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영일만항 38%가 풍력발전시설 조립장으로 임대됐다.

포항영일신항만㈜(이하 PICT)가 컨테이너 부두 등 항만시설 절반 가까이를 특정업체에 풍력발전시설 조립장으로 임대해준 사실이 밝혀졌다. 국가항만시설 사용 취지에 역행하고 있다는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포항 영일만항은 북극항로 개설을 위한 중요한 교두보로 지목되고 있는 만큼 인프라 확충이 시급히 요구되는 시점에서 PICT가 특정업체와 이 같은 계약을 맺은 사실은 납득할 수 없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PICT는 항만시설 60만㎡ 가운데 23만㎡를 울산 소재 특정 해상풍력업체에 400억원을 받기로 하고 임대차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항만 계약은 2027년부터 3년간 해상풍력발전시설과 관련한 작업을 한다는 조건으로 체결됐으며 전체 계약금 400억원 가운데 80억원은 지난해 10월 선금으로 납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PICT와 계약 당사자 H사 모두 극도의 보안을 유지하면서 이 같은 사실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PICT는 영일만항을 조성한 민간투자사업자로, 이를 국가에 기부채납한 후 50년 기간의 운영권을 갖고 있다.

영일만항은 코로나19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물동량에 큰 타격을 입은 상태여서 러시아의 의존도를 낮춘 형태의 ‘북극항로의 거점항’이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본지는 정확한 사실 관계 확인을 위해 PICT와 H사에 공문으로 질의했으나 양사 모두 이는 계약상 비밀 유지 의무 대상에 해당돼 아무런 답변을 줄 수 없다는 입장만 되풀이하면서 의혹을 부추겼다.

항만전문가들은 보안을 이유로 양사가 내용의 공개를 거부하고 있는 가운데 관리기관인 포항지방해양수산청은 이를 인지하고 있는지가 중요하다며 PICT가 수익성만 좇다가 북극항로 거점항이 되는 기회를 놓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PICT는 만성적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그렇다고 국가항만시설을 특정 해상풍력업체에 임대했다는 점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논란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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