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문 한동대 교수

가을이 깊어도 단풍을 볼 수 없어 안타까운 마음이 컸는데, 11월로 들어서자 주변이 변하기 시작했다. 지구온난화 현상으로 단풍이 좀 늦게 찾아온 것이다. 여기저기 소나무 등 상록수가 가득 심어진 필자가 일하는 캠퍼스에도, 아파트 정원에도, 그리고 동네 학교 마당에도 노랑과 빨강 단풍의 활엽수들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

이를 기념으로 남기기 위해 아침이면 자주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는다. 출퇴근시 그리고 동네 산책시 보게 되는 풍경들인데, 왜 사람들이 단풍을 좋아하고 낙엽지는 가을을 노래하는지 알 것 같다.

아열대지방인 베트남에 사는 한 친구가 있는데, 그는 한국의 가을과 붉은 단풍이 매우 인상 깊다고 했다. 여름이 짧고 겨울이 길고 추운 몽골에 사는 한 친구도 한국에서 지낼 때 가을풍경이 크게 마음에 남았다고 했다.

열대지방과 아열대지방에서야 단풍들일 없고 낙엽질 리도 없지만, 북중국, 몽골, 러시아 같은 곳은 기후가 좀 더 극심한 것이지 여름과 겨울이 없는 것이 아닌데, 가을과 봄이 지극히 짧으니 활엽수들이 단풍들 시간없이 낙엽되어 떨어지고 얼어붙게 되는 것이다.

요즈음 이상기후 현상을 보이는 곳들이 많은데, 작년 겨울에는 유럽에 아주 심한 한파가 몰려들고 올 여름에는 홍수와 가뭄이 지속되었다. 그런데 올 가을에는 늦가을에 되어도 러시아와 몽골의 낮기온이 30도에 이를 정도로 높은 이상기온을 보이고 있었다.

그런데 며칠 전 사진을 보니 갑자기 기온이 내리고 눈이 내려서, 넓은 광장 정원에 무더기로 피어 있던 장미꽃들이 눈으로 뒤덮여 있었다. 조작된 사진같이 보이지만 그곳에 사는 친구가 보내온 진짜 사진이었다.

필자가 사는 포항은 훨씬 남쪽에 위치하지만 겨울이 추운 곳이고 가을도 쌀쌀한 편인데, 도심해변 영일대해수욕장의 장미원에 아직도 장미가 무더기로 피어 있고, 한겨울에도 얼마간은 꽃을 피울 것이다.

아무튼 포항에서는 11월에 들어서야 단풍다운 단풍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캠퍼스에는 낙엽이 수북히 쌓이고 바람에 뒹군다. 낭만적인 풍경이 아닐 수 없다. 올네이션스홀이나 코너스톤홀 인근에도 단풍이 아름답다.

이 건물들 뒤편 중정에는 조그만 연못이 있는데, 거기 사는 작은 물고기들도 겨우살이를 준비할 것이다. 커피 한잔 뽑아 들고 벤치에 잠시 앉아 늦가을의 정서를 느껴 본다.

과거 필자가 어릴 때만 해도 학교나 마을에서는 낙엽들을 모아서 태우곤 했었다. 이효석의 ‘낙엽을 태우며’라는 유명한 산문을 읊조리기도 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청소업체가 모아가고 있다. 아마 태우면 화재의 위험도 있고, 연기가 나고, 몸에 해로운 다이옥신이 배출되기 때문일 것이다.

내 사는 아파트단지도 아름다운 단풍과 함께 낙엽이 뒹군다. 아파트단지 내에서는 관리인들이 매일 쓰레기와 낙엽을 치우니 항상 깨끗해서 세계 누구에게 보여주더라도 자랑스러울 것 같다.

하지만 문제는 아파트 단지 밖 일반 거리며 어린이공원인데, 의외로 사람들이 쓰레기를 버린다. 대부분 음료수 플라스틱, 아이스크림 포장지, 담배꽁초 등인데, 바람이 불면 낙엽과 함께 흙먼지를 날리며 날아다닌다.

요즈음 부쩍 어른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어린이공원에 와서 아이들 놀게 하고 벤치에 앉아 담소를 나누는 듯한데, 그곳에도 쓰레기가 많고 음료수 남은 것을 바닥에 그냥 버려 그 자국이 지저분하다.

누가 물로 바닥을 솔질하거나 큰 비가 오기 전에는 없어질 것 같지 않다. 그 옆에 누군가 배치해 놓은 플라스틱 대형 쓰레기 봉지는 차고도 크게 넘쳐나고 있다. 이 좋은 동네에 그 낭만적인 가을풍경에 흠이라면 큰 흠이다.

또한 우리나라에는 상가지역, 원룸지역, 그리고 단독주택지역에 쓰레기통이 따로 없고 쓰레기들을 쓰레기봉투에 넣어 길가에 놓아둔다. 음식물쓰레기통도 따로 있고, 종이상자나 플라스틱 병들도 옆에 따로 놓아두는데, 시청에서 쓰레기차가 동원되어 수거해가는 것이다.

하지만 주말이라든지 휴일이 겹치면 길가는 쓰레기 더미로 몸살을 앓는다. 쓰레기통을 놓아두면 아무거나 버려 쓰레기가 흘러넘치고 관리가 안되기에, 각 가정이 쓰레기도 줄이고 버릴 것은 집 앞에 플라스틱 봉투에 담아 가져다 놓자는 것인데, 장단점이 있는 상황이므로, 다시 한번 절충안을 찾아보면 좋을 것 같다.

분명한 것은 과거와 다르게 현재는 자기 집 근처나 동네를 청소하는 분들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현대 사회의 부족한 점이 시장경제가 미치지 못하는 부분이 많다는 점과 공동체 의식이 약한 것이라고 들 이야기 한다.

사회가 발전해가고 복잡해질수록 공동체 의식은 사라지고 개인주의가 횡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 사회는 시장경제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일이 많이 있고, 정부가 그중 일부는 담당하겠지만 모든 것을 다할 수는 없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때 과거와 같이 마을 공동체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본다. 쓰레기 문제만 해도 주민들이 함께 쓰레기를 줄이고, 리사이클링하고, 동네를 깨끗이 하면 좋을 것 같다. 물론 리사이클링도 폐지, 플라스틱, 낙엽, 음식물쓰레기 등을 100% 재활용하여 건축자재 등을 만들 수 있도록 신기술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주말에 늦가을 단풍을 감상하며 흩날리는 낙엽들을 바라보면서 한편에 쌓여 있고 날리는 쓰레기들을 보면서 아쉬움을 토로해 본다. 일반 거리도 아파트단지 내와 같이 버려진 쓰레기 없이 깨끗하게 유지할 방법은 없는 것인가? 그래야 방문객들도 상쾌함과 좋은 인상을 가질 것이고 우리 시민들도 쾌적함 속에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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