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일방적 경제보복이 초래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의 시행 시기가 보다가오고 있다.

한국 정부가 지난 8월 23일 지소미아 종료 입장을 담은 공문을 일본에 보냈고 이로부터 90일이 경과한 11월 23일 0시를 기해 협정이 효력을 잃는다.

지소미아 없는 한미일 안보협력 체제의 부정적 파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이는 가운데 외견상 분주하게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는 주체는 3각 안보체제를 주도하는 미국이다.

한일 양국이 당사자들이긴 하지만 상황 악화의 책임을 상대국 정부에 물으며 정면 대치하는 상황이어서 접점을 쉽게 찾을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는 안보상 한국을 믿을 수 없다며 수출규제를 가한 일본과 민감한 군사정보를 공유할 수 없기에 일본이 수출규제를 먼저 풀라는 입장이고, 일본은 두 가지 사안은 완전히 별개라는 태도에서 조금도 물러서지 않는다.

이런 꽉 막힌 상황 탓에 미국의 역할이 부각됐고 실제로 미국이 어떻게든 지소미아를 유지하려고 바삐 움직이는 형국이다.

한일 간 갈등 상황이 첨예하다 보니 지소미아 종료 남은기간에 접점을 찾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밖에 없는 분위기다. 그래서 해법을 찾을 때까지 종료일을 몇 개월 만이라도 일단 뒤로 미뤄 시간을 벌어보자는 ‘연기론’이 일각에서 제기된다.

일단 협정을 종료하고 해법이 마련되면 다시 체결할 수도 있겠지만, 아예 종료가 되면 해법 찾기의 동력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종료 시행을 뒤로 늦추는 결정을 끌어낼 명분이 우리 정부에 생겨야 하는데 현재로선 이게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일본 정부가 조금이나마 전향적인 자세로 전환해 일부 성의 있는 조처를 한다면 도움이 되겠지만 아베 신조 총리 정부가 보여 온 고집스럽게 일관된 태도를 보면 이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미국 고위 관료들의 행보와 그들의 중재 활동에 관심이 쏠린다. 한미일 정부 당국자들의 언급대로 지소미아 유지가 3국 모두에 절대적으로 중요한 이익이라면 시한을 미루는 합의가 그리 어렵지 않아야 한다.

아무래도 당사국들보다는 중간자 격인 미국에 이를 추동할 여지가 더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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