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문 한동대 교수

우리나라는 과거 70~80년간 미국의 도움을 크게 받았다. 하지만 미국인들은 우리나라를 아시아의 한 작은 국가로서, 전쟁이 나서 파괴되고 남북으로 분단된 가난한 국가 정도로 기억하고 있었다고 생각된다. 그런데 우리 한국이 1960년대부터 빠른 압축성장을 시작하여 2000년대 들어와서는 잘 발전된 경제산업국가로 변모되어 있다. 우리 한국인들의 삶의 질이 향상되고 국가의 위상이 높아지게 되니, 당연히 미국인들을 포함한 세계인들이 한국을 잘 기억하게 되었다. 아직도 북한이냐 남한이냐? 혹은 중국인이냐 일본인이냐 묻는 경우가 있지만, 우리 한국이 잘사는 나라임을 대부분 잘 알고 있다. 이제는 우리 한국인들도 미국인 같이 잘 살고 있다고 자부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 한국은 세계 10~11위의 경제대국이라고는 해도 미국의 경제력과는 비교하기 힘들다. 미국은 1인당 평균소득도 높고, 인구도 많고, 국토도 넓으며 당연히 국가총생산 (GDP)도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높다. 특히 첨단IT 및 바이오산업, 항공우주산업 등의 분야가 크게 발달했는데, 우량한 농지와 농업기술발달로 막강한 농업국가이기도 하다. 또한 요즈음 전쟁 중이라서 더욱 미국의 힘이 느껴지는데, 막대한 국방력은 2위부터 10위까지를 모두 합해도 미국에는 게임이 되지 못할 정도이다. 국방예산도 그러하지만 첨단 무기들, 핵무기는 예외로 치더라도, 항공모함전단이 10개나 운영되고 있고 한개 전단만 하더라도 한나라를 초토화시킬만한 가공할 전력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한국의 ‘밀리터리 덕후’들은 미국을 천조국이라고 부르는 모양이다.

또한 미국은 정치사회문화면에서도 큰 강점을 지닌 나라이다. 우리가 많은 선진국 내지 강대국들을 언급하고 있지만 미국만큼 자본주의와 자유주의가 결합된 민주주의적이고 인본주의적인 나라는 찾기 힘들다. 사람들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 해외에 파병하고 경제적인 지원 하는게 아니냐고 묻기도 하는데, 물론 이도 틀린 말은 아니겠지만, 러시아나 중국같이 일당 독재정권이 권력을 독점하고 정적들을 살해하고 독립을 원하는 소수민족들을 감옥에 쳐 넣는 나라가 미국은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자본주의를 받아들였다고 하지만 국가가 모든 것을 콘트롤하고 지도자들이 막대한 힘과 부를 독차지하는 나라가 미국은 아니라는 것이다.

로스앤젤레스에 와보면 많은 한국인들이 사업을 하며 경제적인 부를 구축하고 있다. 무일푼으로 미국에 와서 막일하며 돈을 모으고 가게를 차리고 집도 사고 자녀를 교육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이 한국에서 무일푼으로 평생 일해 그와 같은 부를 구축할 수 있었을 것인가? 쉽지 않을 것이다. 지금 한국은 많은 발전을 이룩해서 미국으로 돈 벌러 이민하겠다는 이들은 많이 줄어들었다고 할 수 있으나, 아직도 미국으로 가는 행렬은 그리 작아지지 않았다. 학문 수준도 높고 장학금도 많은 유학 가기도 하고, 성실히 일하면 일한 만큼 금전적인 보상을 받는다는 사회에서 가난을 벗어나 좀 더 돈을 벌기 위해서, 입시지옥 한국을 떠나 자녀들을 좀 더 자유롭게 교육 시키기 위해서, 남북 대치로 인한 두려움 하에 좀 더 안전하게 살아가기 위해서 등 아직 한국인들은 ‘American Dream’을 이루려 미국행을 택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멕시코, 온두라스 등 중남미 국가들이며 필리핀, 인도 등 아시아 국가, 그리고 나이제리아 등 아프리카국가들은 어떠할까? 이들은 더욱 미국행을 원하는 것이다. 예전에는 화물차 뒤편에 숨어서 온 식구가 멕시코 국경을 통해 무수히 미국에 잠입하고, 불법으로 살면서 애를 낳고 키우며 차차 영주권과 시민권을 얻는 한국인들도 많았다. 그러나 지금은 불법이민자들에 대한 법집행이 좀 더 엄격해지고 사회가 바라보는 눈도 과거와 같은 온정이 크게 사라졌으며, 국경수비가 더욱 강화되고 있다. 하지만 중남미 국가에서는 많은 이들이 미국에 불법이민하고자 멕시코를 지나 미국국경까지 매년 수만명이 떼를 지어 행진하는 것이다.

이들은 경제적으로 정치사회적으로 어려운 자기 나라를 떠나 미국에서 새로운 삶을 펼치고자 하는 것이나, 미국인들로서는 어이도 없고, 미국정부로서는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곤란한 지경에 빠지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가 유럽에서도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기근으로 그리고 전쟁 등으로 아프리카를 떠나 유럽으로 도버해협을 건너 영국으로 밀입국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이다. 국제적인 여론 때문에 유럽 각 나라들이 이들을 일부나마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사회 자체가 문제가 없는 게 아니다. 경제산업 불황이 주기적으로 심각해지고, 빈부격차가 심해지고, 인종다툼이 항상 잠재되어 있다가 터져 나오고, 범죄와 총기난사 사건이 자주 발생하고, 사회보장제도 및 의료서비스가 효율적이지 못하고 방만히 운영되며, 세계 각지의 전쟁에 군대를 파견하니 국방비가 엄청나게 들어야 하고 인명피해가 발생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요소요소의 작은 모습들이고, 미국 전체적으로는 세계 제1의 경제력을 자랑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이자, 최강의 군사력을 지닌 국가이자, 교육 못 받고 가난한 이들이라도 성실히 일한다면 먹고 살 수 있고, 자녀를 교육시킬 수 있는 드문 나라임에 틀림없는 것이다. 미국은 많은 이들에게, 이미 선진국 대열에 올라선 한국인들에게도 아직은 꿈의 나라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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