 여성주의적 관점으로 도시재생의 문제를 극복해야 한다. 또한 여성주의적 관점에서 사람과 자연, 문화가 중심이 되기 위해서는 우리는 장소성이 가지는 애착감정을 가져야 한다.

▶도시에서 장소애착의 중요성
인간은 정주(定住)를 통해 공간인 장소를 바탕으로 공동체를 형성하고 다양한 활동을 영위한다. 이는 인간이 특정 장소의 정서적인 결속으로 발생되는 심리적 유대감과 상호작용을 통해 장소애착(place attachment)을 가지며, 이로써 그 공간을 더욱 발전시키려는 노력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즉 누구나 장소애착(place attachment)을 가지고 있다. 이처럼 그 도시에 살아가는 시민들의 장소애착이 도시재생에서 중요하다고 하겠다.

도시재생은 지역의 물리적 환경개선을 넘어서 쇠퇴한 지역의 경제, 문화, 사회적 재생을 통한 정주환경의 질적 향상과 지역이 가지고 있는 사회 및 문화적 환경의 가치 회복을 목적으로 시행되고 있다고 도시재생의 목적을 이야기한다. 이처럼 도시재생이 붐처럼 일어나고 많은 사람들이 선진지 견학을 다녀가면서 그 곳을 모방한 비슷한 사례들이 생겨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사람’과 ‘삶’이 주체가 되는 도시이다.
주민들의 행복한 삶과 공공의 이익추구를 전제로 ‘도시재생’을 진행한다지만, 실제 실행단계에서 아쉽게도 주민들이 만족하지 못하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포항이 가지는 장소애착은 무엇일까? 포항은 시민들이 가지는 장소애착을 파괴한 도시이다. 포항역을 없앴고 북구청도 없앴고, 문화원도 지진이라는 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 쓸어버렸다. 그리고 오랜 장소애착을 가진 중앙초등학교도 북구청을 짓는다는 명목하에 없애 버렸다. 즉 시민들이 가진 장소애착을 무시하고 정서적인 결속을 끊어버렸고,

인재로 드러난 포항지진으로 장소애착을 가진 공동체의식 조차도 흔들어버렸다. 며칠 전 포항지진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흥해의 갈등은 오래 갈 거라고 한다. 포항지진은 천재가 아닌 인재이며 인간의 욕심으로 도시를 파괴하였다. 그 속에 시민들의 마음에도 살아가는 삶의 터전도 흔들어놓았다. 남성주의적인 관점의 도시재생은 파괴로 이어지고 개발과 건설이 중심이 되어 나아가던 도시에 지진과 맞물려 흔들려버린 이중고에 시달려 살아가는 시민들의 마음에 치유가 필요한 도시이다. 지진으로 누구나 집단적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으며, 이로 인해 시민들간의 갈등, 그리고 무관심 등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내적으로 아픔을 가진 도시이다.

이 아픔을 품어줄 수 있는 여성주의적인 도시재생과 포항만의 문화도시 정체성으로, 그 속에 문화공동체를 연결하여 회복과 재생, 재활이 필요한 도시이다. 우리가 만들어야하는 포항의 미래를 추구하는 혁신정책은 문화도시 지정에 맞춰 한번쯤 ‘가보고 싶은 포항’이 아니라 그곳에서 ‘살고 싶은 포항’으로 만드는데 최종 목적이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도시의 현재를 진단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포항을 회복하고 치유하기 위한 시스템의 확립이 필요하며 이를 통해 포항만의 도시의 정체성 확립이 가능하다.

세계적인 문화도시로서, 시민의 행복한 삶을 응원하는 철학 문화도시 포항으로의 장기적인 마스트플랜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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