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병욱(포항 남·울릉) 국회의원

'제철보국(製鐵報國), 교육보국(敎育報國)'은 포스코 창업주 고(故)박태준 회장의 경영철학이다.

박태준 회장은 1973년 포항제철소를 만들면서 직원용 주택단지를 건설했다. 그 안에 최고 수준의 유·초·중·고교를 만들었다. 1986년에는 국내 최초의 연구중심공대인 포스텍을 만들어 인재 육성과 과학기술 개발, 산업 발달의 선순환 생태계를 국내 최초로 포항에 구축했다.

이는 교육을 통해 기업과 지역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구조적으로 고착화하려는 박태준 회장의 심모원려이다.

그런데 가히 '인구 재앙'이라 부를 만한 초저출산 태풍을 포항도 피하지 못하고 있다.

위기의 원인은 다양하고 복잡하지만 '교육'이 초저출산 현상의 주요 원인이라는 데 큰 이견이 없다.

윤석열 정부는 '지방시대'를 주창하며 지방의 교육력 강화를 목표로 '교육발전특구' 도입을 추진 중이다.

초중등은 교육청, 대학은 교육부가 관장하는 공급자 위주의 교육 행정이 우리 교육 개혁의 가장 큰 걸림돌이다.

이에 교육발전특구 도입으로 교육청과 교육부의 교육 서비스 독점 체제를 지역 사회 구성원의 협력 체제로 전환하자는 것이다.

아울러 최근 교육부는 지자체, 대학, 기업 등 지역 사회의 주체가 기존 공립학교를 위탁 운영할 수 있는 '자율형 공립고 2.0' 제도를 발표했다.

가령, 오랜 기간 지역에서 명문 학교를 운영해 온 포스코교육재단이 포항고나 포항여고와 같은 지역 공립학교를 교육청 대신 운영할 수 있게 하며, 교육부와 교육청은 이들 학교에 다른 공립학교보다 높은 자율적 운영권을 주겠다는 것이다. 지금 포스코교육재단은 조심스럽게 교육청, 포항시와 논의 중인데 최선의 결론을 도출할 것으로 기대한다.

초·중·고 통합 학력 인정 대안학교인 '한동글로벌학교'를 운영하고 있는 한동대는 포스코교육재단보다 더 적극적이다. 현재 울릉 중·고교를 위탁 운영코자 교육청과 협의 중이다. 울릉도에 한동대 캠퍼스를 설치하려 울릉군과 머리를 맞대고 있다. 또 한동대는 포항의 구룡포 중·고교와 특성화고인 흥해공고도 운영하려 교육청, 포항시와 협의 중이다.

포스코, 한동대뿐만 아니라 삼성, LG, SK, 한수원, 도로공사 등 경북의 각 시군에 소재한 기업과 경북대, 영남대, 대구대, 안동대 등 지역 대학들도 지자체와 함께 얼마든지 각 지역 공립학교를 맡아 다양하고 새로운 형태의 우수한 학교를 선보일 수 있다.

또 하나 주목할 만한 학교는 '한민고'이다. 경기도 파주 외진 곳에 자리한 한민고는 군인 자녀와 경기 지역 학생들을 선발해 사교육 일절 없이 오로지 학교 수업만으로 국내 최고 수준의 대학 진학 성과를 거두고 있는 명문 학교이다. 예체능 수업도 철저하게 실시하며, 모든 학생은 기숙사 생활을 한다.

한민고를 운영하는 '한민학원'이 타 시도의 군부대 집중 지역 공립학교를 위탁해 운영한다면 군인 자녀 교육 문제를 대거 해소할 수 있고, 정주 여건 개선 효과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가령 해병대의 도시 포항에 '해병 한민고'를 만든다면 포항, 김포, 백령도 등 전국 각지에서 근무하는 해병 간부들도 좋고, 우수한 학교를 얻게 될 포항도 좋은 일 아닌가.

이에 더해 각 지역의 한민고에서 군·경·소방 공직자의 자녀를 함께 가르친다면 제복 입은 공직자에게 이보다 더 큰 복지 혜택은 없을 것이다.

사람을 키우는 지역과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 지식을 생산하는 대학은 모두 인재로 생장하는 유기체다. 교육이 죽으면 지역도 기업도 대학도 모두 죽는다.

교육이 살아야 지방이 살고, 지방이 살아야 인구 문제 해결의 실마리도 찾을 수 있다. 지방의 교육력 회복을 위해 기업과 대학이 앞장설 것을 간곡히 제안한다. 함께 가면 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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