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문 한동대 명예교수

주택은 인간에게 있어 가장 기본이 된다는 전통적인 세 가지 요소 중 하나이다. 우선 먹어야 살 수 있지만, 집이 있어야 추위와 더위를 피할 수 있고, 맹수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고, 개인적인 가정생활이 이루어진다.

마지막 한 가지가 의복인데, 이는 우리 몸을 일차적으로 보호하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문명이 발달됨에 따라 사회가 형성되고 예절이 중요해져 있기에 중요해진 것이라고 보인다.

현대사회에서도 주택문제가 해결되어야 할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로 되어 있다. 인구가 도시에 집중되어 토지와 주택가격이 크게 올라 있기에 많은 사람들이 제대로 된 주택에 거주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제대로 된 주택이란 영어로는 Decent라는 단어를 쓰고 있고, 미국의 헌법을 보더라도 ‘모든 (미국) 시민들은 Decent한 주택에 살 권리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Decent의 뜻을 사람이 살만한 이라고 해석할 수 있는데, 어느 정도를 말하는지 모호하기도 하다.

그 나라 그 사회의 상황에 맞게 규정한다 하더라도 인구가 늘고 주택가격이 크게 올라 부담이 되는 상황에서 주택의 질을 국가나 사회가 보장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이는 자본주의 국가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지금은 몇 안되는 사회주의 국가에서도 보장할 수가 없음은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20세기를 지나고 21세기를 지나가면서 과학문명은 급속도로 발전해 가고 있다. 지난 수십년 전에는 공상과학 소설에나 등장할 듯한 그 당시에는 꿈도 꾸지 못하던 일들이 우리 일상에 자리 잡았다. 인터넷, 와이파이, 핸드폰, TV, 고속열차, 에어컨, 자가용, 냉장고, 전자레인지, 에어프라이어 등 상상도 못했던 것들이다.

하지만 주택은 건설 방법이나 형태 및 구조에 있어서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고 할 수 있다. 물론 각종 첨단의 전기전자기기들이 갖추어져 있지만 우리 인간의 먹고 자는 행태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물론 우리의 도시들도 마찬가지이다. 도시는 거대해지고 각종 건물과 시설들이 들어서 있는데, 오랜 역사를 지니고 오래된 거리와 집이 있고 새로운 것들이 뒤섞여 있다.

많은 이들이 스마트시티를 언급하는데, 이것도 도시의 일부분, 즉 어느 한 기능 혹은 어느 한 건물 정도쯤은 스마트화될 수 있을지언정 넓은 지역 자체가 스마트하게 바뀌기는 쉽지 않다. 천문학적인 재정도 문제지만 그렇게 하기가 신도시를 건설하지 않는 한 쉽지도 않고 바람직한 것도 아니다.

도시는 다양함을 품고 있고, 사람들은 각기 다양함을 원할 것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과학기술은 우리가 의식하지 못할 만큼 빨리 발전하지만, 우리들의 삶이나 도시는 그에 맞추어 변화하지 않는다.

얼마 전 필자가 한 칼럼에서 천체물리학과 인공위성을 이야기하면서, 1977년의 저명한 에세이 ‘Moon and Ghetto’를 언급한 적이 있다. 우주항공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해 물리학, 기계공학, 금속공학, IT 등 많은 분야가 급속히 발전해 나가는데, 왜 도시 슬럼문제 하나 풀어내지 못하느냐는 것이냐? 또한 무엇이 정말 중요하냐? 는 것이었다.

이처럼 우리 인간의 삶의 기반이 되는 주택이나 도시는 그리 빨리 변모되는 게 아니고 중요성이 급속하게 달라지지도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이 말은 우리는 앞으로도 오랫동안 주택문제 해결에 많은 돈과 시간을 써야 할 것이라는 것이다.

돌아보면 세상에는 아주 다양한 주택들이 존재한다. 우리 한국의 경우라면 20~30층 높이의 대규모 아파트타운에 방 3~4개에 화장실 2개를 지닌 최신식 주택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좀 더 개인적인 편리함과 프라이버시 유지에 편리할 뿐 그 유닛 안의 형태는 과거의 단독주택들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그 안에서 먹고, 쉬고, 일도 하고, 잠자는 등 우리의 일상도 과거와 그리 다를 바 없다. 물론 단독주택을 원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대도시에서는 한두평짜리 고시촌 같은 열악한 주택에 거주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미국에서는 이러한 고층주거형태는 극히 드물다.

중저가 주택들이 아파트 형태일 뿐, 대부분 미국인들은 넓은 대지에 침실 3개, 화장실 2개, 차고 등이 있는, 전체 방수 7~8개의 단독주택에서의 삶을 원한다. 그러나 동남아시아, 라틴아메리카, 아프리카 등의 많은 이들은 아직도 열악한 주거환경에서 지내야 한다.

미래에는 이러한 열악한 주거가 사라지게 될까? 하지만 이는 우리 사회의 빈부격차며 빈곤이 미래에는 사라지게 될까? 라는 질문과 마찬가지로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질문이다.

과학기술이 발전하고 소득이 높아져 우리가 영화 ‘제5원소’에서 주인공 ‘브루스 윌리스’가 사는 1~2인용으로 제작된 스마트하나 아주 좁은 주택, 그것도 공중에 떠 있는 듯한 고층환경에 만족할만한 사회 분위기가 형성된다면 주택문제가 해결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에 모든 이들이 만족하지 않을 것이며, 소득이 늘어도 모든 이들이 그 혜택을 누리게 될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게 현실인 것이다. 그러므로 미국의 스튜디오 아파트 보다 더 작은 한국의 원룸 주거들이라도 스마트기능 및 공동체시설들과 결합하여 좀 더 많이 공급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물론 교통결절점 등에는 캡슐호텔들도 더 늘어나야 할 것이라고 본다. 이는 1인 가구가 크게 늘어나고, 직주근접 상업/서비스업 근접 등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수요에 따라 고층 큰 평수 아파트도 필요하고, 일부 단독주택도 필요할 것이다.

마켓이 다양한 수요에 맞추어 다양한 종류의 주택들을 생산해 내고, 정부는 이들에 대한 얼마간의 인센티브와 함께 시장 활성화/다양화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게 되면 이론상으로 나마 문제해결점이 보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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