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한의대학교 산림비즈니스학과 겸임교수 황미애

이제 신록의 계절이 우리를 부를 것이다. 밖으로 밖으로 우리를 불러낼 것이다.

우리의 밖은 참 다양하지만 이런 곳으로 나가고자 한다. 바다로 인파 속으로, 숲 속으로, 산림 속으로.

숲 속으로 가보자. 식물들은 땅 속에서 치열한 경쟁을 하면서 밖으로 나온다. 밝은 곳으로 빛이 있는 곳으로.

숲 속에서는 소리 없이 경쟁하면서 성장한다. 그들이 가장 중요한 햇빛 광합성 작용이 필수적이기에 그 빛을 향해서 쭉쭉 내민다. 키를 키우기에 바빠 몸에 살을 찌울 겨를이 없다.

키 큰 나무들은 대부분 늘씬하게 늠름하게 뻗어있다. 수고생장(樹高生長)에 전념하다보니 직경생장(直徑生長)에 소홀한 것이다.

햇빛 경쟁이 필요 없는 느티나무나 넓은 땅에 홀로 식재 되어 있는 수목들을 보면 굵은 가지도 많고 잔가지와 잎들이 사방으로 마음껏 펼쳐서 자라고 있다. 햇빛 경쟁도 필요 없으니 여유 있게 수고, 직경 모두 키울 수 있어서 푸근한 그늘도 만들어 주며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다.

그렇다면 숲 속 작은 나무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그들에게도 광합성은 꼭 필요한 것이므로 키 큰 나무 사이에서 키도 커야 하고 줄기도 뻗어 나가게 해야 하는데 쉽지 않은 환경이다. 하늘은 햇빛을 보내고 작은 나무들은 그 빛을 받고자 키 큰 나무 사이 사이로 비집고 내밀어 아래에서 씩씩하게 생장(生長)한다.

경쟁(競爭)이란 같은 목적에 대하여 이기거나 앞서려고 서로 다투는 것이다. 생물이 환경을 이용하기 위하여 다른 개체나 종과 벌이는 상호 작용. 생물의 개체 수가 공간이나 먹이의 양에 비하여 많아지면 생긴다.

예를 들면, 호두나무나 쑥의 일종 등은 대사산물을 배출하여 이것에 의해 다른 식물의 발아나 생장을 억제한다.

또 푸른곰팡이를 발생시키는 항생물질은 구균(球菌)의 발육을 저해하는 경우도 있다. 동종에서의 경쟁을 종내경쟁(種內競爭), 이종 개체 간의 경쟁을 종간경쟁(種間徑爭)이라 한다.

인간사회 역시 경쟁의 연속이고 경쟁의 만연함 속에서 살아간다. 올해는 4월이면 선택을 해야 하는 날이 있다. 그들은 경쟁한다. 치열하게 경쟁한다. 누구를 위해서 경쟁하는 것인지... 숲 속의 식물들은 오로지 광합성을 필요로 한다.

생장(生長)을 위하여 고요히 눈부시게 경쟁한다. 시끄럽지 않으며, 경쟁자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다. 우리는 선택을 해야 한다. 우리 역시 광합성이 절실히 요구되는 현실이기에 햇빛을 향해서 줄을 설 것이다.

사회적 동물인 우리도 식물과 별반 차이가 없다. 봄비가 대지를 촉촉이 건드리면 앞 다투어 아기 식물들이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빛을 향해 땅 위를 올라 올 것이다. 빛을 많이 받을수록 꽃도 서둘러 피울 것이고 열매도 맺을 것이다.

식물은 동물과 달리 늘 그 자리에서 살아간다. 그래서 움직이며 생존하는 것들에 의해 먹이가 되고 그들의 의지와 관계없이 옮겨지기도 한다. 고요함 속에 위대함이 탄생하고 소리 없는 경쟁 속에서의 승리는 참 승리이며 위대한 것이 아닐까 한다. 4월이면 벚꽃엔딩이 울려 퍼질 것이다. 얼마나 많은 꽃들이 거리를 흥분시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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