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온적·소극적' 태도 지적에 포스텍측 "신중히 접근·검토 중인 상황" 답변...지난 1월 발표한 '포스텍2.0 발전계획'에 의대 설립안 반영안해...26일 포스텍 최고경영자과정 강의에도 의대 설립 계획은 없어...의과대학 유치는 지금이 적기인데 정작 포스텍은 '강건너 불구경'...이강덕 시장, "포스텍에 실망·시와 소통채널도 단절" 심기 노출..."포스텍 의대는 국가바이오산업 클러스터 조성과 밀접한 연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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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텍의 의대 설립 의지가 결국 도마 위에 올랐다.

포항시는 포스텍이 1조2천억원을 투자하는 포스텍2.0(제2건학 추진계획)에 의대설립 계획이 반영되지 않았던 점과 김성근 총장 취임 이후 협의 소통 단절 상태 등을 들어 설립의지가 있는지부터 의문이 든다고 포스텍을 직접 겨냥했다.<본지 26일자 1면·4면 보도>

이강덕 시장은 올 들어 포스텍 김 총장의 소극적 행보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여러번 피력했다. 총장이 나서야 할 일인데 움직이지 않고 있다면서 포스코 회장과 함께 추진 주체가 되어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포항시는 포스텍 연구중심 의과대학 신설 관철 시기는 지금이 적기라고 판단하고 있다.

포항시 관계자는 “의대 증원 2천명 협상과정에서 의과학자 양성 카드가 유력하게 제기될 소지가 높다는 점에서 포스텍의 의대설립 의지가 강하게 필요한 시점에 포스텍 총장의 적극적 행보가 요구된다”고 했다.

포스텍 김 총장에 대한 포항시의 불편한 심기는 결국 얼마전 이강덕 시장의 기자 간담회에서 터져 나왔다. 이 시장은 지난 21일 간담회에서 “김 총장의 행태는 실망스럽기 그지없다”며 공개적으로 직격탄을 날렸다.

포항시 관계자는 “포스텍의 의대설립 추진 분위기는 김무환 전임 총장 시절 적극적이었지만, 지난해 9월 김 총장 취임 이후 분위기 바뀌었다”며 “현재 포항시와 대화 채널이 사실상 단절된 상태”라고 했다.

포스텍 의과대학 유치는 포항지역 주민들의 숙원사업이다. 유치 서명운동은 지난해 1월 31일 30만5천803명이 동참했다.

포항시는 이를 동력 삼아 정부를 상대로 당위성을 설명하며 전력을 다하고 있지만 정작 앞장서야 할 포스텍은 움직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포항시는 지난 1월말 포스텍이 발표한 '제2건학 추진계획안'에는 의대 설립안이 제외돼있다는 점을 들었다. 향후 5년간 1조2천억원 투자해 제2의 건학을 추진한다면서 지역주민들의 염원인 의대설립안이 반영되지 않는 것은 의대설립 의지를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당시 밝힌 '대학발전 혁신안'을 보면 세계 최고 수준의 석학 유치 및 연구경쟁력강화를 위해 3천160억원, 새로운 50년을 담아낼 미래형 캠퍼스 타운 조성 등 경영 인프라 혁신에 7천130억원을 사용한다.

세계최고 석학들을 초빙하고 교수 정년도 70세까지 연장한다. 학부와 대학원 교육 혁신에 444억원, 국제화 등에도 736억원을 투자한다.

1조2천억원에 대한 재원은 글로컬 4천억원(국고 1천억원, 경북도 1천억원, 법인 2천억원), 포스텍법인 6천억원, 기부금 2천억원 등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포스텍 의과대학 설립에 따른 투자 예산은 5천억원 정도로 알려졌다.

교육전문가는 “필수의료 붕괴 문제를 해결하기위해 사활을 걸고 있는 지자체 입장에서 포스텍의 역대 최대 규모의 투자는 엄청난 호재지만, 의대설립 계획이 빠진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포스텍측은 “이사회가 통과시킨 ‘제2 건학 추진 계획안’은 수도권 집중에 따라 위기를 맞고 있는 포스텍을 재건하기 위한 김 총장의 비전을 구체적으로 확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이사회에서 김 총장은“미래지향적으로 집중 육성할 분야를 잘 선정하는데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총장은 신년사에서도 ‘포스텍 2.0: 제2 건학’에 대해서만 언급했다.

지난 26일 포스텍 기술혁신경영 최고경영자과정(PAMTIP) 입학식이 끝난 뒤 '기업도시 포항의 발전과 포스텍의 비전'이라는 주제로 강의가 있었는데 이 자리에서도 의대설립에 대한 내용은 한 마디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텍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김성근 총장 취임 후 계속적으로 일관된 입장을 밝혔다”며 “의대 설립에 대해서는 신중히 접근하고 있고 검토 중인 상황이다”고 답변했다.

그는 이어 “최근 일부 지역언론이 포스텍이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는다고 보도한 것은 사실이 아니다”며 해명했다.

이 같은 답변에도 시민들은 "포스텍의 입장이 포스텍이 연구중심의대 설립을 원하고 있다는 건지, 원하지 않는다는 건지 명확하지 않다"며 "신임 총장이 취임한 뒤 포스텍이 의대유치에 적극적이지 않았다는 것은 사실"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포스텍과 달리 포항시는 포스텍 의대신설에 행정력을 총동원하고 있다.

이강덕 시장은 “의대 정원 확대는 27년만에 새로운 기회가 열린 만큼, 의과대학을 유치해 세계와 경쟁하는 국가바이오산업 클러스터 조성의 대전환점을 반드시 만들어가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포스텍 의대신설 추진은 정부의 의과대학 2천명 증원과 맞물린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의 증원 계획이 확정될 경우 자칫 포스텍 의대신설은 물 건너가거나 소외될 소지가 많기 때문이다.

포항시는 포스텍에 연간 정원 50명 규모의 의사 과학자를 양성하는 의과대학 설립 추진과 함께, 500병상 규모의 스마트 병원과 의사과학 융합연구센터 건립에도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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