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진 천군커피정미소 대표

두 남자는 서로 다른 성격과 배경, 인생 경험을 가지고 있지만 죽음을 앞둔 암환자로 병원에서 공동생활을 하게 된다. 그들은 삶의 끝에서 느낀 후회와 미련 없는 삶을 위해 ‘버킷리스트’를 작성하고 그것들을 하나씩 이루어 간다. 그 속에서 시련을 겪으면서도 서로를 이해하고 도와주며, 소중한 순간들을 함께하게 된다.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것들’로 소개된 영화 ‘버킷리스트’는 명배우 잭 니콜슨과 모건 프리먼의 케미(잘 어울린다)도 좋고, 감동을 선사했다. 그리고 우리들 기억에 각인된 것은 영화를 계기로 너도나도 일생에 이루고 싶은 목록을 작성하는 것으로 더욱 기억에 남는다.

죽기 전에 이루고 싶은 거창한 목록도 좋지만, 올해 이루고 싶은, 오늘 하고 싶은, 이번에 마트 가서 사고 싶은 목록을 정리하는 것은 어떤가?

커피인의 최대 축제라 여길만한 서울카페쇼2023이 11월8일~11일간 서울 Coex에서 열린다. 본 컬럼에서도 몇 번 언급했듯이 자타공인 제일 큰 커피행사이고, 한국을 넘어 해외에서도 각광받는 행사가 되고 있다. 큰 행사에 열리면 다녀와 본 사람들은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둥 별로 볼게 없다는 소리를 하고들 한다. 그것도 하루 티켓이 25,000원씩(현장 티켓 구매)이나 한다면서.(실제로는 6월경 사전등록을 통해 무료 입장이 가능하다)

행사 내내 모든 프로그램이나, 부스를 방문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짧은 시간 많은 것을 얻으려는 의욕 때문에 그저 그런 행사로 느껴졌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제 나는 매년 이 카페쇼를 기다리며 기대하게 되었다. 초창기에는 뭔가 부족하거나 허전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는데 아마도 한꺼번에 너무 많은 것을 얻으리라는 욕심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행사를 앞두고 ‘카페쇼 버킷리스트’ 작성한다. 장바구니 정도로 구입해야 할 목록도 있고, 가봐야 할 곳, 보고싶은 기구와 기계, 만나야 할 사람, 참가할 행사, 맛보고 싶은 커피, 새로운 그 무엇들의 목록을 정리한다. 그래도 이번에 다 이루기는 힘들겠지만 가능한 대로 이루고, 못한 목록은 다음에 추가하여 갱신하기로 했다. 목록 작성도 그리 쉬운 것은 아니다. 미리 홈페이지에 들어가 살펴보는 수고(공부)를 아끼지 말아야 나의 버킷리스트가 탄탄해진다. 올해는 각종 경연들을 유심히 보고 언젠가 노익장으로서 참가할 꿈도 담아보고, 지역 업체 중 커피를 탐험하는 분을 찾아 가르침을 받고 싶다.

칼럼에서 언급한 냉동 커피와 에스프레소의 안정적인 추출을 도와주는 도구를 살펴보고, 특이하거나 좋은 생두가 있다면 구입해 손님들에게 선뵈고 싶다. 무엇보다 커피와 커피하는 사람들의 방향을 살펴보고 조금은 앞서가는 원동력이 되길 희망한다.

자 이제, 어서 빨리 그 옛날 작성한 버킷리스트를 찾아보자. 다 이루었는가?! 십 수 년 전 작성해 놓은 수첩 어딘가에는 이미 생각지도 못한 사이에 이루었을 목록이, 아니면 손꼽아 이루어지길 기다리고 있을 소망이 적혀 있을 수도 있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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