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문 한동대 교수

지난 몇 년간 사상 유래 없는 코로나 팬데믹 사태로 국내외 경기가 얼어붙었다. 그런데 그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지 2년이 지나고 있다. 어서 전쟁이 끝나고 팬데믹을 시작으로 얼어붙은 세계경제가 회복되기를 바라고 있는데,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터졌다.

어떤 사람들은 이게 3차 대전의 서막이라고 이야기도 하지만, 그래서는 안되고 어떤 수를 써서라도 전쟁을 끝내야 할 것이고 그렇게 되어 간다고 믿고 싶다. 코로나가 극심했던 4~5년 전만 해도 해외여행은 물론이고 국내여행 조차도 쉽지 않았었다.

이제 여행은 자유로워졌지만 아직도 생필품과 건축자재는 물론이고 기계전자제품들은 국내외 네트워크가 끊어지거나 연결이 미약해져서 전반적인 가격폭등을 겪게 되었다.

이러한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미정부는 이자율을 인상하게 되었고, 이로 인해 스태그플레이션을 염려하게 되었다. 물론 이를 막기 위해 정부가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미국 주택시장은 연준의 금리인상에 따른 차입여건 악화 등으로 2022년 하반기 이후 주택은 가격/거래량 모두 위축되었다. 이는 높은 주택가격과 모기지 금리, 주택재고 부족 등의 영향으로 가계의 주택구입 부담이 크게 높아지면서 주택거래량이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는 것이다.

필자의 큰 아들도 2022년 1월에 캘리포니아 얼바인에서 주택을 구매했는데, 그때만 해도 고정금리가 3~3.5%였으며, 매물 한 채에 여러 명이 가격을 올려가며 경쟁적으로 매수에 참여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매물도 구매자도 크게 없는 상황이다.

주택에 대한 건설투자도 부진하다. 그러다 보니 남가주(Southern California) 같이 인구가 늘어나는 지역에서는 공급부족이 지속되면서 매기가 크게 없어도 가격은 유지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 대거 리모델링에 나섰던 것도 집값을 올리고 매물을 줄이는 요소라고 한다. 집 수리에 많은 돈을 투자해 집의 가치가 올랐을 뿐 아니라, 리모델링에 목돈을 들였기 때문에 집주인들이 팔기를 아까워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아무튼 남가주와 같은 대도시 메트로폴리탄에서는 주택가격 및 임대가격이 예나 제나 높아 많은 가구들이 주택구입은커녕 임대료 내기도 빠듯한 상황에 처해있는 것이다.

미국 부동산 시장 분석 기관들은 재작년 기준 연간 적게는 150만채, 많게는 500만채의 주택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보고 있었다. 하지만 한동안 집을 짓지 않았기 때문에 주택시장에 적절한 공급이 없는 상황이다.

시사 주간지 디 애틀랜틱은 ‘샌프란시스코와 뉴욕, 보스턴 같은 고용 중심지와 주변 교외 지역에서는 건물 높이/밀도 제한이나 환경규제 등 엄격한 규정 탓에 주택건설이 부족하게 된 측면도 있다’고 했다.

리얼터 닷컴에 따르면 2012 ~ 2022년 10년 동안 미국 전역에서 가구 수가 1,560만호 늘었는데 같은 기간 착공된 주택은 1,330만채, 완공된 주택은 1,190만채에 불과했다고 한다.

근래 높은 대출 금리에도 주택구매수요는 어느 정도 유지되고 있는 이유는 인구/가구가 늘고 있고, 고용시장도 예상보다 견고해 높은 이자 부담도 감수하려는 사람들 때문이라고 한다.

물론 이들은 추후 주택가격 상승 및 재융자를 염두에 두고 있기도 할 것이다. 팬데믹을 거치며 재택근무가 늘면서 부모나 친구와 함께 살던 이들이 독립해 나가면서 가구 분화가 예상보다 빨라져서 수요/소요가 늘어났기 때문이기도 하다.

미 경제지 포천에 따르면 2020년 7월부터 2022년 7월까지 2년간 미국에서 390만 가구가 늘었는데, 인구 추세에 따르면 170만 가구가 늘었어야 했다고 했다. 즉 220만 가구는 예상치 못한 초과 수요였던 셈이다. 포천은 ‘대유행 기간 급증한 주택 수요를 충족하려면 당시 주택공급이 300%는 증가해야 했을 것’이라고 했다.

미국 중앙은행(FED)은 지난해 후반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 목표 범위를 5.25∼5.50%로 동결했다. 2023년 9월과 11월에 이어 세 번째 연속 동결이었는데, 한국의 3.50% 보다는 크게 높은 수준이다.

제롬 파월 FED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번 긴축 국면에서 기준금리가 정점이나 그 근처에 도달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사실상 금리 인상 중단을 시사했다. 이날 FED위원들은 2024년 기준금리 중간값을 4.6%로 예상했는데, 현재 금리 대비 세 차례 금리 인하를 반영한 수준이다.

월드스트릿 저널(WSJ)이 기업 전문가와 경제학자 6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미국에서 경기침체가 발생할 가능성이 1년 여 만에 50% 이하로 떨어졌으며, 연준의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도 50% 이하라는 결과가 나왔다.

다만 이들은 장기채권 금리 인상, 이스라엘-하마스 분쟁 등이 경기에 역풍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제기했다. 이들은 2024년 상반기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은 부진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들은 올 성장률이 1분기에는 연율 0.35%, 2분기에는 0.6%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고, 월평균 신규 고용은 1분기에 4만 2,500개, 2분기에 1만 6,700개로 크게 위축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2023년 4분기 13만 8,800개보다 크게 줄어드는 것인데, 높은 금리 및 인플레이션의 여파가 올해 나타나는 것이다. 하지만 부동산시장의 작동으로 전반적인 경기는 경착륙 아닌 연착륙을 예상하고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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