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태 포스텍 가속기연구소 공학박사

1973년 제작 상영된 영화 빠피용은 실존인물 ‘앙리 사리에르’의 실화를 다룬 소설에 얽힌 이야기를 영화화한 것이다.

살인 누명을 쓰고 감옥에 들어간 빠피용은 프랑스령인 가이아나로 향하던 중 죄수 수송선에서 드가를 만나 함께 탈출 계획을 세운다. 각자 자신을 범인으로 몰아붙인 검사와, 자신을 배신한 아내에게 복수심을 품고 탈출을 준비한다.

죽음보다 더 힘든 자유의 속박과 구속으로 부터의 해방이 그들의 목표였다. 그 자유와 구속으로 부터의 어떠한 걸림도 없는 해방, 인간의 가치를 나타내는 것은 그의 가슴에 새겨진 파필리온(Papillion, 프랑스어로 나비, 빠피용)이었다.

이 이야기는 픽션이 아닌 어느 무기 징역수의 자서전을 각색한 것이며 인생이 뭔지 자유의 가치가 뭔지를 우리에게 묻고 있다.

꿈속에서 빠피용이 심판을 받는 장면이 영화의 압권이며 우리에게 보내는 메시지가 아닌가 한다. “전 결백합니다. 죽이지도 않았고 증거도 뒤집어 쓴 것뿐입니다” 그러자 심판자는 이렇게 말했다. “너는 살인과 관계없다. 인간으로서 가장 중죄, 인생을 낭비한 죄가 너가 저지른 가장 큰 죄이다”

두 주인공 ‘앙리’와 ‘드가’에게 있어서 구속은 서로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인간들이 모여 사는 사회에서는 용납되지 않는 일탈과 욕망사이에서 그 틀 안에서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은 서로 다른 결과를 드러난다.

드가는 안주와 타협하는 자신의 모습을 인정하는 모습을 보이는 반면, 앙리는 죽는 그 순간까지도 자신의 한계를 넘나드는 모습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이 둘의 자유의 가치는 같지만 그 자유를 추구하는 인간의 본능과 현실과 타협하고자 끝없이 회유하는 인간의 양면성은 달랐고, 관객들에게 수많은 갈등 구조 속에서 그 대비를 지속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행동하는 양심, 최근 자유를 탄압하고 자유와 민주라는 기본가치를 말살하려고 시도하는 많은 사건들이 지구촌에서 일어나고 있다. 홍콩 자유화의 탄압과 파룬궁 강제 장기 적출, 위구르 주민의 탄압 등 국제사회에서 자유와 인권이라는 공공의 가치를 위협하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그 중에서 캐나다 출신 미스 월드 ‘아나스타샤 린’의 이야기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영화 ‘블리딩 엣지’의 피해자 역할로 출연해 장기 적출 대상자 역할을 하는 어느 아리따운 아가씨가 전해 주는 내용을 가히 충격적이었다. 그리고 용기를 내어 국제사회에 그 실상을 고발하고 있었다.

“장기 적출자 그들의 절규는 철저히 차단이 되고, 지구촌 공동 사회는 어느 곳도 관심을 두지 않고 외면했다. 우린 침묵을 택해 이런 범죄를 묵인할 수도 있었고, 또한 우리에게 주어진 자유를 이용해 이를 박탈당한 이들을 변호해 줄 수도 있다”고 했다.

그녀는 이렇게 힘주어 말한다. “노동 수용소 수술용 침대에 묶여 비명을 질러도 아무도 못 듣는 곳에서 인간성에 역행하는 범죄와 고문은 사실상 ‘학살’로서 국제 규범을 심각하게 위반한 것이다” 그리고 그녀는 프레스 클럽 연설에서 덧붙여 마지막 한 마디를 더 남긴다. “용기는 두려움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저 밖에는 두려움보다 중요한 일이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다”

진실을 알리기 위한 그 누군가의 용기 있는 선택이었고 가녀린 목소리지만 큰 울림이었다. 2014년 직선제를 요구하며 시도된 우산 혁명, 즉 홍콩 민주화 운동은 홍콩 주민들의 시민 불복종 운동이었다.

하지만 당시 홍콩 시민들의 우산 혁명은 성공하지 못하였고 진정한 민주화를 쟁취하지 못했다. 세월이 지나 2019년 일국양제를 인정하지 않는 중국 당국에 의해 다시 홍콩에서는 시위가 일어났고 홍콩시위대와 시위 반대 세력의 활동가들이 서로를 공격함에 따라 홍콩 사회 내에 균열만 더욱 깊어 졌다.

시위대는 홍콩 정부의 포위로 끝났고 많은 사람들이 체포가 되었다.

“위구르 사태에서 우리 일이 아니라고 외면하였으나, 그것은 곧 우리의 일이 되고 말았다”는 시위대의 탄식과 자조가 가슴에 남는다. 중화인민공화국 국무원에서는 시위를 1997년 홍콩 반환 이래 홍콩에서의 최악의 위기로 규정했고 외국 세력이 이 분쟁에 개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2019년 11월 미국은 홍콩 인권 및 민주주의 법안을 통과시켜 홍콩 시위를 공식적으로 지지했지만, 여전히 중국은 내정간섭이라며 반발을 하고 있다.

자유는 공짜가 아니다(Freedom Is Not Free). 자유와 인권은 인류 보편적인 가치이며 누구의 탄압에 억압이 되어서도 안 되고 타협과 회유로 눈앞의 편안함에 양보해야 할 대상도 아니다.

영화 ‘빠피용’에서 드가처럼 상어와 험한 파도가 둘러싸여 탈출이 절대 불가할 것 같은 두려움을 갖거나, 혹은 수십 미터의 절벽에서 뛰어내린 앙리의 행동하는 용기와 자유를 향한 몸부림이 서로 교차되어 다가온다.

저작권자 © 영남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