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저녁 즈음에 죽장을 거쳐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습니다.

고속도로도 아니고 그냥 촌길에 스믈스믈 깔리는 어둠처럼 유튜브의 음악을 블루투스로 연결해 나름 똥폼 재가며 음악에 취해서 정속주행을 하고 있었습니다.

꼬불꼬불한 산길을 돌아 가던 중 먼 길에서 전조등이 번쩍이는 걸 봤습니다.

하이고 기냥 가는 차겠거니 했는데... 어느듯 제 차 뒷편에 바싹 붙드니 번쩍 신호를 보내 왔습니다.

그래서 급할 거 없는 저로서는 비좁은 갓길로 차를 붙이고 지나가게 했습니다.

뭐 잘 지나가겠지 했는데 이 지나친 차는 고맙다고 비상 깜빡이를 점등하더니 운전석 문을 열고 왼손을 높이 차밖으로 올려 엄지척! 하는 것이었지요.

내가 그리 큰일을 한 것도 아닌데 엄지척까지나... 전 슬그머니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내가 작은 일로도 남을 기분 좋게 할 수 있구나...라는 쪼잔하고 늙은 사람이 할 수 있는 일도 있구나.

집까지 오는 내내 즐거워졌습니다. 흐흐... 우리나라 사람들의 운전습관은 가히 천하무적, 진짜 전투적이지요.

절대로 안 비켜주고 "답답하면 니가 알아서 가라"라든지 아니면 "그렇게 바쁘면 어제 가지" 등등 신호가 바뀌면 육상선수가 출발하듯이 겁나게 출발하는 것과 상대방을 배려는 커녕, 적으로 간주하고 잡아 먹을듯이는 물론이고 내가 우선이라는 희한한 법칙이 작용되지요.

수십년 전 업무차 어느 나라 거대도시 번화가를 지날 때 였습니다.

응급차가 사이렌을 울리자 참 희한하게도 차로 북쩍이던 도로가 쩌억 갈라지는 것이 이야~ 이래서 선진국이구나 속으로 그랬지요.

요즈음 우리 동해안의 이 작은 도시에도 이런 현상들을 응급차 소방관들이 촬영을 해서 보도기관에 알려 줘 많은 시민들이 뿌듯해 하는 것 같았습니다.

양보하는 차량에 엄지척 올리는 사람들도 다 이런 든든하고 참 좋은 시민이 아닌가 감히 생각해 보았습니다.




도려 진 살점 앞에 순한 눈 지느러미
아리고 비린 가슴 기억을 뒤로 한 채
어시장 난전 위로는 발자국만 넘친다

발목 잠긴 생의 뒤란 목숨에 저당 잡혀
조각난 그리움을 무두질로 달랬었지
촉 낮은 비릿한 꿈이 사리로 빚어지는

굳은 살 박힌 등짝 거스러미 재우다가
바람 칼 이고 서서 아픔 꾹꾹 다지며
한 평생 가시를 삭여 또 한세월 건넌다

박한 님의 시조 '개복치'




오늘 꽃은 '자금우' 입니다. 나무이고요 7~8월에 꽃이 피고 겨울에 빨간 결실이 생기지요.

키는 10~30센티 사이의 소목입니다.

우리나라 남해안 제주도 그리고 따뜻한 남해안에 기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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