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문 한동대 교수

집은 사람이 몸담고 살아가는 가장 기본적인 장소이다. 우리가 전통적으로 의식주를 인간 삶의 기본적인 요소로 표현하는데, 이는 과거, 현재, 그리고 아마 미래에도 변함없이 맞는 말이라고 생각된다.

의복이 맨 앞에 자리한 것은 과거부터 우리 조상들의 예의를 중요시하는 사회문화적 영향이라고 보여진다. 물론 의복 자체로서도 우리를 외부로부터 보호하는 기능이 없을 수 없다고 보지만...

오늘의 주제는 집에 관한 것이고, 그중 ‘사랑의 집짓기’에 관한 것이다. 이 사랑의 집짓기 운동은 원래이름은 ‘해비타트(Habitat)’로서 열악한 주거환경과 무주택가정의 주거문제 해결을 돕고자 설립된 봉사단체이다.

1976년에 미국인 변호사 밀러드 훌러와 그의 아내 린다 (Millard and Linda Fuller)의 주도로 ‘모든 사람들은 안락한 거처에서 살 권리가 있다’는 신념의 실현 차원에서 시작됐고, 무주택가정에 주거를 제공함으로써 건전한 사회구성원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물론 이들만이 아니라 많은 정부와 정부기관, 그리고 NGO들이 주거의 질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저소득층의 낮은 주거의 질과 높은 비용, 도시지역의 높은 주택가격 등이 문제가 되고 있고,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등 개발도상국의 경우 인프라 열악하고 질 낮은 무허가판자촌의 문제가 글로벌이슈가 돼있다.

각 나라와 도시들 그리고 국제기구들이 이러한 문제의 해결을 위해 노력하지만 그 성과가 그리 인상적이지 못함이 문제인 것이다. 오늘 설명하는 해비타트운동도 그러한 문제해결에 동참하고자 하는 그룹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해비타트는 열악한 주거환경 때문에 인간적인 삶을 영위하지 못하는 전 세계의 모든 가정을 일으켜 세우는 것을 목표로 하며, ‘모든 사람에게 안락한 집이 있는 세상 (A world where everyone has a decent place to live)’라는 비전을 가지고 있다.

현재 해비타트는 전 세계 5개 본부(미국·캐나다, 라틴아메리카·카리브해, 유럽·중앙아시아, 아프리카·중동, 아시아·태평양), 70개 국가에서 전개되고 있다. 1976년 활동을 시작한 이후 2014년에는 누적된 해비타트 주택 수가 100만 채를 넘어섰다.

이 운동은 1980년대 후반, 예수원 설립자인 고(故) 대천덕 신부(Reuben A. Torrey)의 칼럼 ‘산골짜기에서 온 편지’에 소개되면서 한국에 알려지게 됐다. 이후 1995년에 ‘한국사랑의집짓기운동연합회’라는 명칭으로 건설교통부 산하 비영리공인법인 1호로 등록된 뒤 한국해비타트가 공식 활동이 시작됐다.

2000년 지미 카터(James E. Carter Jr.) 전 미국대통령이 한국에서 활동에 직접 참여하면서 해비타트는 국내에 더욱 널리 알려졌다. 1995년 발족된 한국사랑의집짓기운동연합회를 전신으로, 2010년 사단법인 한국해비타트로 변경되었다.

해비타트의 가장 큰 특징은 집 짓는 모든 일을 자원봉사자의 힘으로 해결한다는 것이다. 자재를 옮기고 못을 박는 등 건축현장의 작업은 모두 자원봉사자들의 몫인데, 한 개의 집을 지으려면 500여 명의 자원봉사자들이 필요하다고 한다.

이 ‘사랑의 망치질’에 현재 연간 5만여 명이 참여하고 있으며, 매년 1천여 명이 해외봉사를 나간다. 해비타트운동으로 지어진 집에는 특별한 입주조건이 붙는다. 입주가정은 건축원가의 5% 정도를 선금으로 지불할 능력이 있어야 하고, 자신의 집이나 다른 이들의 집을 짓는 데 최소한 500시간 이상 노동으로 참여해야 한다.

입주 후에는 건축원가를 약 15년 정도의 정해진 기간에 무이자 분할상환하는데, 이 상환금은 해비타트운동에 재사용된다. 건축에 투입되는 토지 및 장비 등의 대부분 비용은 자산가와 기업들의 후원을 통해 조달된다.

한동대학교의 해비타트는 1997년 시작돼 필리핀 등 해외사업에도 참여하고 다양한 국내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국내사업은 강원도 태백 같은 낙후지역의 해비타트와 연계해 방학 중 사업을 벌이거나 학기 중에는 주말에 낡은 주택 수선, 주변 환경정비, 담장 페인트칠하기 등을 수행하고 있다.

현재 40명의 재학생이 한동해비타트 멤버로 되어 있는데, 요즈음 격주로 토요일에 취약지역에서 동네 미화용 벽화를 그리고 있고, 교회건축공사를 도와주기도 한다. 졸업생 중 일부는 해비타트 지역본부 등에서 일하기도 한다.

포항지역에서도 여러 기업이나 기관 별로 해비타트운동을 실천하고 있다. 특히 포스코, 현대제철 등 대기업들의 해비타트활동이 두드러지는데, 자매결연된 마을의 형편 어려운 노약자들의 주거를 건설하거나 정비해주는 등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들었다.

저소득층이나 노약자들의 열악한 주거향상을 위해 정부·지자체를 중심으로 다양한 정책들이 추진되고는 있지만, 이에 더해 해비타트운동이 가난한 이들의 열악한 주거향상을 위해 큰 도움이 되고 상부상조 미풍양속 고양에도 도움이 된다.

아무쪼록 한동해비타트를 비롯한 여러 해비타트운동들과 포항자원봉사센터 등 다른 NGO의 활동들이 서로 협력 하에 행복한 지역사회를 이루는데 큰 힘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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