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주락 탐사보도팀장

환경부의 탁상행정으로 인해 수돗물 신세가 될 뻔한 울릉도 추산용천수가 오명(?)을 벗게 됐다.

감사원까지 동원돼 해결한 ‘추산용천수 수돗물 해체 작전’은 무엇이 문제였고 왜 떠들썩거리게 되었나. 환경부는 왜 이를 끝까지 수돗물로 규정하려고 했으며 그로 인해 무엇을 얻으려 했나.

울릉샘물 사업은 지난 2010년 6월, 울릉군이 먹는샘물을 개발하기 위한 기본계획 수립을 하면서 시작됐다. 이 당시만하더라도 기본계획 수준이라 단순 진행 과정이었고 2013년 11월 경북도로부터 개발 허가를 받는 과정도 순탄했다.

울릉군은 2017년 9월 먹는샘물을 개발하기 위해 민간사업자 공모를 진행했고 LG생활건강이 이에 최종 선정됐다. 2019년 1월, 울릉군과 LG생활건강이 공동으로 출자한 ㈜울릉샘물이 설립되면서 먹는샘물 개발사업은 본격적으로 진행됐다.

울릉군은 당초 추산용천수에 새로운 취수정을 설치해 이 과정으로 먹는샘물을 개발하려고 했었지만, 상수원보호구역으로 묶여있어 공익적인 목적이 아니라면 건축물이나 공작물 등의 설치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이때 울릉군이 고안한 방법이 기존에 수돗물 생산을 위해 연결된 도수관로에 취수관로만 연결하는 방법이다. 이는 새롭게 취수정을 설치하는 방식이 아니기 때문에 환경부도 2019년 10월, 취수관로는 설치가 가능하다고 답변을 해주었다.

울릉군은 이에 따라 다음 달인 11월, 환경부 회신을 근거로 공장설립을 승인해줬으며 LG생활건강은 2020년 9월 착공에 들어가 2021년 11월 준공했다. 추산용천수가 먹는샘물로 도전장을 내민 순간이 온 것이다.

그런데 회심의 사업은 어찌된 영문인지 준공 이후 지금까지 울릉샘물로 탄생하지 못했다. 취수관로 연결이 가능하다는 환경부의 엉뚱한 규제 때문이었다. 환경부는 수돗물을 먹는샘물로 판매할 수 없다는 수도법 제13조를 울릉군에 들이밀었다.

울릉군도 황당했을 것이다. 환경부가 취수관로 설치가 가능하다고 하여 공장까지 준공됐는데 먹는샘물로 판매할 수는 없다고 하니... 말 그대로 취수관로의 설치만 가능하다고 했지 먹는샘물로 개발하라고 한 적은 없다는 심보인 셈이다.

환경부가 내린 수돗물의 정의와 이것이 울릉도 먹는샘물 개발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서는 본지를 포함한 여러 언론사에서 보도됐으니 생략하고 무엇 때문에 이런 이해하기 힘든 규제가 작동된 것인지에 대해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이번 사태로 환경부의 상식적이지 않은 고집이 드러나게 됐다. 우리는 흔히 수돗물이라고 하면 수도꼭지를 돌렸을 때 나오는 물 즉 정수를 떠올리게 된다. 이것이 일반에게 알려진 통념 즉 상식이다.

환경부는 수도꼭지로 나오기 이전 수도시설에 발만 걸치고 있다면 원수라도 수돗물이라 판단했다. 이러한 판단은 전문기관으로서 당연히 내릴 수는 있겠으나 이에 파급되는 영향을 미친다면 섣부른 고집은 자제했어야 했다.

기자가 주목한 감사원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수돗물이 원수냐 정수냐를 두고 환경부 내에서도 의견이 갈렸다고 한다. 그러나 환경부 사무관들의 대다수 의견은 원수까지 포함해 해석해야 한다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부가 내린 수돗물의 정의는 사무관들의 찬반 투표 형태로 정했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당시 울릉군과 본지가 공식 질의를 했을 때에는 별도의 회의도 거치지 않고 무조건 원수도 수돗물이라는 답변을 내놓은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환경부는 담당자가 바뀔 때마다 해석에 다른 행보를 보였고 한 사무관은 “문서로 질의하면 수돗물은 원수를 포함한다고 답변할 것이니 앞으로 전화도 하지 말라”고 답변하는 등 고압적일 수 있는 태도를 보인 정황도 드러났다.

환경부가 500억원이 넘게 투입된 사업을 두고 무슨 자신감으로 제대로 된 협의 과정 없이 수돗물에 대해 이처럼 안이하고도 무질서하게 정의했는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환경부는 감사원이 나서자 그제야 본격적인 법리 검토에 들어갔다.

울릉군의 요청으로 감사원이 본격적인 감수에 착수하기 이전 사전컨설팅에 돌입한 시기는 2022년 6월이다. 감사원이 환경부를 방문해 법리 검토를 요청하니 환경부는 법무법인릉 동원 지금껏 수행하지 않은 법률 자문 단계를 밟은 것이다.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울릉군이 수돗물에 대해 제대로 해석해달라고 3년간 매달렸어도 환경부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다가 감사원 정도나 되는 상부기관이 나서니 부랴부랴 어떠한 조치라도 취하는 모습을 보였다.

감사원도 이 때문에 환경부는 울릉군 및 기자의 질의 등을 통해 규제 정비의 필요성을 확인했는데도 이를 정비하지 않고 그대로 두면서 이해관계자에게 혼란을 초래했고 합리적인 신뢰 보호를 위한 대안조차 마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의 개입으로 울릉샘물 사태의 본질이 드러났지만 환경부는 마지막까지도 이 사태를 자동차와 관련한 법령에 빗대며 자동차의 의미도 다르게 규정하고 있으니 수돗물도 사정이 비슷하다며 끝내 뜻을 굽히진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결국 감사원도 위반 시 행정형벌까지 가능한 수도법상 수돗물이라는 정의는 엄격해야 하고 명문 규정의 의미를 특정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해석되지 않도록 명확히 규정해야 하기에 환경부가 주장한 자동차와 상황 자체가 다르다고 반박했다.

환경부가 이번 감사로 일반에게 비춰진 모습은 상식적이지 않은 접근 과정에서 아무런 법리적 검토도 하지 않았으며 끝내 잘못이 드러났음에도 인정하지 않는 모습이다.

자신들이 곧 정의이며 진리고 정답이라는 사고가 만연했기에 단순히 ‘수돗물을 정수라고 정의하면 된다’는 상식을 ‘수돗물은 원수까지도 포함해야 한다’는 이해하기 힘든 결론이 튀어나온 것이다.

울릉샘물 사태는 환경부 공무원의 일면을 정면으로 보여준 개운치 않은 사례다. 환경부가 규제의 결정체, 공무원 중 상공무원이라는 사회적 이미지 또한 이 때문에 만들어졌을지도 모른다.

환경부는 수돗물에 왜 원수를 포함시켰어야 했나. 수돗물에 원수가 필히 들어가야만 하는 환경적 이유가 있었을까. 아니면 그 누구에게도 꺾여서는 안 될 알량한 자존심 때문이었을까.

그들은 을릉샘물을 수돗물로 둔갑시켜 무엇을 얻으려 했을까.

저작권자 © 영남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