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일방적인 경제보복 조치를 철회하기는커녕 완고한 입장에서 전혀 물러서지 않고 있다. 일본은 지난달 28일 예정대로 한국을 수출관리상의 우대 대상국인 백색국가(그룹 A)에서 제외하는 개정 수출무역관리령 시행에 들어갔다.

한국에 전략물자를 수출하는 일본 기업들은 3년 단위로 ‘일반 포괄 허가’를 거쳤지만 앞으로는 개별 허가를 받거나 일반 포괄 허가보다 훨씬 까다로운 ‘특별 일반 포괄 허가’를 받아야 한다.

언제든지 보복의 칼날을 휘두를 수 있게 칼자루를 잡은 모양새다. 우리 정부가 여러 차례 외교적으로 해결하자며 대화를 제의했지만, 일본은 이렇다 할 반응 없이 일방적으로 관련 조치들을 밀어붙이고 있다.

한국 대법원의 일제 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불만을 경제보복으로 표출한 무리수에 국제사회뿐 아니라 일본 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크지만, 역사적 퇴행과 우경화의 길을 걷는 아베 신조 정권은 퇴로를 없애고 폭주를 지속하는 형국이다.

일본 고위 당국자의 막말 수준 발언도 이어져 더욱 우려된다. 고노 다로 외무상은 백색국가 제외 시행일 하루 전 ‘일본은 역사문제에 이해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 질문에 “한국이 역사를 바꿔쓰고 싶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을 언급했다. 일본 관료가 자국이 비판받을 때 쓰이는 표현을 역으로 들고 나왔으니 ‘적반하장’ 식 발언일 뿐이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도 한국 대법원의 징용 배상 판결을 시정하라고 요구했다.

징용 배상이 청구권협정으로 종결됐다는 인식에서 나온 발언들이다.

협정은 당시 양국 정권의 필요에 의해 졸속으로 체결되며 각기 다른 해석의 여지를 남겼다는 사실은 잘 알려졌다. 침략 역사를 부정하고 진정한 반성을 하지 않는 아베 정부의 태도를 거듭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아베 정부는 역사인식 바로잡기는 차치하더라도 과거사 문제를 빌미로 한 경제보복을 일단 멈추고 외교 대화의 장으로 나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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