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진 천군커피정미소 대표

"맛있는 커피를 추천해 줄 수 있을까요?"
"예. 가능합니다. 혹시 선호하는 어떤 맛이나 느낌이 있을까요?"
"음... 봄날 꽃향기가 느껴지는 그런 커피가 있을까요?"
"마침 라벤더 꽃밭에 있는 듯한 느낌의 커피가 있는데 어떨까요?"
"예. 좋아요."

아주 바람직한 손님과의 대화이다. 그런데 만약 선호하는 커피에 대한 대화 없이 나의 입장에서 좋다고 생각하는 커피를 내렸을 때 손님도 만족할 수 있을까? 손님의 입장에서 커피를 바라보고 ‘맛있는 커피’를 추천하려면 객관적인 시선이 필요하다.

추천하기 위해 먼저 손님에게 물어볼 말은 ‘최근에 어떤 커피를 맛있게 드셨나요?’, ‘가장 맛있게 즐긴 커피는요?’, ‘평소에 어떤 커피를 즐겨 드시나요?’, ‘좋아하는 나라나 지역 있으세요?’ 등이다.

이론적으로는 이렇게 묻고 싶지만, 손님과의 분위기 파악으로 간단 질문으로 마무리 되기 일쑤다. 그런 이런 섬세한 주문 말고, 감성 풍부한 이런 주문에는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예를 들어 “속에 천불날 것 같은데 가슴이 뻥 뚫리는 (커피)음료 주세요! ※천불나다-‘속끓이다’의 포항지방 사투리-” 뇌가 빠르게 회전한다. 일단 차가운 음료에 벌컥벌컥 마실 수 있어야할 것 같다. 시간이 있다면 탄산이 가미된 달달한 음료도 좋겠지만 나의 선택은 가장 빠르고 간단한 아이스아메리카노! 탁월한 선택일까?! 내 취향에 의한 선택이 손님에게도 맞았으면 좋겠지만 아닐 수도 있겠지.

무산소발효 커피의 질주가 이어지고 있다. 잘 익은 생두를 수확해 껍질을 벗기는 과정에서 발효통의 산소를 빼내 무산소발효가 이뤄진다. 이 독특한 가공법으로 다양한 향미의 커피가 생산된다. 개인적으로는 정말 새롭고 흥미로운데, 손님의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린다. 커피에 발효취를 못 견뎌하는 분들께 차마 권하기 힘들지만, 커피의 흐름상 놓칠 수 없는 부분이라 계속 도전하고 있다.

10년을 넘게 업을 이어가는데 커피는 여전히 어렵고 늘 새롭다. 다양하고 새로운 커피들이 해를 바꿔가며 등장하고, 미처 생각지도 못한 신문물들이 쏟아진다. 모든 생두를 구입해서 다 맛보고 평가하고 싶고, 신문물들도 몽땅 구입해서 사용해보고 싶다. 비용은 물론 이거니와 그럴 시간조차 허락되지 않는 현실에 곧장 부딪힌다. 적혀 있는 글과 질의 응답에서 샘플 고르듯 선택할 수 밖에 없고, 유투브 영상에서 대리 만족하며 꼭 필요한 신문물만 구입하게 된다. 그 또한 나의 취향대로. 그렇지만 내 취향이 손님의 취향과 맞길 바라면서…

한달 앞으로 다가온 국회의원 선거.

뽑고 싶은 사람, 취향에 맞는 사람과 그러한 정당에 투표하는 것은 자유!

취향 이전에 나의 시선을 한번쯤 객관화해 볼 필요가 있다. 맹목적인 추종이 아닌 합리적인 선택으로 우리 모두 조금 더 나은 세상에서 살 수 있길. 투표는 민주시민의 정당하고 신성한 권리이자 의무. 다 마음에 안 들어서 투표하지 않는 것도, 모두다 좋아서 여러 명에 기표하는 것도 어쩌면 모두 자유겠지만, 소중한 한 표가 사라지지 않고 꼭 쓰여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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