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지홍선 커뮤니케이션즈 대표이사

말도 아름다운 꽃처럼 그 색깔을 지니고 있다. - E.리스

만난 지 얼마 안 된 사람에게서 왠지 모를 친근함이 느껴질 때가 있다. 마치 오래 알고 지낸 듯한, 혹은 어쩐지 앞으로 가까워질 것만 같은. 반대로 오래 알고 지냈지만 단 둘이 있으면 어쩐지 어색한 사이도 있다.

성향 차이라고도 볼 수 있으나 자세히 분석해보면 표현하는 방식의 차이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우리는 같은 한국말을 구사하고 있지만 표현 양상은 조금씩 다르다. 언어 표현에도 코드가 숨어있다.

우리는 보고, 듣고, 냄새 맡고, 맛보고, 만지는 행위를 통해 세상을 인지한다. 오감 중에서도 개인마다 특정 감각에 더 의지하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남성은 시각적인 정보에, 여성은 청각적인 정보에 더 민감한 편이다.

이를 선호표상채널이라고 하는데 시각형, 청각형, 체감각(운동감각)형, 그리고 지각형(사고형)의 네 가지로 구분한다. 선호표상채널은 대화를 나눌 때 표현 방식에서 잘 드러난다.

매장을 찾은 손님이 ‘한번 둘러보러 왔어요’라고 한다면 표상채널 중 ‘시각’을 선호하는 사람일 확률이 높다. ‘보다’라는 시각적인 표현에 힌트가 있다. ‘시각형’들은 주로 이야기할 때 눈동자와 손짓으로 위치를 찾아가며 이야기한다. 이들과 대화할 땐 시각 표현을 많이 써주면 빨리 가까워질 수 있고, 환경 또한 시각적 만족감을 줘야 한다.

‘청각형’에 해당하는 손님은 대게 ‘어떤 제품이 좋을지 이야기 한번 들어보려고요’라는 식으로 말한다. 청각적인 표현이다. 이들은 말하기도 좋아하지만 동시에 잘 들어주는 타입이기도 하다. 이들과는 적절하게 질문과 답을 주고받으면 된다. 일방적으로 말을 빠르게 해도 잘 알아듣는 유일한 유형이기도 하다.

‘체감각형’에 해당하는 사람은 직접적인 경험을 통해 배우고, 대상을 인지하는 타입이다. ‘이 문제를 짚고 넘어가자’라는 식으로 신체감각에 해당하는 표현이나 기분, 느낌과 관련된 표현을 자주 쓴다.

대형마트의 시식코너라든지, 자동차 시승 코너 등은 이들 유형을 위한 프로모션이라고 볼 수 있다. 청각형과 달리 이들에게는 말을 다소 천천히 할 필요가 있다. 몸으로 체감하기 전까지는 정보를 받아들이기에 다소 시간이 걸리는 유형이다.

‘지각형’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사고 작용에 관한 표현을 많이 쓴다. ‘생각 좀 해볼게요’, ‘고민이 되네요’라는 식이다. 이들은 감정적인 표현은 서툰 대신 논리적이고 분석적인 대화에 능하다.

소비에 있어서도 다양한 제품을 꼼꼼히 비교, 분석해본 다음 구매하기 때문에 네 유형 중 충동구매를 거의 하지 않는 유형이기도 하다. 이들에게 세일즈하려면 강요는 절대 금물이다. 제품의 장점을 충분히 설명한 다음 선택권을 넘겨주면 된다.

상대의 대화에 귀 기울이다 보면 유난히 특정 유형에 대한 표현이 자주 들릴 때가 있다. 해당 분야의 특성이 강하게 드러나는 사람으로 해당 유형에 속하는 표현을 같이 써준다면 빠르게 공감대를 형성하고 친밀감을 갖게 만들 수 있다.

한편 특정 표현에 치중하지 않고 고르게 쓰는 유형도 있다. 사람을 매우 많이 만나는 직업군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세일즈맨이나 대중에게 인기가 많은 사회자들은 시각, 청각, 체감각, 그리고 지각적인 표현까지 아울러 다양하게 사용한다.

‘말주변이 뛰어나다’라는 표현은 말의 내용과 구성이 좋다는 뜻이지만 정작 청중을 끌리게 만드는 숨은 비밀은 선호표상채널에 있다. 네 유형의 표현을 다채롭게 쓴다면 많은 사람들이 모인 대중 앞에서도 쉽게 공감대를 형성하고 분위기를 주도할 수 있다.
저작권자 © 영남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