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원 수필가

이 세상에서 나를 필요로하는 사람이 있을까. 있다면 몇 명이나 될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손꼽을 정도다. 인류 발전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는 유명인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스티브 잡스는 2011년 10월 5일 향년 56세로 별세했다. 그의 열정, 에너지는 우리 세계의 삶을 윤택하게 해준 끝 없는 혁신의 아이콘이었다. 세계는 잡스 덕분에 진보했다는 극찬도 있다. 누구나 그의 업적을 기억하고 짧은 생애를 아쉬워한다.

필요로 하는 사람이 되려면 상대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든지 또는 인류 발전에 이바지 한 뚜렷한 업적이 있을 때다. 범인(凡人)이라면 전자에 해당될 것이다. 가족을 부양하는 가장(家長), 중요한 역할을 하는 직장인, 사회봉사자, 동호회 임원 등이다. 후자일 경우는 존경받는 지도자, 과학자, 교육자 등이라고 하겠다. 누구나 최소한 가족을 위해 역할을 한다. 그 범위가 넓어지면 존경 받는 지도자로 칭송 받을 수 있다.

도움 받는 사람 입장에서 보면, 도움 주는 사람은 삶의 디딤돌이다. 세상에 독불장군은 없다고 했다. 태어나자마자 부모의 보살핌으로 시작하여 평생 알게 모르게 누군가의 도움을 받는다. 즉 누군가의 도움은 나의 디딤돌이다. 살아가는 길목 곳곳에 나를 위한 디딤돌이 있다. 디딤돌을 밟고 일어서는 것은 나의 몫이다.

부모는 살아가면서 전방위적 디딤돌, 스승은 배움의 디딤돌, 직장 상사와 동료는 승진의 디딤돌, 더불어 사는 이웃 등 모두가 나의 디딤돌인 샘이다. 반면에 걸림돌도 있기 마련이다. 같은 분야에서 같은 목적을 향해 나아가는 선의의 경쟁자를 걸림돌이라고 할 수 있을까. 같은 시험을 보는 입시생, 입사 때 지원자들, 동종의 자영업자들은 주마가편(走馬加鞭)이라 하겠다. 그들이 있기에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나 홀로라면 경쟁할 일도 없어 순탄하겠지만, 사회에서는 선의의 경쟁을 해야 하고 그것은 사회발전의 원동력이기도 하다. 다만 악성 걸림돌은 없어야한다. 그렇다면 나는 남에게 디딤돌일까 아니면 걸림돌일까. 누군가에게 베푼 적도 있고, 도움받은 적도 많다. 디딤돌 혜택을 많이 받았고, 가족을 비롯해서 디딤돌 역할을 다소 한 것 같다. 걸림돌은 스스로 인지하지 못하기도 하겠지만, 적어도 악성 걸림돌은 아니고 싶다.

늙고 병든 부모를 돌봐야 하고, 자식을 걱정하며 손자를 돌보는 일은 나의 생활에 걸림돌로 착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건 아니다. 스스로 우러나오는 마음에서 성심으로 하는 만큼 걸림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은 은퇴하여 나의 생활을 할 때지만, 효도나 손자 돌봄은 보람이 더 크기에 걸림돌이 라고 하면 불경스럽기까지 하다. 그저 해야 할 일을 할 뿐이다.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연예인이라면 그들의 팬이 디딤돌이다. 정치인이라면 그를 지지하는 대중이 디딤돌이다. 디딤돌은 오늘의 내가 있게 해 준 고마운 존재다. 하지만 디딤돌 역할을 해 준 유권자를 실망시키는 경우도 있어 배신감을 갖기도 한다. 부모의 헌신적인 뒷바라지 덕분에 성공한 아들, 또는 어려움을 겪는 아들에게 전 재산을 물려준 노부모의 비애도 심심찮게 매체를 채우고 있다. 자식에게 평생 디딤돌이 돼 줬건만 말년에 최소한의 보살핌조차도 못 받고 비참하게 노후를 보내는 이를 볼 때 안타깝다.

정신적인 도움은 물질적인 도움 이상의 디딤돌이 될 수 있다. "정신적 지주", "롤 모델" , "마음의 안식처" 등이다. 정신적 도움을 받아들이려면 물질적 도움과는 달리 열린 마음으로 공감해야 만 가능하다. 정신적 도움을 받아들이면 공고(鞏固)한 디딤돌이 되어 자신을 완성해 갈 수 있다. 물질적 도움이 한 때에 거친다면 정신적 도움은 평생의 디딤돌이 된다. 그리고 어려움이 있을 때는 더욱 강력한 디딤돌로 풍파를 이겨내도록 한다. 마음속에 "정신적 지주", "모델" , "마음의 안식처" 등을 가져보자. 그 대상은 성인, 위인이거나, 비근하게는 부모님이나 가까운 지인이 될 수도 있다. 집안의 어른으로, 사회의 지도자로서 모범적이면 따르는 자가 생겨나고, 존경받는 디딤돌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자신을 따르고 디딤돌로 삼는 자가 누구인지 얼마나 되는지는 정확히 알 수는 없다. 하지만 자신의 삶과 방식이 남에게 디딤돌이 될 수 있다면 얼마나 보람 있는가. 누구나 타인에게 디딤돌이 될 수 있다. 최소한 자식이 있고 이웃이 있기 때문이다. 따르는 자가 많고 적음의 차이일 뿐이다. 적으면 어떠랴, 베풀고 모범적으로 살아가면 자신도 모르게 누군가의 디딤돌이 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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