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한의대학교 산림비즈니스학과 겸임교수 황미애

나이테. 한자로는 연륜-年(해년),輪(바퀴륜)-은 숙련의 정도, 이름에서 이미 나이테의 의미를 충분히 알 것 같다.

계절의 변화가 없는 적도에서는 나이테가 잘 나타나지 않는다. 날씨의 변화가 별로 없다는 것은 나무가 자라는데 큰 어려움이 없다는 것이다.

나이테의 굵기에 따라 나무의 성장 환경을 알 수 있다. 자연 환경 속에서의 숱한 노력, 경험으로 세월의 흔적을 담은 나이테. 그렇다면 우리의 나이테는 주름이 아닐까. 세월의 흔적을 지우고 싶고, 지우려 많은 투자를 하고.

2023년 6월 28일부터 만(滿)나이 통일법이 시행된다. 특히 한국에서는 나이를 많이 따지는 문화다 보니 한국 나이, 미국 나이로 표현한 적이 누구나 있을 것이다. 어렸을 때는 한 살이라도 많게 보이려고 한 적도 있지만 이제는 한 살이라도 어려 보이고 싶고, 줄이고 싶다. 나이조차도 소소한 인간의 욕망일까...

만 나이 통일법이 시행된다 하니 나이 줄어졌다고 좋아들 한다. 하지만 취학의무 연령이나 정년 등은 이미 법령상 나이를 만 나이로 계산하여 시행되었기에 별 의미가 없다. 별거 아닌 법령인데 한동안 재미있게 시끌시끌했다.

나무는 나이테를 만들기까지 얼마나 숙련의 시간들을 견뎌내고 살아냈을까. 아낌없이 주는 나무는 고목이 되어서도 목재로 사용되어질 때 나이테를 디자인으로 이용되기도 하고 최근에는 또 다른 용도로도 쓰임이 있다고 한다. 산에 우거진 산림을 보면 그 울창함 속에 한낱 작은 먼지 같은 존재로 한없이 작아진다. 나무의 나이테와 우리의 얼굴에 세월이 보이는 주름, 무엇이 다를까.



나무학교

-문정희-


나이에 관한 한 나무에게 배우기로 했다
해마다 어김없이 늘어 가는 나이
너무 쉬운 더하기는 그만 두고
나무처럼 속에다 새기기로 했다
늘 푸른 나무 사이를 걷다가
문득 가지 하나가 어깨를 건드릴 때
가을이 슬쩍 노란 손을 얹어 놓을 때
사랑한다! 는 그의 목소리가 심장을 꽂힐 때
오래된 사원 뒤뜰에서
웃어요!하며 숲을 배경으로
순간을 새기고 있을 때
나무는 나이를 겉으로 내색하지 않고도 어른이며
아직 어려도 그대로 푸르른 희망
나이에 관한 한 나무에게 배우기로 했다
그냥 속에다 새기기로 했다
무엇보다 내년에는 더욱 울창해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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