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원 수필가

인공지능(AI)이 널리 활용되면서 문명의 한 획을 그을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AI가 가져온 축복이 상당하지만 저주의 위험성 또한 무시 못한다. AI가 만들어 낸 가짜뉴스 폐해부터 딥페이크로 인해 진짜와 가짜를 구별하기 어려운 세상이 도래했다.

최근 네덜란드서 AI가 벌인 짓이 매체를 달구었다. 네덜란드 헤이그에 사는 싱글맘 자넷 라메사(38)는 7년 전 세무서로부터 청천벽력 같은 통지문을 받았다. "아동수당을 부당하게 받았으니 4만 유로(약 5,730만 원)를 토해내라"는 내용이었다. 깜짝 놀란 그녀는 세무서에 설명을 요구했지만, 별다른 설명을 듣지 못했다. 하루아침에 '부정수급자'가 된 라메사는 빚을 질 수밖에 없었다. 거액의 빚이 있는 직원은 고용 불가하다는 회사 방침 때문에 일자리도 잃게 됐다. 설상가상으로 2019년 당국은 "라메사의 경제 상황이 육아에 부적합하다"며 아들의 양육권을 전남편에게 넘겼다. 사실 라메사는 부정 수급자가 아니었다. 앞서 네덜란드 세무 당국이 과거 세무 데이터·국적 등 개인정보를 기반으로 AI에 분석을 맡겼고, 이를 토대로2012~2019년 받은 아동 수당을 환급하라고 수천 가구에 명령했다. 그런데 국정 감사 결과 AI 분석에 오류가 있어 정당한 수급자를 부정수급자로 잘못 낙인찍은 사실이 드러났다. 라메사 같은 피해자가 약 2만 6,000명에 이르렀다. 사태가 커지자 2021년 네덜란드 정부는 아동수당 부정수급자 통보 결정이 잘못됐음을 시인하며 내각이 총사퇴했다. 라메사는 부정수급자로 몰렸던 일을 계기로 정치에 관심을 갖게 돼 지난해부터 헤이그 시의회 의원을 맡고 있다.

처음으로 'AI(Artificial Intelligence)'란 용어를 만들어 사용한 사람은 미국 컴퓨터 과학자 존 메카시(John McCarthy, 1927-2011)로 1956년 미국 다트머스 대학 콘퍼런스에서였다. 그리고 이때부터 AI는 공식적으로 학문의 한 분야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당시 이 콘퍼런스에서 신경회로망, 컴퓨터 사용 이론, 자동화 지능 등의 주제가 본격적인 학문의 연구 주제로 부각되었다. 최근 ‘생성형 AI의 아버지’라 불리는 오픈AI의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샘 올트먼이 이사회에서 해임을 당한 뒤 닷새 만에 복귀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2015년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회장 주도로 설립된 오픈AI는 ‘인류를 이롭게 하는 안전한 범용 AI를 만든다’는 기치 아래 비영리 법인으로 출범했다. 당초 수익성보다 인류에 도움이 되고, 안전성을 갖춘 AI를 개발해 나갈 것을 표방했다.

하지만 2023년 *챗GPT의 성공적 안착과 AI 활용의 긍정적 효과를 발판으로 올트먼 측 개발론자들이 주도해 후속 개발을 서두르면서 사달이 났다. AI가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면 큰 재앙이 뒤따르니 속도를 조절하자는 이사회 측 보수론자와 올트먼 측 개발론자의 충돌이었다.

인공지능이 가져올 미래는 매우 불확실하다. AI가 일자리 파괴의 주범이 될지, 아니면 일상을 풍요롭게 하는 동반자가 될지. AI가 살상 무기가 될지, 이를 지켜줄 방어막이 될지 예견이 어렵다. 1년에 150만 명의 사람이 교통사고로 사망한다. 무인 자동차 시대가 되면 이 숫자가 제로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반면에 AI로 대표되는 제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되면 현재 직업의 47%가 사라질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러셀 교수는 인공지능 시대에 인간이 더 불행해질 수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그는 “전투 로봇 같은 인공지능이 인류에 더 치명적일 수 있다”며 “인간에 대한 대량 살상은 핵무기보다 이런 전투 로봇이 자행할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인간과 디지털 기술은 불편한 동맹관계다. 전자가 후자를 감독한다면 문제가 될 소지는 없다. 반대라면 복잡해진다. SF영화 '터미네이터2(1991)'에서처럼 시공간을 초월한 위협을 받을지도 모른다. 머지않아 AI가 인류를 지배할 것이라는 전망이 팽배하다. 인류는 결코 기술 발전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을 뿐 아니라 기술을 제어할 수도, 통제할 수도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AI가 지배하는 미래에 인간은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게 될까?’ 더는 공상과학영화에서나 있을 법한 뜬구름 잡는 질문이 아니다. 이제 우리는 이 엄중한 질문에 대해 구체적이고 현실적으로 답해야 한다. AI가 축복과 재앙을 함께 지닌 양날의 검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는 가운데, 2023년 11월 28개국이 참여한 ‘AI 안전 정상회의’가 영국에서 개최됐다. 그 자리에서 ‘프런티어 AI’를 포함한 생성형 AI의 위험성을 고려하고 국제적으로 조율된 조치를 통해 위험성을 완화할 방법이 논의됐다.

1990년대는 PC 시대, 2000년대는 인터넷 시대, 2010년대는 모바일 시대 그리고 현재의 2020년대를 AI시대로 빠르게 변화되고 있다. 그 모두의 기반은 반도체다. 이보다 앞선 시대의 최고 전략자산은 당연히 석유였다. 석유를 지배하면 세계를 손에 넣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최고의 전략자산은 반도체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삼성전자가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세계 1위를 지키고 있다. 앞으로 파운드리 분야에서도 적극적으로 투자해서 TSMC와의 경쟁에서도 우위를 점할 필요가 있다. 파운드리는 다양한 종류의 반도체를 주문 생산하기 때문에 경기 침체가 와도 비교적 안전하게 매출을 올릴 수 있다. 최근에는 5세대 이동통신(5G)과 차량용 반도체 수요 등 파운드리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 이 분야에 우위를 점하는 것이 관건이 되고 있다.





*챗GPT : 인공지능 기업 오픈에이아이(OpenAI)에서 개발한 대화형 언어 모델. ‘GPT’는 ‘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의 약자로, 광범위하게 수집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사전 학습되어 주어진 질문에 문장으로 생성된 답을 제시하는 인공지능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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