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공사 구미 원호지구 전선 지중화를 하지 않아 난개발을 부추겼다는 지적이다.

구미 원호지구 도시개발구역 내 전신주가 마구잡이로 설치돼있어 조합이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한전이 전선 지중화 사업에 미숙한 대처로 화를 키웠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구미시 고아읍 원호리 206번지 일원에 위치한 원호지구(24만1735㎡)에는 현재 177기의 전신주가 설치된 가운데 현재 지주 및 조합원들이 성토하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려면 최소 50기 이상의 전신주가 이설돼야 하는 상황이다.

지중화 사업이 진행될 경우 전기, 통신선들이 땅에 묻어져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안전이나 재산상 문제를 원천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미관상으로도 훨씬 좋기 때문에 구미시는 지중화로 추진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 입장이기도 하다.

원호지구는 왜 지중화 사업으로 진행하지 않았을까. 취재 결과 원호지구조합은 2020년 1월부터 지중화 작업을 한전에 요구했으나 한전에서 지중화에 대해 늑장으로 대처하다 사업비 책정 과정에서도 문제가 있음이 드러났다.

본지가 한전에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 12월 당초 한전이 지중화 사업으로 제시한 비용은 약 11억3천만원, 최근 진행된 전신주 설치비 7억2천만원과 비교하면 4억원 차이에 불과한 수준이다.

문제는 조합에서 지중화 설치를 요구할 때마다 이러한 설치비는 계속해서 늘어났다는 점이다. 원호지구조합은 이듬해인 2021년 11월 지중화 작업을 요청했으나 한전은 비용이 19억원이라며 말을 바꿨다.

지중화 사업에는 조합 측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도 있기 때문에 비용이 늘어날수록 조합에서 처리해야 할 일은 많아진다. 원호지구조합은 19억원도 감당하겠다며 같은 해 12월 지중화를 결정했다.

2022년 3월 지중화 작업을 요구했는데 한전은 관리기관을 구미지사에서 경북본부로 바꾸며 전력수요예측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조합 측은 한전의 방침에 모두 동의하겠다는 취지로 공문을 보냈으나 한전은 2022년 10월 최종 설치비는 당초 대비 7배가량 늘어난 77억원이 됐다고 통보했다. 조합 역시 비용 증가로 인한 지중화 사업 취소를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

원호지구는 이미 지중화 사업이 불가능한 상황에 이르렀지만 한전은 지중화에 대한 분명한 계획을 세워 두번 다시 같은 불상사를 되풀이 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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