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문 한동대 교수

우리 한국인들이 하루세끼 먹는 것은 주로 밥, 김치, 국 등을 포함한 한국음식이다.

글로벌화 된 세상이 되어 한국인들도 해외에 많이 나가게 되고 적지 않은 외국인들이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상황이라, 한국인의 음식문화도 다양한 외국음식들을 포함하게 되고 식성도 많이 바뀐 듯하다.

지금도 매끼 ‘밥과 김치 없으면 안돼요’ 하는 사람들이 없지는 않지만, 하루 한 두끼 정도를 한국식 아닌 다른 나라 스타일의 음식으로 택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본다.

외국여행을 자주하는 필자의 경우 ‘외국에 나가면 그 나라의 음식을 즐기자’가 평소의 지론이며 그렇게 실천하고는 있지만 며칠 못가서 김치, 된장찌개, 윤기 흐르는 쌀밥 등을 먹고 싶어 한국식당을 찾게 된다.

그렇다고 매끼 혹은 하루 한끼라도 김치 없으면 못사는 스타일은 아니라서 미국에 몇 주 머물 때면, 아침은 맥도날드에서 팬케이크와 커피, 점심은 이탈리안 파스타나 멕시코식 타코, 저녁은 미국식 스테이크하우스나 페르시안 케밥 등으로 식사를 하는 경우가 많다.

베트남에 가면 하루 한끼는 쌀국수인 ‘포’를 먹고, 캄보디아에서는 가물치튀김을 먹기도 하고, 몽골에 가면 그 유명한 ‘허르헉’을 주문하기도 한다. 이러한 나라들 방문 시 간편함 때문에 과일과 토스트로 아침을 때우기도 하지만 동행한 학생들의 성화에 못 이겨 등장하는 것이 한국산 라면이다.

포항에 살면서 필자가 어릴 때 별로 먹어보지 못한 걸 먹는 게 있다면 그것은 물회다. 지금은 활어회를 좋아하지만 남들처럼 아주 많이 먹지는 못하는데, 적당한 양이 든 한 그릇 물회는 점심식사에 가장 좋은 메뉴로 생각하고 있으며, 친구 내지 손님들과 자주 찾는 물횟집이 두어군데 있다.

대게도 죽도시장에서 여럿이 자주 먹는 편인데, 때로는 집에서 한 두마리를 혼자 다 먹어버리는 경우도 있다. 겨울철에는 과메기를 맛보기도 하는데, 식당에서 반찬으로 조금씩 내주기도 하지만 시장에서 포장된 과메기, 미역, 배추, 초고추장 등을 패키지로 팔기에 집에 가져와 먹기도 하고 남으면 아예 구워 먹기도 한다.

포항은 경상도의 일부분이자 우리 한국의 일부분이니 김치와 쌀밥이 주식이고 다른 음식들도 대동소이 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식성들은 서울 등지와는 조금 다르다. 김치가 좀 더 짜고 맵다.

이는 남쪽이라 기후가 좀 더 온난한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또한 바닷가라서 생선회들을 더욱 즐긴다. 지금 포항에서 국내외적으로 차별화된 향토음식을 꼽는다면 ‘포항물회’, ‘구룡포 과메기’, ‘구룡포 대게’다.

하지만 다른 도시들도 물회며 대게를 내세우는 경우가 많으니 포항만의 독특함을 가미해 좀 더 차별화를 시도 할 필요가 있다.

필자가 근무하는 캠퍼스에는 외국인 교수와 학생들이 많고 외국인 손님들도 많이 찾아오는데, 신분에 관계없이 대부분 사람들이 한국음식을 좋아한다. 미국인들이 좋아하는 것은 닭백숙, 닭찜, 닭다리구이 등 닭요리이다.

또한 불고기, 설렁탕, 비빔밥, 샤브샤브 등도 좋아한다. 하지만 생선회 등 날음식과 아구탕 등은 싫어하는 편이다. 일본인들은 생선회, 전복 등 해산물을 너무 좋아하고 불고기, 김치찌개 등도 좋아한다.

중국, 몽골 등 동북아나 베트남, 캄보디아 등 동남아인들도 찌개류를 좋아하는 것 같다. 물론 모두들 스테이크, 샌드위치, 치즈그라탕 등을 좋아하지만 이는 외국음식이라서 제외한다면 그렇다는 것이다.

이 말은 포항의 향토음식들이 내국인들에게나 인기가 좋은 편이니 국제적으로 좀 더 알려지려면, 양념이나 먹는 방법을 약간이라도 변모시킬 이유가 있고, 좀 더 다양한 종류의 향토음식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대게는 미국인이든 일본인·중국인이든 좋아하는 것일텐데, 지금처럼 먹어도 좋지만 이들이 좋아하는 대로 다리부분만 판매할 수도 있고 ‘랍스터’나 ‘대하’처럼 치즈 등을 첨가하여 작은 양을 담아낸 식당메뉴로 개발할 수 있다고 본다.

과메기도 있는 그대로가 건강식으로 좋기는 하지만 ‘메인 디쉬’가 아닌 ‘사이드 디쉬’일수 밖에 없어서 과메기를 메인디쉬화 할 방법을 찾아 볼 필요가 있다. 유럽인들이 마른 듯 만 듯한 청어를 날로 도막내어 먹는데, 우리도 청어과메기를 좀 색다르게 복원해볼 필요도 있다고 본다.

포항물회는 내국인들에게 잘 알려졌지만, 포항지역만의 양념, 먹는 방법 등을 차별화 시키고 좀 더 질 높은 서비스가 가능한지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일본에 가면 각 지역마다 독특한 술들이 개발돼 있는데, 한국도 요즈음 그러한 노력을 하고 있는 것 같다.

포항에도 ‘영일만친구 막걸리’ 정도가 시판돼 있는데, 청주, 와인, 매실주 혹은 다양한 종류의 버섯주, 아니면 물고기, 미역 등을 이용한 해산물주는 가능한지 모르겠다.

지역의 이미지와 지역브랜딩이 지역을 홍보하고 지역발전을 도모하는 데 중요한 요소임이 잘 알려져 있다. 이는 포항의 포스코, 죽도시장, 구룡포과메기 등처럼 글로벌기업, 저명장소 및 상품으로 이미 포항을 알리고 있는 것들도 있지만, 새로운 이미지와 상품을 통한 좀 더 참신한 브랜드메이킹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그것이 향토음식이고 새롭게 개발된 식음료일 수도 있다. 일전에도 언급한적 있지만 포항 영일만항이 킹크랩 수입처가 된다면 경제적인 파급효과는 물론이고 킹크랩 식도락가들에게 포항이 부산의 ‘기장’만큼이나 인기를 끌 장소가 될 것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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