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투자 세기리텍 10억원 날리고, 슈가힐 사고 10억원 투자 도중 회수

경북창조경제혁신센터 운용사 위임해 ‘모르쇠’
타 지역 기업 경북지역 연고 위장 약속
공정한 기회제공 의문, 선의 스타트업 기회 갖지 못해


경상북도창조경제혁신센터(이하 경북창경센터)에 배당된 경북지역 성장사다리펀드가 성장성과 기술력이 의심되는 특정 기업에게 투자해 막대한 손실을 기록하는가 하면 일부 부실 투자는 뒤늦게 회수작업에 들어가는 등 관리 감독에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

성장사다리 투자금 60억원 가운데 절반 이상이 부실투자로 드러났고 대상기업 선정도 의문투성이다. 이에 공정한 기회를 제공해 선의의 스타트업 기업에게 기회를 갖지 못하게 한 것이 아니냐는 불공정 특혜 논란이 커지고 있다. ▶관련기사 4면

한국성장금융에서 경북창경센터에 배당한 성장사다리펀드 규모는 100억원에 달한다. 2015년 5월부터 조성한 이 펀드는 수도권과 경북지역 투자 의무 규정에 따라 각각 40대60 비율로 경북지역 기업에 모두 60억원을 투자하고 있다.

그러나 경북지역 투자 기업 상당수는 투자 당시부터 부실기업이었으며 현재도 막대한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대상 업체 선정과정과 관리 감독에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경북도와 경북창경센터는 한국성장금융이 투자운용사인 서울투자파트너스에 위임했기 때문이 선정과정과 경영상태 등은 알 수 없다며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어 책임을 회피하기도 해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투자대상 기업 선정은 운용사인 서울투자파트너스가 주도적으로 관여했지만 일부 기업은 경북창경센터에서 추천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에 책임소재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는 상황이다.

부실투자내역을 보면 10억원을 투자한 ㈜세기리텍은 기업이 도산하는 바람에 투자금 전액을 날렸으며, 마찬가지 10억원을 투자한 슈가힐은 사업주가 경북지역 연고를 갖는 조건으로 투자를 받아 놓고 수년이 지나도록 약속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가 최근에 회사를 매각한 것으로 드러나 위장 약속논란이 일고 있다.

경북창경센터가 추천한 메디유케어는 성장사다리펀드 1억원을 받고 C펀드에서도 3억원을 받아 모두 4억원을 투자받았지만 기업을 정리하는 것으로 알려져 부실투자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운용사인 서울투자파트너스 관계자는" 경북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추언한 3개 업체는 의무 투자대상"이라고 밝혔다.

경북도는 100억원 규모의 벤처기업펀드인 ‘케이앤지방상생1호’도 특정업체를 지원하여 특혜 논란(본지 4월 30일 보도)을 야기한 바 있다.

대경창투의 희망경제펀드의 경우도 부실기업 지원 등 펀드 관리에 허점을 보여 수십억원의 손실을 기록하는 등 경북도의 전반적인 펀드 관리가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

경북창경센터의 성장사다리펀드는 2015년부터 올해 9월말 현재까지 ㈜전우정밀 20억원, ㈜세기리텍 10억원, ㈜우진이엔피 10억원, 슈가힐 10억원, 프로그린테크 7억원을 비록해 메디유케어, ㈜이해라이프스타일, 바이앤어스는 각 1억원으로 모두 60억원을 투자했다.

경영이 부실하거나 성장성과 기술력이 모호한 기업은 세기리텍, 우진이엔피, 바아앤어스, 이해라이프스타일, 메디유케어 등이며 지역연고 약속 미이행 기업은 슈가힐과 바이앤어스로 나타났다.

2015년에 10억원을 투자받은 영천시 소재 세기리텍은 지난해 2월 도산해 법원의 기업회생을 거쳐 사모펀드사에 경영권이 넘어갔다. 이 회사는 투자받은 2015년부터 매출이 급감했다.

매출액은 2015년 859억원에서 2016년 658억원, 2017년 409억원, 2018년 283억원 등으로 급감하면서 도산했다. 투자할 당시의 경영 상태를 면밀하게 검토하지 않은 것이 화근을 불러왔다.

지난해 10억원을 투자받은 슈가힐은 본사가 서울 강남에 위치해 있다. 부동산 광고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는 이 회사는 경북으로 본사를 이전하는 조건으로 투자를 받았지만 이행하지 않고 있으며, 극심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2017년 6억6900만원의 매출을 기록하고 16억1천300만원의 손실을 본 데 이어 2018년에는 19억2천만원의 매출을 올리고도 53억2천300만원의 영업적자를 봐 52억5천만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메디유케어는 2018년에 5천500만원 매출에 2억100만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전년도에는 900만원 매출, 2억5천500만원의 영업손실을 보았지만 매출이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 회사는 약물 주입속도 측정기를 생산하는 기업이며 2016년 7월 설립했다.

경북도가 운영하는 케이앤지방상생1호 투자조합도 의문투성이다. 지역 연고를 전제로 투자받은 일부 기업은 당초 약속과는 달리 공장과 본사를 타 지역으로 이전했지만, 경북도와 해당 자치단체는 이 같은 사실을 모르고 있다가 본지 취재가 시작되자 뒤늦게 실태파악에 나서는 등 관리감독에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한국벤처투자(주)는 100억원 규모의 케이앤지방상생1호 투자조합을 결성해 경북지역을 중심으로 한 벤처기업에 투자 중에 있다. 2016년 12월 28일에 결정한 이 펀드에는 경북도 10억원, 구미시 20억원, 구미대학산학협력단 5억원 등 모두 35억원을 투자했다.

이중 한주반도체는 지난해 2월 구미시의 추천을 받고 15억원을 투자 받았다. 그러나 이 업체는 2017년에 충남 천안시와 공장 이전을 조건으로 투자약정을 체결한 상태라 먹튀 논란이 일은 바 있다.

경북지역에 투자한 6개 업체 모두 자치단체, 특정단체, 특정인 추천 등으로 선정됐다. 일부 기업은 매출규모가 중소기업을 넘는 수준이지만 자금난 해소를 위한 방편으로 지원받았다는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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